新반도체 동맹, 결속 강화하는 美·삼성전자.. 엇박자 내는 TSMC

박진우 기자 2022. 5. 2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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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추켜 세운 삼성전자
TSMC 창업주, 미국 반도체 전략 비판
첨단 반도체 시장 경쟁, 삼성이 우위 설 가능성↑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제1 파운드리 공장. /삼성전자 제공

미국이 주도하려는 신(新)반도체 동맹에서 삼성전자와 TSMC가 서로 다른 입장에 처했다. 비(非)메모리반도체(시스템) 반도체 분야 세계 1위를 노리는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과의 친밀도를 높이는 반면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는 투자 관련 잡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주요 반도체 시장인 미국에서 두 회사의 역학구도가 뒤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일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평택캠퍼스는) 텍사스 테일러 공장의 모델이다”라며 추켜세웠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1조5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제2 파운드리 공장을 지으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테일러 공장도 평택캠퍼스와 동등한 위상을 지니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와 생산,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모두 대응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이런 삼성전자의 역량이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시키고, 시장을 주도하려는 미국의 이해와 맞아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도체 동맹에 있어 삼성전자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세계 10대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 다수가 있는 국가다. 이들은 주로 대만 TSMC에 생산을 맡기고 있는데, 2위 사업자인 삼성전자가 TSMC를 누르려면 미국 팹리스를 고객사로 더 유치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운드리 최선단기술인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를 바이든 대통령에 직접 소개한 것도 결속력을 높이려는 시도로 읽힌다. TSMC와 첨단 미세공정 분야에서 경쟁하는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TSMC보다 빨리 3㎚ 반도체를 양산한다. 3㎚ 반도체를 소개하는 자리에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가 동행한 부분도 시장에 일종의 신호를 줬다는 평가다.

반면 TSMC는 최근 미국과 잇따라 엇박자를 내고 있다. 특히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약 15조1700억원)을 들여 짓는 5㎚ 파운드리 공장이 미국의 압력 때문이라는 얘기가 TSMC 창업주로부터 나왔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주 겸 전 회장. /TSMC 제공

TSMC 창업주 모리스 창 전 회장은 최근 미국 민주당 계열의 정책 연구소인 브루킹스 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제조를 늘리려고 하지만, 심각한 인력 부족과 높은 인건비로 경쟁력이 없다”라며 “미국의 시도는 값비싼, 헛된 시도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또 창 전 회장은 “미국에 새로운 공장을 짓기로 한 건 내 결정이 아니었고, 미 정부의 요구에 따라 TSMC가 그런 결정을 내린 듯하다”라며 “미 정부가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보조금 지원방침을 밝혔지만,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금액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했다.

TSMC는 창 전 회장의 발언이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업계는 창 전 회장의 센 발언이 미국의 심기를 건드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TSMC 일변도의 시장 구도에 불만을 가지는 팹리스가 나온다는 점에서 그렇다. 업계 관계자는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가진 TSMC가 ‘슈퍼을(乙)’로 공급비용을 인상하는 등 고객사 위에 군림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또 대만의 지정학적 위험이 반도체의 원활한 공급을 저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과의 관계를 깊게 형성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향후 반도체 장비의 안정적인 확보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3대 반도체 장비 기업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가 모두 미국 회사다. 지난 21일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는 개리 디커슨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CEO, 티머시 아처 램리서치 CEO 등이 참석하기도 했다.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램리서치 코리아테크놀로지센터(KTC). /램리서치 제공

또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에도 입김이 닿는다. ASML의 EUV 장비는 미국 기술을 원천으로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ASML이 중국에 EUV 장비를 수출하려는 것을 막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핵심 장비를 거머쥐고 있는 미국은 특정 국가의 반도체 생산을 멈추게 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라며 “삼성전자가 반도체 동맹에 포함돼 안정적인 장비 공급을 받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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