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박병석 "검찰개혁법 합의 부정 아쉬워..與 잘못 인정해야"

박혜연 기자 2022. 5. 26. 14: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퇴임 3일 앞두고 기자간담회.."증오와 적대의 정치 청산해야"
"청문회 제도 개정에 동의 않던 국힘 '그땐 지는 줄 알았다'고"
오는 29일 퇴임을 앞둔 박병석 국회의장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5.2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은 퇴임을 사흘 앞둔 26일 가장 아쉬운 점으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관련 의장 중재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깨진 것을 꼽았다.

박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접견실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러한 합의가 한순간에 부정당한다면 대화와 타협의 의회 정치는 더 이상 설 땅이 없을 것"이라며 "참으로 아쉽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국회의장의 중재안은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사안이었다. 양당 의원총회에서 추인도 받았다. 새 정부 인수위에서도 합의를 존중한다고 밝혔고 당시 현직 대통령도 잘된 합의라고 평가했다"며 "국민투표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단계의 합의"라고 지적했다.

박 의장은 "여야가 합의해서 대국민에 발표한 것은 4월27~28일 양일간 거쳐서 관련법 합의를 통과시키겠다는 약속이었다"며 "그것은 단순히 정치권 약속을 넘어선 대국민에 대한 약속이었다. 합의문과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옳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관련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돌과 관련해 "명명백백한 국회선진화법 위반"이라며 국민의힘에 공개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박 의장은 "화면과 현장에서 확인된 것은 어느 방송 카메라 기자가 중간에 있다가 거리가 좁혀지니까 영상카메라를 갖고 넘어졌다. 넘어지면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접촉이 있었다"며 "어떻게 의장이 여성 의원들을 발로 차고 지르밟고 가겠나"라고 반문했다.

앞서 박 의장은 '검수완박' 법안을 상정하려고 의장실에서 본회의장으로 향하다가 이를 저지하려던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을 '밟고 갔다'는 오해를 샀다. 양금희·황보승희·배현진·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의장실 당직자가 자신들의 정강이를 구둣발로 찼다고 주장했다.

당시 배 의원은 본회의에서 "당신의 그 앙증맞은 몸을 저희 국민의힘 의원 위로 밟고 지나가기 위해 앞줄에 앉은 여성 의원들을 구둣발로 걷어차며 용맹하게 이 국회의장석에 올라오셨다"며 뒤를 돌아 박 의장을 마주 보고 서서 "당신이 얘기하시는 민주주의가 이런 겁니까. 말씀해 보십시오"라고 외쳤다.

박 의장은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에서) 개인적인 사과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며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누구나 팩트를 오인할 수 있다. 바로 실수, 잘못을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처신하라"고 요구했다.

박 의장은 국회가 가장 먼저 논의해야 할 과제로 개헌과 청문회 제도 개선을 꼽았다. 그는 "작년부터 금년 초까지 여야 원내대표에게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모르는 지금이야말로 국가를 위한 권력분산과 청문회 제도를 고칠 때라고 했는데 지금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동의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박 의장은 "선거가 끝난 뒤에 제가 '청문회 제도 고치자고 하지 않았냐' 했더니 (국민의힘 측이) 웃으면서 '그땐 우리가 지는 줄 알았다'고 했다"며 "국가의 미래가 무엇인지, 정말 국민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때로는 일부 국민의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추진해야 될 것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소속 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서 나오는 최강욱 의원 징계문제나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 논란에 대해 박 의장은 "당적을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민주당은) 같은 당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40%가 넘는 상황에서 왜 (대선에서) 패배했는지에 대한 진지한 자기 성찰에 소홀했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정치권을 포함한 모든 사회인은 노·장·청의 결합이 적절하게 있을 때 바람직하다"며 "사회 발전은 경험과 경륜 그리고 미래를 보는 지혜, 새로운 시각 참신함, 그것을 적절히 갖춘 노·장·청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퇴진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그러면서 "(586세대의) 진퇴 문제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박 의장은 "6·1 지방선거 때문에 미뤄진 느낌이 있지만 그런 자기 성찰 속에서 (갈등이) 분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방선거가 끝나면 치열한 논쟁 끝에 합리적으로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는 정당이 민주당이라고 생각한다"고 덕담을 했다.

박 의장은 "지금 우리 정치는 자기편만 바라보는 정치"라고 꼬집으며 "자기편이 치는 박수에만 익숙하고 그것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침묵하는 다수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적어도 국민에게 지지받는 정당이 되려면 침묵하는 다수까지 포함하는 정책과 노선을 걷지 않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증오의 정치, 적대의 정치, 편가르기 정치, 자기편만 보는 정치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며 "뜻 있는 정치인들이 이런 증오와 적대의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지난 2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왕성한 의회 외교를 벌인 성과를 짚기도 했다. 박 의장은 세계보건기구(WHO) 방문으로 백신·바이오 인력 양성 허브로 우리나라가 지정받는 데 기여했고 요소수 파동 당시 각국의 수출 협조나 기업인들을 위한 특별 입국절차 협조를 얻어내기도 했다.

박 의장은 "의장이 끝나도 의원으로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국민과 국가를 위한 외교를 계속할 것"이라며 "어느 자리에 있든 도움이 된다면 최선을 다해서 정부 외교를 보완하고 때로는 이끌어갈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이라고 밝혔다.

hypark@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