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소행성 탐사 '아포피스' 최종 무산..과학계 "기회 잃었다"
한국 과학계가 사상 처음으로 추진한 소행성 탐사 사업이 결국 최종 무산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정부의 예산 지원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하반기에 소행성 탐사와 관련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과학계에선 한국의 우주기술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기회를 잃었다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 사업을 담당하는 과기정통부 주무 부서는 최근 탐사 예산을 받으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행정절차인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선정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탐사를 위해 필요한 예산은 3873억원이었다. 지름이 370m에 이르는 아포피스는 2029년 지구에 3만1600㎞까지 근접한다. 정지궤도위성 고도보다 가깝게 지구를 스친다. 이 때문에 한국 과학계에선 아포피스 근처에 탐사선을 띄워 관측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다음 달에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건 아포피스 탐사를 포기했다는 뜻이다. 우주에서의 이동 시간을 감안하면 아포피스에 다가갈 탐사선은 2027년에는 지구를 떠나야 한다. 탐사선 제작에 걸리는 기간을 거꾸로 계산하면 내년에는 개발에 들어가야 한다.
국회는 정부 예산을 매년 12월 초에 확정한다. 구체적인 예산 항목은 그전에 세워진다. 6개월 이상이 걸리는 예비타당성조사 기간을 감안할 때 다음 달 조사 대상 신청을 하지않으면 아포피스가 지구에 다가오기 전 탐사선을 만들어 쏠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진다.
아포피스 탐사를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선정해 달라는 신청은 지난 3월에도 있었다. 이에 대해 심사를 담당한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4월 말에 내린 결론은 ‘불가’였다. 2018년 나온 우주 분야의 중장기 계획인 ‘제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에 소행성 탐사가 2035년쯤으로 명시돼 있다는 게 이유였다. 국내외 과학계에서 아포피스 탐사에 대한 관심이 끓어오른 건 기본계획이 완성된 뒤인 2019년 이후였지만, 이런 사실은 결정에 감안되지 않았다.
과학계에선 다음 달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신청의 포기 배경에도 4월 당시의 결정이 있었다고 본다. 신청해 봤자 또 ‘불가’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포피스 탐사 사업에 정통한 과학계의 한 인사는 “아포피스가 지구에 접근하기 전에 탐사선을 제대로 만들 수 없다고 본 것이 과기정통부의 입장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에 소행성 탐사와 관련한 내용을 추가 반영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탐사 목표 시점을 다소 당기는 등의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지만, 과학계 안팎에선 아포피스 탐사 포기로 한국이 소행성 탐사 기술 수준을 높일 ‘낮은 계단’을 놓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구에서 수억㎞ 떨어진 소행성을 목표로 탐사선을 띄우는 것보다 지구에 3만1600㎞, 약 1만분의 1밖에 안 되는 거리로 다가온 아포피스를 탐사하는 게 기술적으로 훨씬 쉽다. 이를 바탕 삼아 먼 우주의 소행성을 탐사할 고난도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었지만, 그런 기회가 사라진 셈이다.
이유 한국우주과학회장은 “지금까지 한국에선 로켓 등의 장비 성능에 맞춰 과학 탐사가 이뤄지는 일이 많았다”며 “한국이 선진국으로 더욱 성장하려면 과학 목표를 세운 뒤 이에 부합하는 장비를 만드는 형태의 시도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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