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오페아' 서현진, 아버지 언급하며 눈물 "함께 영화 보고싶어요" [인터뷰 종합]

연휘선 2022. 5. 2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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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실제 알츠하이머 환자였던 외할머니를 지켜본 경험을 녹여 환자와 가족들의 아픔을 풀어냈단다. 영화 ‘카시오페아’를 통해 가족애를 이야기하는 배우 서현진을 만나봤다.

서현진은 26일 오전 국내 취재진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새 영화 ‘카시오페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6월 1일 개봉을 앞둔 ‘카시오페아’는 변호사, 엄마, 딸로 완벽한 삶을 살아가려고 했던 여자 수진이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며 아빠 인우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특별한 동행을 담은 작품이다. 이 가운데 서현진은 주인공 수진 역을 맡아 아빠 인우 역을 맡은 선배 연기자 안성기와 출연한다. 

서현진은 “개봉 시기가 드라마 오픈 시기와 겹칠 줄은 몰랐다. 이게 독이 될지 득이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여러 매체를 통해 시청자, 관객 분들을 만나 뵙게 돼 좋다”라고 했다. 이어 “영화로는 제가 제대로 큰 롤을 맡아서 보여드리는 게 처음인 것 같아서 떨리기도 하고 반응도 궁금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알츠하이머 환자를 연기한 소감에 대해 “촬영 했을 때는 그게 최선이었다. 돌아가도 더 잘할 자신은 없다. 한 컷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그런데 결과물을 봤을 때는 만족스럽진 않았다. 제 눈엔 허점도 많이 보이고 ‘저렇게 했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아직 많이 멀었다고 느꼈다. 하지만 촬영하면서 너무 좋았다”라고 했다. 

더불어 그는 “거리두기가 훨씬 심했을 때라 요양원을 가보거나 하진 못했다. 제작사랑 감독님이 보내주신 영상을 많이 봤다. 개인적으로 주변에서 알츠하이머 진행 과정을 봐와서 개인적인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게 가짜처럼 보일까 봐 제일 걱정했다. 병세, 증상을 나타나야 하는 거라 하나라도 ‘어?’하는 부분이 있으면 그게 영화 흐름을 깰 것 같았다. 자세, 목소리들을 감독님이랑 어느 씬부터 어느 씬까지는 기억이 돌아왔다가 아웃됐다가 다시 병세가 심해지는 부분을 씬 별로 나눠서 진행했다. 한번 정리를 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에 맞춰서 했다. 저희 외할머니가 알츠하이머를 앓으셨는데 할머니한테서 봤던 몸매, 행동 패턴, 하셨던 행동들을 많이 기억하면서 연기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흐름대로 했으면 좋았을 텐데 촬영 이틀 차에 100씬이 넘어간 장면을 찍기도 해서 어려웠다. 그렇지만 감독님과 정리해둔 스크립트가 있어서 그걸 기준 삼아 앞, 뒤 장면을 봐가면서 촬영했다. 그리고 병세가 많이 진행됐을 때는 화장을 안하고 했는데 그게 굉장히 영상에 효과적으로 보였던 것 같다”라고 했다. 

2년 전 ‘카시오페아’ 대본을 받고 출연을 결심한 계기에 대해 서현진은 “가까운 지인 분 가족 중에 알츠하이머를 겪은 분이 계셔서 울면서 봤다. 이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라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이어 “어떤 갈증은 없었다. 사실 영화를 한다면 드라마에서 할 수 없는 장르나 깊이 보여줄 수 있는 대본을 갖고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대본을 받았다. 이런 소재를 드라마에서 다룬 것보다 훨씬 현실적이로 깊이있게 표현할 수 있겠다 생각해서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소재 자체만 봐서는 신파와 같은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었을 터. 서현진은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너무 ‘신파’로 흐를까봐였다. 실제 촬영도 굉장히 건조하길 바랐는데 제가 자꾸 울더라. 그래서 울지 않는 버전으로 찍은 컷들도 있었는데 감독님이 솔직하게 나오는 감정대로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해주셔서 표현이 되는 대로 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소재를 다룬 다른 작품과 차별화된 매력은 기술 시사 때 보고 알았다. 알츠하이머 환자를 다뤘지만 그건 베이스에 불과하고 가족간의 유대를 다룬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수진이 얘기라고 생각했고 나중엔 아빠와 딸의 이야기, 완성본을 본 다음에는 3대에 걸친 가족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보시는 분들도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했다. 

또한 그는 “차 안에서 아빠한테 맞은 다음에 병원에서 오는 차 안에서 ‘그래도 잘했어, 표현해야 해. 아빠 말 따라해 봐’라고 안성기 선생님 말을 따라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그 씬을 어떻게 따라해야 할지 목소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정리가 안 됐다. 그런데 그 씬이 안성기 선생님을 딱 봤을 때 인우인지, 안성기라는 사람인지 구분 안 되는 지점이었다. 그때 선생님이 ‘따라해 봐’라는 목소리를 내실 때부터 다른 사람이 됐더라.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다”라고 했다. 

그는 “감독과 상대역에 관해서는 분명히 그런 생각이 있었다. ‘내가 언제 안성기 선생님이랑 영화를 해보겠어? 아버지가 안성기 선생님이면 꿀!’이라고 생각했다. 신연식 감독님은 각본을 쓰신 분이라 가장 이해도가 높다고 생각했다. 모든 감독님이 각본을 쓰시진 않는다. 1차 창작자와 작업한다는 게 좋았다. 그리고 작은 영화, 큰 영화보다 드라마에서 하지 않은 표현을 할 수 있고 연기를 더 확장할 수만 있고 깊이감 있게만 할 수 있다면 영화 사이즈가 중요하진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서현진은 “제가 이 영화를 찍을 당시에 ‘부모와 자식이란 도대체 뭘까’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참 많이 싸우고 그러고도 아무렇지 않게 풀리고 애증의 관계 같았다. 그리고 또 가족들한테 제일 거칠게 말을 하지 않나. 내 민낯을 드러낼 수 있는 사이라”라고 했다. 이어 “최근에는 제 죽음보다 반려견의 죽음을 가장 두려워 한다. 첫째는 먼저 보내고 둘째랑 살고 있어서 좀 더 오래 살아줬으면 한다”라고 했다. 이어 “일상의 소중함은 솔직히 많이 못 느꼈다. 수진이로 생활해서 서현진은 많이 없었다. 그때가 추석 시즌이었는데 부모님이 ‘내 딸 얼굴이 많이 없다’라고 해주셔서 역할과 많이 붙어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서현진은 안성기와의 호흡에 대해 “워낙 대선배님이라 어려웠다. 그런데 실제 나이를 검색해보고 저희 아빠랑 몇 살 차이가 안 나셔서 ‘어렵게 대하지 않아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괜히 다가가서 편하게 하려고 했다. 선생님도 그걸 잘 받아주셔서 쓸데없는 실없는 소리들을 많이 하면서 촬영했다. 그게 아마 화면에도 조금 편하게 보이지 않았을까 싶더라. 촬영할 때는 감독님이 말씀을 안하셔서 ‘아기처럼 보였으면 했다’라고 생각하실 줄은 몰랐다. 그런데 워낙 알츠하이머 병이 진행되면 아기처럼 보였을 거다. 특히 목욕할 때 엄마한테 물어보니 ‘(외할머니가) 수영하는 줄 아시더라’라고 했다. 그래서 욕조에서 물놀이하는 느낌으로 물장구를 쳤다”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서현진 스스로 느낀 성장 포인트가 있을까. 서현진은 “의외로 새롭게 발견한 얼굴은 없다.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낀 점은 ‘아직 멀었다’이다. 그래도 이 영화를 찍으면서 느낀 건 ‘이렇게까지 몰입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있구나’였다. 그래서 더 많이 현실적으로 연기를 해나가면서 표현하는 데 있어서 더 두려움 없이 과감하게 더 많이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줬다”라고 강조했다. 

“카메라만 돌면 울었다”는 서현진은 “감독님이 ‘지금 현진 씨가 느낀 감정이 진짜면 그게 맞는다’라고 해주셨다. 저는 사실 ‘나는 안 울고 관객들은 우는 영화면 좋겠다’라는 욕심을 가졌는데 제가 현장에서 너무 울었다. 그래서 ‘저 또 울었는데 괜찮아요?’라는 말을 정말 많이 했다. 괜찮다고 계속 해주셔서 나중에는 나오는 대로 했다”라며 웃었다.

서현진은 “기억을 잃어가는 마음과 머릿속이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우리가 느끼는 게 다 둔화돼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안에 갇히는 병인 것 같았다. 제가 겪었을 때는. 그래서 계속 내 안으로 들어갔다. 목소리도 좀 더 작아지고, 표현도 짧아지고, 중반부 이후에는 거의 대사가 없고 호흡 소리나 신음 소리만 있었다. 대본 리딩 하는 날 중반부 이후에는 말을 안 하고 있더라. 어떻게 보일까 되려 까다롭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진에 대한 포커스인 영화면 그게 드러나면 좋았겠지만 사실 수진을 포커싱한 영화가 아니다. 그의 병세 진행에 따른 가족의 변화, 행동의 변화, 마음의 변화에 중점을 둔 영화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결의 영화가 나와서 좋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일 고민한 건 초점을 조절할 수 있을까 였다. 보고 있는데 보지 않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저는 그런 느낌을 받았었기 때문에. 분명히 상대를 보는데 안 보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근데 저는 계속 저절로 초점이 맞더라. 결국에는 감독님이 멀리 뒤를 보라고 하셔서 그렇게 촬영했다”라고 했다. 

서현진은 “저한테는 큰 도전이었다. 스크린에서 낯설게 느껴지고 제 얼굴이 스크린에 적합하지 않을까 봐 걱정했다. 기술 시사 때까지만 해도 못 보겠더라. 그런데 언론시사회날 이야기해야 한다고 해서 끌려가서 봤다. 그건 이제 개봉하면 관객 분들이 판단해주실 문제 같다”라고 털어놨다. 

만약 수진의 상황이 서현진에게 처한다면 어떨까. 서현진은 “그런 공포감을 촬영할 때는 못 느꼈다. 그런데 질문을 받고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저도 연명 치료 거부를 신청하고 싶다는 생각을 최근에 하고 있다. 그래도 대본을 많이 외우니까 치매에 걸릴 확률은 좀 덜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 손을 많이 쓰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고 해서 바둑이나 장기를 배워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제 경험을 토대로 하다 보니 할머니가 초로기 치매 환자가 아니라 그게 초로기 치매 환자에게 맞는 몸짓이었을까 걱정하긴 했다. 병세가 심해질 수록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상태로 표현했다. 그런데 어린 아이 같이도 보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애들은 꼿꼿하게 있진 않으니까. 초반에 수진이가 변호사 직업을 가졌을 땐 꼿꼿한데 점점 무너져갈 때 좌우 밸런스, 앞뒤 밸런스 다 무너트리며 표현하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서현진은 “수진이가 자기 안으로 파고들고 자기 기억 속으로 매몰되는 병이었다. 되려 가족들이 섭섭하다. 어느 순간 반짝한다. 저희 할머니 3년 정도 앓다 가셨는데 저 기억 못하시고 마지막엔 엄마도 모르는 엄마의 10세 때만 기억하시더라. 그런데 나중에 갑자기 누구인지 몰라도 ‘구두쇠, 짠순이’라고 기억하는 것도 있으셨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서현진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너무 만감이 교차한다. 고맙기도 하고 밉기도 하다. 저라는 사람의 인격을 형성하게 하는 건 부모다. 세살 때까지의 교육으로 팔십세를 산다고 한다. 그래서 고맙지만 밉고, 그래도 또 효도하고 싶고 그러면서도 또 내가 한 효도를 기억 못해주면 치사하다고 생각도 들고 그런 존재다”라며 웃었다. 

서현진은 드라마와 영화와 달랐던 점에 대해 “다 새로웠던 것 같다. 드라마에서는 사실 각도의 제한도 있고 얼마나 다를까 궁금했다. 일단은 요즘에는 또 그렇게 많이 안 찍어주시는 순간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제가 원하는 동선을 리허설 때 물어보시고 거기에 맞춰 카메라 무빙을 해주셔서 표현의 폭이 훨씬 넓을 수 있었다. 드라마였다면 소변을 보거나 자해하는 등 너무 찐한 장면은 나갈 수 없었을 텐데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고 싶은 만큼 표현할 수 있던 게 좋았고 새로웠다”라고 말했다.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은 순간에 대해 서현진은 “부모님이 섭섭해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반려견에 대한 기억을 잃고 싶지 않다”라고 웃으며 “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제가 예전에 중, 고등학교 때 한국 무용을 한 거였다. 그렇다 보니 반복해서 동작을 한다. 어떤 순간에는 몰아의 경지라고 할까 아무것도 안 들리고 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때가 한 번 있다. 수련회에서. 그런데 연기할 때도 한 작품에 한 컷 정도는 있던 것 같다. 내가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집중했던 순간. 그런 순간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 그 느낌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가족애를 다룬 이번 영화를 서현진은 가족 중 누구랑 영화를 보고 싶을까. 서현진은 “가족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는 부모님한테 좀 섭섭한 시기였다. ‘부모인데 왜 내 편을 안 들어주지?’라고 생각할 때였다. 그때 엄마랑 싸웠을 때였다. 아빠가 시사회날 몸이 안 좋으셔서 못 오셨다. 최근에 아빠가 동생한테 그런 얘기를 하셨다고 하더라. ‘난 우리 집에서 왕따 같아. 너무 너희가 엄마랑만 친해’라고. 제 또래 다수의 아버님들이 그런 느낌을 받으셨을 것 같더라. 보통 육아를 엄마만 하던 시대라. 저희 아빠가 말씀이 많으셔서 저희가 ‘그만’이라고 끊어야 할 정도인데. 저는 못해봤는데 동생이 처음으로 아빠를 뒤에서 안아드렸는데 아빠가 말씀을 한참 못하시더라 라고 하더라. 그래서 아빠가 외로워서 말씀을 많이 하시나 보다 라고 생각했다. 아빠랑 보고 싶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나아가 서현진은 자신의 원동력에 대해 “연기를 하지 않으면 너무 심심하고 재미없는 사람이다. 연기할 때 제일 많이 만나고 밖에도 많이 나가서 훨씬 더 건강하다. 드라마 찍어야 하니까 좋은 음식 먹고 컨디션도 유지하려고 한다. 1년에 한 작품으 꼭 해야지라고 어느 순간부터 생각했는데 연기가 줄 것 같다. 오래 쉬면. 이 것도 결국에는 직업이고 어느 정도의 테크닉이고 현장감이라는 게 너무 떨어지면 내가 연기를 못하게 될 것 같아서. 저는 지금보다 잘하고 싶다. 그래서 쉬지 않고 하는 원동력은 그거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최근에는 좀 많이 안 쉬긴 했다. 반년은 쉬고 싶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끝으로 서현진은 “일단은 화장을 안해서 다르게 보였다. 드라마는 잘 때도 속눈썹 붙이고 자는데 그게 지웠다 다시 할 시간이 없어서 그렇다. 영화는 크게 이질감이 안 들었다. 연기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스크린에 적합하지 않을까 봐 진짜 많이 걱정했는데 그래도 많이 낯설게 보이지는 않아서 다행인 것 같다”라며 웃었다.

/ monamie@osen.co.kr

[사진] 트리플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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