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부가가치세 인하도 검토할 가치 있다

기자 2022. 5. 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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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석유파동이 한창이던 1979년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2%였다.

물가를 잡으라는 지미 카터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1979년 8월 취임한 폴 볼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기준금리를 6개월 동안 10%에서 19%로 꾸준히 끌어 올렸다.

상상을 초월할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취임한 지 2년 반이 되도록 볼커는 물가를 잡지 못했다.

1982년 말 이후 1983년에 미국 물가가 3%대로 떨어진 것은 볼커의 '금리인상 공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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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제2차 석유파동이 한창이던 1979년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2%였다. 물가를 잡으라는 지미 카터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1979년 8월 취임한 폴 볼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기준금리를 6개월 동안 10%에서 19%로 꾸준히 끌어 올렸다. 하지만 1980년 물가는 13.0%로 더 뛰었다. 볼커 의장은 그해 말에 기준금리를 역사상 가장 높은 22.0%까지 올렸다. 그런데도 1981년 물가는 거의 꺾이지 않은 10.3%를 기록했다. 상상을 초월할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취임한 지 2년 반이 되도록 볼커는 물가를 잡지 못했다. 물가가 3%대로 떨어진 것은 25%가 넘는 살인적인 대출 금리로 성장률이 마이너스 1.8%까지 떨어진 1982년 말 이후였다.

1982년 말 이후 1983년에 미국 물가가 3%대로 떨어진 것은 볼커의 ‘금리인상 공적’이 아니다. 볼커가 취임하기 전인 1975∼1978년 기준금리는 4%대에서 11%대로 점진적으로 올랐다. 하지만 물가는 6%에서 11%대로 치솟았다. 기준금리 인상만으로는 공급 요인으로 인해 상승한 물가가 잘 안 잡힌 것이다. 1982년 말 이후 미국 물가가 안정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유가 하락이다. 1981년 배럴당 36달러이던 유가는 1984년 16달러까지 계속 떨어졌다.

그리고 1983년 이후 무려 40년 동안이나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한 번도 5.5%를 넘은 적 없을 정도로 안정됐다. 유가도 여러 번 배럴당 100달러까지 올랐지만, 장기적으로 물가가 안정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추진한 규제 혁파와 감세정책 그리고 혁신정책과 개방화였다. 규제 혁파와 감세정책으로 공급곡선이 확장되면서 물가 하락을 주도했고, 그 위에 기술 혁신과 개방화 정책이 더해져 물가 안정을 공고하게 뒷받침했다.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쓰러져 가던 1970년대 미국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 레이건류의 공급 중심 경제정책이다.

지금 미국이나 한국은 1970년대 말과 비슷한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발생한 공급망 교란이 전 세계 인플레이션을 촉발했다. 미국 물가가 40년 만에 8%를 넘어섰고 한국도 2012년 이후 10년 만에 4.8%를 기록했다. 미국과 한국 중앙은행 모두 기준금리를 올렸고, 앞으로도 더 올리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1980년대 초 볼커의 경험을 새겨 볼 때,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침체와 실업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레이건처럼 규제 완화와 감세·혁신·개방 정책이 더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물가정책이다. 레이건 정부가 집권 직후인 1981년 원유 가격 상승 때 양도소득세(windfall profit tax)를 일시 폐지함으로써 유가 및 물가 안정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던 것처럼, 기준금리 인상보다는 부가가치세 인하가 훨씬 직접적이고 효과적이며 경기 우호적인 물가정책이다.

부가가치세를 2%포인트 낮추면 가격이 2% 정도 떨어지고 그 혜택은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간다. 물론 세수가 줄어드는 걱정이 있지만, 가격탄력성이 1이라면 물량이 2% 늘어남에 따라 세수 증대가 있을 것(래퍼효과)이므로 세수 감소 규모는 크지 않다. 법인세 인하도 나쁠 건 없지만, 법인세를 내지 못하는 대다수 영세 중소기업에는 혜택도 없을뿐더러 물가 인하 효과는 더더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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