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한·미 新동맹 시대와 기업의 역할

기자 2022. 5. 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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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美 대통령이 극찬한 한국 기업

지난 5년 온갖 규제 사면초가

尹정부 출범으로 재도약 계기

정부 IPEF 참여 매우 고무적

국격·국력은 참가 블록과 직결

中에 굴종 文정부는 반면교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박3일 방한 일정은 파격적이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로 시작해 현대자동차그룹과의 면담으로 마무리됐다. 그리고 주요 기업 총수들과 경제 단체장들이 함께하는 초유의 환영 만찬이 열렸다. 바이든의 방한 목적과 관심이 무엇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재벌은 경기 활성화를 위한 투자와 고용을 책임지면서도 ‘적폐’의 대상으로 간주됐다. 경제민주화 시각대로라면, 재벌은 탐욕의 화신으로 정치의 규율을 받지 않으면 정치권력을 압도할 만큼 그 세력을 키울 것이기에 마땅히 규제해야 할 ‘경제공룡’이다. 그런 재벌을 바이든은 콕 집어 파트너로 삼겠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천사가 아니다. 미국 국익에 따른 행동을 했을 뿐이다. 인정할 것은, 최소한 그는 문재인·김종인과 달리 ‘경제맹(盲)’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바이든 방한과 관련해 2가지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압축되는 미·중 패권 전쟁이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글로벌 1위 국가와 이를 추월하려는 추종국과의 패권 전쟁을 의미한다. 2021년에 중국은 이미 미국 GDP의 70%를 넘어섰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글로벌 포천 500대 기업’에서 2021년 기준 중국 기업은 135개로 미국의 122개를 추월했다.

또 하나는,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다. 경제 상황이 중간선거의 승패를 가른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0년 만에 최고치인 8.5%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인플레이션 수습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고용 회복을 위한 경기 활성화에도 부심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바이든이 한국 기업을 협력 파트너로 고른 것이다. 그는 한국의 첨단 제조 능력과 미국의 기술 역량을 결합해 공급망 위기에 대처하고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바탕으로 첨단 기술 패권을 확실히 거머쥐면 중국을 견제할 수 있고, 한국 글로벌 기업의 미국 내 현지 투자를 늘릴 수 있다면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고용을 증진시키고 당장 코앞에 닥친 중간선거에도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한·미 관계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질적으로 크게 변화할 수 있다. 한미동맹은 전통적 안보동맹에서 기술과 가치동맹, 나아가 투키디데스 함정의 맥락에서 글로벌 전략동맹으로 진화할 수 있다. 한미동맹이 안보·경제·공급망을 망라한 글로벌 동맹인 ‘포괄적인 전략동맹’으로 진화될 수 있다면 한·미 양국은 새로운 장기적인 협력의 틀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키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IPEF는 상품과 서비스 시장 개방을 목표로 하는 기존 무역협정과 달리 통상 의제에 공동 대응을 목적으로 하는 ‘포괄적 경제협력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처음 제안했으며,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필리핀·말레이시아 등 8개국이 참여한다. 공급망 안정화와 디지털 경제, 청정에너지·탈탄소 등을 주요 의제로 다룬다.

한국이 참여하면 한국의 국제 위상을 높일 수 있다. 한국의 IPEF 가입은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 그러면 중국에 사실상 굴종해 온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이 ‘중국의 대접’을 받았는지 반대 질문을 해 볼 필요가 있다. 국격은 국력에서 나오며, 국력은 편입된 국제질서 블록과 무관하지 않다.

바이든이 한국 기업을 협력 파트너로 고른 데 고무돼서일 수도 있지만, 국내 주요 그룹들이 곳간을 열었다. 삼성·현대차·롯데·한화·두산그룹이 향후 3∼5년간 투자키로 한 총금액은 590조 원이 넘으며, 이 가운데서 국내에만 480여조 원을 투입한다. 올해 정부 예산(607조 원)을 고려하면 약 79%에 해당한다. 3∼5년간의 투자계획이지만, 계획대로 투자가 이뤄지면 한국 경제를 한 단계 격상시킬 것만은 분명하다.

미국이 공들이는 한국 기업, 외국인이 발견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부끄러운 역설이다. 우리 기업은 사면초가 상태다. ‘반(反)기업 정서, 거미줄 같은 규제, 다락같이 높은 법인세율, 노(勞)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그것이다. 정책의 판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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