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병원 배출 방사성 요오드 제거 효율 280배 높인 소재 개발

왼쪽은 원자력발전소 배기가스 속 다량의 수분과 방사성 메틸요오드화합물이 동시에 유출되는 것을 나타낸 그림이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극소수성 금속유기 골격체(MOF) 흡착제의 사용으로 수분 접근은 차단되고 메틸요오드화합물이 선택적으로 포획되어 배기가스가 정화됐다. 화학공학 저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원자력발전소의 배기가스나 산업체, 병원 등에서 유출될 수 있는 방사성 요오드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황영규 화학공정연구본부 본부장과 홍도영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현재 쓰이고 있는 탄소계 흡착제에 비해 방사성 요오드 제거 성능을 280배 높일 수 있는 화학소재의 표면처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방사성 요오드가 호흡기로 침투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아주는 기술로 방사성 가스 배출을 통한 2차 환경오염을 줄이고 방사성 폐기물의 부피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방사성 폐기물은 원전뿐만 아니라 병원이나 산업체, 연구기관에서 방사성 물질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생성된 방사성 폐기물은 반드시 200리터 드럼 안에 포장해 폐기물 처분장으로 보내진다. 이 과정에서 드럼 당 1500만원의 처분 비용이 발생한다. 방사성 폐기물의 부피를 줄이고 처분 비용을 최대한 낮추는 것은 원자력 관련 산업의 주요 관심사다. 

특히 원전에서 발생하는 기체 방사성 폐기물 중 방사성 요오드는 다량의 수분과 함께 극미량이 배출되지만 농도가 낮아도 인체에 축적돼 갑상선암 등을 유발한다. 최근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방사성 요오드 제거 성능을 높인 흡착제가 요구되고 있지만 ppb(10억분율) 수준의 극미량의 요오드 화합물을 제거하는 데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차세대 다공성 소재로 가스 포획과 저장, 분리, 약물전달 등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되는 ‘금속유기골격체(MOF)’를 독성 가스 제거용 소재로 활용하고 있지만 수분에 취약하고 외부에 습기가 많을 때 제거 성능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MOF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원전 필터 혹은 방독면 등에 사용 가능한 MOF 표면을 특정 화합물로 처리해 메틸요오드화합물에 대해 고습 환경에서도 매우 높은 제거율로 포획할 수 있는 화학소재를 개발했다. 메틸요오드화합물은 기체 방사성 물질 중 주요 누출 핵종이다. 

연구팀은 메틸요오드화합물을 고습 환경에서 포획하기 위해 MOF 흡착제에 물을 싫어하는 성질을 부여해 수분 접근을 차단했다. 또 방사성 요오드와 상호작용하는 ‘은’을 활용해 메틸요오드화합물을 0.01ppb 이하로 포획했다. 후속 연구에서는 비싼 ‘은’을 대신해 활성물질인 아민류를 이용해 메틸요오드화합물을 더욱 강하게 포획, 99.999% 제거 성능을 약 11이 동안 유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기존 상용 활성탄 흡착제 대비 280배 높은 제거량이다. 

이미혜 화학연 원장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방사성 물질 유출에 대한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며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 보급에 안전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