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타격왕 도전하는 삼성 피렐라

김효경 입력 2022. 5. 26. 11:44 수정 2022. 5. 2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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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왕 등극에 대한 질문에 손가락을 입에 댄 삼성 호세 피렐라

"쉿!"
25일 현재 타격 1위는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호세 피렐라(33)다. 아직 시즌 전체 3분의 1도 넘어서지 않았지만 타율 0.398을 기록중이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피렐라는 타격왕에 대한 질문을 하자 손가락을 입에 댔다.

피렐라는 "그런 이야기 하면 안 된다. 좋은 분위기가 달아난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야구선수들 사이에선 기록에 대한 언급을 하면 좋지 않다는 미신이 있다. 그러면서도 "결과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매 경기 이기자는 생각 뿐"이라고 했다.

피렐라의 타격감은 무서울 정도다. 장소와 상대팀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안타를 생산하고 있다. 올 시즌 출전한 42경기 중 36경기에서 안타를 쳤다. 손가락 부상에서 돌아온 25일 대구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건강함을 입증했다. 배드볼 히터인 피렐라는 "(넓어진)스트라이크 존 변경은 신경쓰지 않는다. 히팅 존에 들어오면 다 치려고 한다"고 했다.

피렐라는 2014년 뉴욕 양키스에서 데뷔한 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거쳤다. 2020년엔 일본 히로시마 카프로 이적해 타율 0.266, 11홈런을 기록했다. 좌익수 보강이 필요했던 삼성은 2021시즌을 앞두고 피렐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팬들 사이에선 피렐라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 일본 성적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의 생각은 달랐다. 전지훈련에서 피렐라의 스윙을 본 박용택 해설위원도 "보통 외국인 타자들은 뭔가 보여주려는 스윙을 하는데, 피렐라는 아니었다. 배트 헤드를 최대한 끝까지 남기는 스윙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잘 할 것 같다"고 호평했다. 실제로 지난해 타율 0.289, 29홈런을 기록한 피렐라는 2년 연속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전력질주해 몸을 날리는 피렐라. [연합뉴스]


삼성 팬들은 피렐라를 좋아한다. 실력 뿐 아니라 야구에 대한 태도도 진지하기 때문이다. 과거 양준혁 해설위원이 그랬던 것처럼 타격을 하고 나면 1루까지 항상 전력 질주한다. 베이스러닝도 매우 공격적이다. 1루를 돌 때는 공격적으로 2루를 노리고, 포수가 잠시라도 공을 놓치면 다음 베이스를 향해 달린다.

삼성 구단 관계자들은 "평발이라 피로감을 많이 느낀다. 부상 위험도 있어 코치들이 말리는데도 소용이 없다"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미소짓는다. 실제로 지난 19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1루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다 손가락 염좌 부상으로 교체됐고, 세 경기에 결장했다.

피렐라는 "위험하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팀이 승리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할 거다.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해왔기 때문에 지금은 내 일부분이 된 것 같다. 은퇴하기 전까지 이런 플레이를 할 것"이라고 했다. 다행히 25일 경기부터는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지난해보다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횟수가 줄고, 수비 이닝은 늘어나 팀 공헌도는 더 높아졌다.

호쾌한 스윙을 하는 피렐라. [뉴스1]

피렐라는 최근 임시 주장을 맡기도 했다. 주장 김헌곤이 엔트리에서 빠진 사이 야수조 선수들이 모여 '대행'을 뽑았는데 피렐라가 '당선'됐다. 김지찬은 "주장답게 책임감 갖고 잘 이끌었다. 미팅을 소집해 이야기를 했다. 한국 선수와 똑같다"고 했다.

피렐라는 "한국 여권만 받으면 될 것 같다"고 껄껄 웃었다. 베네수엘라에서 뛸 때 주장 경험이 있다고 한 피렐라는 "캡틴은 굉장히 힘든 위치다. 야구장 안팎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고, 어떻게 플레이하고 집중하는지를 알려줘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나를 보고 배운다고 말해줘서 좋다"고 했다.

타격왕에 대한 의욕은 있지만 피렐라의 목표는 그저 치고, 또 치는 것 뿐이다. 피렐라는 "은퇴해서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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