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전례 없는 '손실의 시대'..해양위기는 곧 인류위기" [H.eco Forum 2022-기후위기와 바다]

2022. 5. 2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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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기조연설 미션블루 창립자 실비아 얼
해양동물 남획으로 회복력 구축여력 사라져
상어·참치·황새치·오징어 등 90% '절멸'
초대형 선박 소음·이산화탄소 '기후비용' 발생
해양 30% 보호구역 지정 동참 확산돼야
지금이야말로 인류강점인 '지식의 힘' 필요
실비아 얼 미션블루 창립자 겸 회장이 26일 서울 노들섬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2회 ‘H.eco Forum 2022(헤럴드환경포럼)’에서 ‘푸른 희망 아름다운 바다 탐험’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기후과학자들이 대기와 해양 사이, 기후와 해양 사이, 지구의 생물계와 기후 사이 불가분의 관계를 인식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21세기를 사는 우리 인류는 기후위기가 곧 해양위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제2회 ‘H.eco Forum 2022(헤럴드환경포럼)’의 첫 기조연설자로 나선 실비아 얼(Sylvia Earle) 미션블루 창립자 겸 회장은 “기후위기 해법의 열쇠는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부터 아는 것”이라며 인류의 지식이 바다를 돌보는 데에 신속하게 쓰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실비아 얼 회장은 26일 서울 노들섬 다목적홀에서 열린 ‘헤럴드 환경포럼’에서 과학자이자 탐험가로 50년간 바다에 몸담아 오며 마주한 현실을 자세히 풀어내면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100여곳 이상에서 7500시간이 넘는 수중탐험을 한 전설적인 해양학자다. 바닷속 15m 깊이 실험실에서 2주간 사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30여가지가 넘는 여러 종류의 잠수함도 경험했다.

그는 “저는 ‘전례 없는 발견의 시대’와 ‘전례 없는 손실의 시대’를 동시에 목격했다”며 “20세기 중반 이후 인류는 이전 모든 역사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이 배우기도 했지만 더 많이 잃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실비아 얼 회장은 심각한 남획으로 바다 시스템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인류는 거대한 규모로 해양동물을 찾아내고, 포획하고, 판매하는 데에 너무 능숙해졌다”며 “1970년 이후 생겨난 해양동물 사냥산업은 해양동물에게 회복력을 구축할 여력을 주지 않는다. 상어와 참치, 황새치와 오징어 등 많은 개체가 90%까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플라스틱과 기타 합성물질로 만들어진 어획 그물은 해양 화학작용의 혼란도 가중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 무역의 90%를 차지하는 초대형 선박 운송이 망가뜨리는 해양 시스템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100년 전엔 존재하지도 않았던 초대형 선박 운송이 만들어내는 기후비용에 대해 알아야 한다”며 “초대형 선박 운송은 거대하고 파괴적인 소음을 내고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면서 한때 건강하고 활기찼던 생태계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비아 얼 회장은 바다가 위험에 처했다는 건 인류도 위험에 직면했다는 의미라고 역설했다. 해양생태계는 인류를 존재케 하는, 지구에 내장된 ‘생명 유지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는 물고기와 해양동물을 나무로, 바다는 이 나무들이 모여 탄소순환이 일어나는 거대한 숲으로 비유했다. 그는 “바다숲은 탄소를 포획하고, 먹거리를 생성하며, 대기와 바다로 산소를 공급해 주는 광합성 유기체들의 거대한 집합소”라며 “물고기와 해양동물을 바다 밖으로 빼내면 이런 탄소 순환고리가 끊어진다.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는 의미다. 나무를 태우고 숲을 싹 밀어버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2020년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에 따르면 살아 있는 고래의 가치는 1조달러(약 1265조원)”라며 “고래는 탄소를 머금고 있을 뿐 아니라 영양분을 다시 바다로 내보내 식물성 플랑크톤을 풍부하게 만든다. 크고 작은 다른 물고기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모든 동물이 해양 시스템에 관여돼 있기 때문에 바다가 복합적으로 살아 있고 생명이 상호 공존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표면에 있는 물 가운데 바다가 약 97%를 차지하는 지구가 달과 화성, 목성과 다른 지점이다.

실비아 얼 회장은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2030년까지 더 많은 보호구역이 지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전 세계 육지의 약 15%, 바다의 약 3%만이 보호구역이다. 그는 “현재까지 70개국이 2030년을 목표로 육지와 해양 각각 최소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약속했다. 여기에 동참하는 국가는 늘어나고 있다”라며 “이 보호구역엔 연안국 관할권 밖에 있는 방대한 공해지역도 최소 30%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적과도 같은 푸른 행성이 있기에 인류가 존재할 수 있다. 이는 얼마나 행운인가”라고 감탄하며 “이 행성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 인간이 가진 최고의 강점인 ‘지식의 힘’을 사용하기에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인류는 자연과 조화롭게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구의 쇠퇴를 회복으로 바꿀 수 있다”며 연설을 맺었다.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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