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돌아온다' 사람을 향한 그리움 결국 사랑이다

2022. 5. 2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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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욱현 작가의 연극 ‘돌아온다’는 2015년 서울연극제 우수상, 연출상을 수상하고 2017년 허철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제41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2015년 초연된 이 작품은 사람 냄새가 짙은,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Info

장소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기간 ~2022년 6월5일

티켓 R석 7만 원, S석 5만5000원,

A석 4만 원

시간 화, 수, 목 7시30분 / 금 2시 / 토, 공휴일 2시, 6시 / 일 2시

출연 주인남자 – 강성진, 박정철 / 청년 – 김수로, 정상훈 / 여선생 – 이아현, 홍은희 / 할머니 – 김곽경희, 유안 / 스님 – 리우진, 최영준 / 귀신남편 – 안두호

2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작품은 강성진, 박정철, 김수로, 정상훈, 이아현, 홍은희, 최영준 등이 합류해 탄탄하면서도 합이 제대로 맞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여준다. 무대는 단출하다. 시골의 막걸리 집이 배경이고 그곳에 와 막걸리 한 잔을 나누는 이들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그리운 이들을 마음에 품고 막걸리 한 잔을 마신다.

경기도 외곽, 시골 마을에 식당이 하나 있다. 식당의 이름은 ‘돌아온다’ 식당. 이 막걸리 집은 사람을 끌어 모으는 비결이 있다. 바로 막걸리의 맛이 아닌 가게에 걸린 투박한 손 글씨글이다.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옵니다’라는. 식당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퍼졌다. 이곳에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온다고. 오는 이들에게 막걸리 한 잔씩 나눠주는 가게 주인부터, 입에 ‘소새끼’라는 욕을 달고 사는 욕쟁이 할머니, 그리고 군대 간 아들을 기다리는 초등학교 여선생님, 집 나간 필리핀 아내를 기다리는 청년 등이다. 손님들은 날마다 식당에 막걸리를 마시러 온다. 그러던 중 식당 인근 야산 절에 새로 거처하게 된 스님이 찾아온다. 이들은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식당에 걸려 있는 액자를 쳐다본다. 마치 그래야 마음 속에 품은 그리운 이가 돌아온다고 믿는 것처럼. 일종의 주술처럼 말이다.

그들은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이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그리운 이들은 그 사연의 골이 깊고 각자를 힘들게 한다. 군대를 갔지만 제대하는 날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들을 기다리는 초등학교 여선생님, 인근 사찰에서 내려 온 스님은 알고 보니 욕쟁이 할머니의 아들이다. 인심 후하고 사람 좋게 생긴 가게 주인에게도 사연은 있다. 그의 철없는 아들은 아버지에게 늙고 힘 없는 할아버지를 버렸다고 매일 소리치며 돈을 뜯어가고, 결국에는 막걸리 집까지 팔아버린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떠나 버린다. 어느 날, 막걸리 집 아저씨는 거울을 본다. 그 거울 속에는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이 있고 그 모습은 흡사 아버지와 똑같다. 가게 아저씨는 늙은 아버지를 떠올리며 이야기한다. ‘아버지, 이렇게 가까이 계셨네요’라고.

이렇게 마음 속에 품은 무거운 사연을 서로 나누며 가게에 모인 이들은 사람의 가치와 그 존재의 소중함을 공유한다. 오가는 막걸리 잔, 토로하는 심정의 끝은 결국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다. 극은 ‘누구나 가슴 속에 그리운 사람 혹은 무언가를 하나쯤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연극은 우리 주변에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온 가족과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감동과 웃음을 선사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리얼리티에 충실해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전혀 관계 없을 것 같은 캐릭터들의 등장이 나중에는 마치 퍼즐처럼 맞춰지는 서사는 짜임새 있다. 인간이 원초적으로 지닌 그리움과 기다림의 정서를 여과 없이, 그리고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수작이다. 이 무대가, 배우가 진정 기다리고 돌아오기를 기다린 것은 아마도 관객이었을 것이다. 그 진심을 발견할 수 있는 극이다.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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