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 Mania | 청권사, 효성과 우애 깊은 둘째 왕자

2022. 5. 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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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2호선 방배역은 서리풀공원과 방배근린공원 사이에 있다. 여기 4번 출구에서 내려 약 50m쯤 걸으면 청권사가 나온다. 바로 조선 태종의 둘째 아들 효령대군의 사당과 묘를 모신 곳이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서사의 중심은 태종, 양녕 그리고 충령이었다. 효령대군은 권력과 거리가 있는 것처럼 묘사된다. 물론 역사적 사실이다. 효령은 양녕이 폐세자가 되자 한때 세자가 되는 꿈을 가졌지만, 동생 충녕의 성덕이 출중한 것을 알고 기꺼이 세자를 동생에게 양보한 뒤 자신은 불교에 정진해 왕실과 권력에서 스스로 멀어져 간 인물이다.

조선 왕조는 27명의 왕이 있었다. 이들 군왕의 평균 수명은 47세이다. 물론 영조처럼 장수한 군왕도 있었고 즉위하고 바로 세상을 뜬 임금도 있었다. 아마 군왕 자리가 주는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었나 보다. 태종은 양녕대군, 효령대군, 충녕대군, 세 명의 아들을 두었다. 양령은 효령보다 2살 위, 효령은 충녕보다 1살 위이다. 이들의 수명의 살펴보면 양녕은 68세, 세종대왕은 53세에 세상을 떠났지만 효령은 92세까지 장수했다. 막내 세종대왕이 세 형제 중 제일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일에 파묻혀 나라와 백성을 위해 하루도 게을리하지 않는 세종에게 국정은 무거운 짐이었을 것이다. 양녕은 비록 우애 깊은 동생이지만 세종의 존재를 의식해 권력에 뜻이 없음을 보여주려 노력했을 것이다. 효령 역시 마찬가지다. 영민하고 글과 활 쏘기에 재주가 있던 그는 충녕이 세자가 되자 부처님께 국가와 백성 그리고 왕실의 번영을 기도했다. 이런 무위의 신심이 아마도 효령대군 장수의 비결일 것이다.

청권사는 영조 대에 건립되었다. 사당 이름 ‘청권’은 중국 고사에서 유래한다. 주나라 때 태왕이 장남과 차남을 두고 셋째 계력에게 양위를 했다. 이에 부왕의 뜻을 알고 두 형제가 삭발하고 은거하며 동생 계력에게 왕위를 양보한 미덕을 공자께서 칭송한 말에서 따온 것이다. 사당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우진각 맞배지붕으로 정조가 현판을 헌액했다. 정문을 들어서면 제사를 준비하는 묘련재가 나오고 외삼문이 있는 청권사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이 계단을 오르내릴 때 나름의 예가 있다. 올라갈 때는 오른쪽 문, 내려갈 때는 왼쪽 문을, 가운데 계단과 문은 축관이 올라가는 계단이다. 효령대군과 해주 정씨의 묘는 봉분이 구분된 쌍묘이다. 앞에는 상석, 문인석 등이 있어 군왕의 능과 같은 규모는 아니지만 나름 정결하고 품위가 있다.

군호에서 보듯 효령대군은 효성이 지긋했다. 저녁에는 태종과 원경왕후의 잠자리를 보아드리고, 아침에는 문안을 드렸다는 기록이 있다. 이에 태종도 효령을 아껴 명나라 사신을 접견하는 자리에 꼭 효령대군을 배석시켰다고 한다. 효령대군은 불교경전을 언해했고 관악산 연주암 중건, 월출산 무위사, 만덕산 백련산을 중창했으며 세조 때 원각사 건립에 도제조로 참여해 불종과 원각사지 10층 탑을 세우는데 중심이 되었다. 물론 유교 국가에서 불교에 심취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효령대군에 대해 세종이 우애 있고 공손하게 대접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명나라 사신 영접연에서 효령대군이 세종에게 술잔을 올렸는데 세종이 일어나 술잔을 받았다. 이를 보고 명나라 사신이 연유를 묻자 황희가 ‘임금과 신하의 구분이 비록 엄격하지만 형님에 대한 예의 또한 존귀하다’고 답해 사신이 감동했다. 효령대군은 슬하에 7남2녀, 손자 33인, 증손자 110인을 두어 다복했다. 양녕과 더불어 군왕의 자리를 동생에게 양보했기에 세종이라는 명군이 탄생한 공을 후손 번창의 복으로 받은 것이 아닐까.

[글 장진혁(프리랜서) 사진 문화재청 ]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31호 (22.05.3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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