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보다 망각?..'우리는 왜 잊어야 할까'

박현주 미술전문 2022. 5. 2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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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신경학 및 정신의학 교수로서 자타공인 '기억 전문가'인 저자는 '우리는 왜 잊어야 할까'를 통해 우리가 걱정하는 증상 중 대다수가 병적 망각, 즉 알츠하이머병이 아니라 '정상적 망각'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의 프롤로그 제목처럼 "고화질 사진 같은 기억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바꿔 말하면, 영화 속 슈퍼 히어로나 갖고 있을 법한 이러한 비현실적인 능력에 가려져, 실제로 우리 뇌가 우리를 '살리기 위해서' 매일 발휘하고 있는 망각의 인지 능력은 뒷전이 되어 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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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망각은 ‘결함’이 아니라 ‘선물’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신경학 및 정신의학 교수로서 자타공인 ‘기억 전문가’인 저자는 '우리는 왜 잊어야 할까'를 통해 우리가 걱정하는 증상 중 대다수가 병적 망각, 즉 알츠하이머병이 아니라 ‘정상적 망각’이라고 강조한다.

익숙한 단어나 오랫동안 외우고 있던 비밀번호와 계좌번호 등이 ‘툭 튀어오르듯’ 생각나지 않을 때, 섣불리 ‘치매’를 염려하곤 한다. 이때의 ‘치매’란 실제적 질병이라기보다는 현대인의 ‘기억 강박’이 불러온 일종의 환상통에 가깝다. 저자는 “나는 기억 전문가이지만 내가 듣는 이야기는 모두 망각에 관한 것”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문제는 그러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병적 망각이 아니라 정상적 망각에 관해 불평한다는 점이다.

어찌 됐거나 ‘망각은 우리에게 이롭다’라는 말은 사람들의 반발을 사기 십상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 제목처럼 “고화질 사진 같은 기억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바꿔 말하면, 영화 속 슈퍼 히어로나 갖고 있을 법한 이러한 비현실적인 능력에 가려져, 실제로 우리 뇌가 우리를 ‘살리기 위해서’ 매일 발휘하고 있는 망각의 인지 능력은 뒷전이 되어 온 셈이다.

'우리는 왜 잊어야 할까" 책은 일반인들에게 뿌리내린 ‘기억 강박-망각 공포’를 직시하고 완전히 뒤집어 보자고 제안한다. 대표적인 예로 자폐스펙트럼장애(자폐증)를 들 수 있다. 자폐증 환자들은 때때로 ‘서번트 증후군’이라는 뛰어난 기계적 암기 능력을 보이기도 하지만, 세부 사항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잊어버리지 않는 바로 그 능력 탓에 일상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책에는 선천적으로 해마 기반의 기억 능력이 떨어지는데도 훌륭한 진단을 내리는 의사 ‘닥터 X’의 사례가 담겼다. 자신의 타고난 기억력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것을 장점으로 승화하여, 편견이나 잘못된 판단을 경계하게 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저자에게 상담을 받으면서, 자신은 세월이 흐르면서 기억력이 나빠진 게 아니라 원래 “내 뇌가 그렇게 생겼어요”라고 말한다.

닥터 X처럼 우리 모두는 저마다 ‘이렇게 생긴 뇌’를 가지고 태어나며,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히 조금씩 기억을 잃어 간다. 과학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맹렬히 발전하고 있고, 언젠가는 기억 감퇴의 치료약이 개발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선천성과 노화라는 두 가지 요인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때 우리가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끝없이 고통받는 뇌에 허락된 단 하나의 선물은 ‘잊기’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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