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볶음·장조림을 이겼다, 주문 1위 반찬계 황태자는.. [사장의 맛]

석남준 기자 2022. 5. 2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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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먹는 반찬 시장 연간 2조원 규모.. 점점 확대
집반찬연구소 박종철 대표

만원짜리 백반집에 가면 반찬을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습니다. 백반집만큼 반찬을 사서 밥상을 차리면 꽤 많은 돈이 듭니다. 꼬박꼬박 집에서 반찬해먹는 부모 세대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난 2016년 12월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박종철 대표가 이 시장 트렌드를 말해줍니다.

온라인으로 반찬 매출 100억 비결...’여사님’과 간보기 [사장의 맛]

집반찬연구소 박종철 대표가 집반찬연구소에서 판매하는 상품 곁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지호 기자

◇반찬 시장 2조원대, 오프라인으로 간다

-업계에선 반찬 시장을 2조원대라고 보고 있습니다. 밀키트를 뺀 순수 반찬시장만 그렇다는 건데요, 정말 그렇게 될까요?

“당연히 반찬 시장은 커집니다. 앞으로 멸치볶음, 장조림 할 줄 아는 사람 별로 없을 거예요. 어머니 세대까지는 집에서 반찬을 다 만들어 먹었지만, 저희 세대만 해도 그렇지 않거든요. 만드는 게 어렵다기 보다는 ‘반찬은 만들어 먹는 것’이라는 생각이 사라지고 있어요.”

-반찬을 아예 안먹게 되는 건 아닌가요?

“매일 스파게티, 라면만 먹고 살 순 없거든요. 밥 먹을 때가 반드시 있잖아요. 당연히 반찬이 있어야 하고. 실제 지금도 매일 반찬 시장은 커지고 있어요.”

-반찬 시장은 온라인, 오프라인 중에 어디에 힘이 실릴까요?

“저는 온라인 30%, 오프라인 70%로 보고 있어요.”

-오프라인 반찬 프랜차이즈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데, 집반찬연구소는 온라인에서만 반찬을 팔잖아요?

“저희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통합을 계획하고 있어요. 이미 프랜차이즈 오프라인 반찬가게가 많지만, 좀 다른 모습을 생각하고 있어요. 왜 반찬가게는 작아야 할까요? 공장처럼 400평 이상의 반찬가게를 만들 거예요. 서울 강남구에 2개 정도를 포함해서 7개를 까는 게 목표예요.”

-대규모 반찬가게? 상상이 잘 안 되는데요.

“400평을 기준으로 350평은 식자재 들어오고 직접 반찬을 만드는 공간이고요. 나머지 50평은 매장이 되는 구조에요. 동네 반찬가게는 반찬 가짓수가 100개를 넘기기가 어려워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구조에선 250개 이상의 신선한 반찬을 주문하고 바로 가져갈 수 있죠. 저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고객이 먹고 싶은 반찬을 한 번에 쉽게 주문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스타벅스처럼요. 직접 방문해서 사거나 앱으로 주문하고, 가게에 들러서 저 누구예요라고 말하면서 픽업해갈 수 있는 거죠.”

집반찬연구소 상품으로 만든 한상차림. /집반찬연구소

◇온라인 쉽다고? 1등과 경쟁해야 한다

감자옹심이 식당을 운영하던 박 대표는 집반찬연구소를 창업하며 생소한 온라인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온라인 창업에 앞서 컴퓨터 학원에도 다니고 1년 넘게 온라인 마케팅 수업을 쫓아다녔다고 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업은 얼마나 다른가요?

“경쟁자가 달라요. 음식점은 그 동네에서 1등, 범위를 넓혀 구에서 1등하면 끝나죠. 온라인 사업은 시작과 함께 전국 1등과 경쟁해야 합니다. 음식점에 빗대 다시 말씀드리면 제가 갈비집을 창업하는데 부산에서 제일 유명한 암소갈비집과 경쟁해야 한다는 거예요.”

-비용 차원에선 온라인 사업의 장벽을 낮게 보는 분들이 있던데요.

“얼핏 오프라인에서 사업을 하면 고정비용이 많이 들어갈 것 같잖아요. 온라인 사업은 집에서 해도 되고, 변두리에 사무실 얻어서 해도 되니까요. 저도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저 임대료를 배송비로 생각했죠. 음식점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10~25% 정도인데, 임대료는 고정이잖아요? 오프라인 사업의 경우 매출이 늘면 임대료 비중은 떨어지는데, 온라인 사업의 배송비는 그렇지 않아요. 정비례 합니다. 절대 무시할 수 없어요.”

집반찬연구소는 4만4000원 이상 구매하면 무료배송을 합니다. 박 대표는 “이래저래 계산을 해보니 배송료를 4000원이라고 치고, 전체 비용에서 물류비가 10%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현재 집반찬연구소의 객단가는 4만5000원~4만7000원이라고 합니다.

-또 차이가 있나요?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죠. 음식점에서는 고객이 문제를 제기하면 ‘바꿔드릴게요’하면 됩니다. 그런데 온라인에선 즉각적으로 대응이 불가능해요. 고객 한 분이 ‘미역국에 고기가 정말 많이 들어있어요’라며 극찬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다른 고객은 ‘왜 고기가 두 개밖에 없느냐’는 리뷰를 남겼더라고요. 제가 가장 가슴 아프게 읽었던 후기예요. 즉각적인 대응이 안 되니 저희는 환불에 더해서 적립금 같은 플러스 알파를 드리려고 해요. 이제 고기는 따로 삶아 똑같이 넣어드립니다.”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다를 것 같아요.

“온라인 사업은 코인(가상화폐)과 비슷한 점이 있어요. 오프라인 사업은 영업시간 끝나면 정말 끝인데, 온라인 사업은 마감이 없어요. 24시간이에요. 사업 초창기에는 코인 투자한 분들이 그렇듯 계속 사이트를 들여다보게 돼요. 자다가 일어나서 사이트 들어가보는 일이 반복되죠. 잠을 못 자요.”

◇사람들은 무슨 반찬을 시켜먹을까

여전히 집 반찬을 사먹는 게 어색한 분들이 많습니다. 기자 역시 반찬을 시켜먹은 적이 없습니다. 그럼 사람들은 어떤 반찬을 시켜먹을까요. 밑에 표로 정리해봤습니다.

-인기있는 반찬이라는 게 크게 특별하지 않네요?

“주문의 80%는 익숙한 반찬들이에요. 미역줄기볶음, 메추리알, 멸치볶음 같은 반찬을 주기적으로 꼭 사는 거죠. 저희 객단가가 4만5000원~4만7000원이라고 했잖아요? 보통 반찬 5개를 사면 4개는 아주 익숙한 반찬을 주문하는 거예요.”

-그런데 신메뉴를 계속 내놓는 이유가 있나요.

“저희가 등록을 마친 반찬 메뉴가 500가지가 넘어요. 저희가 6년차니까 매년 100개 정도씩 신메뉴를 내놓은 셈이죠. 매출 대부분은 익숙한 반찬들이지만 매번 같은 것만 사면 억울하잖아요. 그래서 고객들이 한 개씩은 새로운 걸 주문해요. 사야할 이유를 만들기 위해 신메뉴는 꼭 필요하죠.”

-신메뉴라 하면 뭐가 있나요.

“달래가 나오면 달래장도 만들고, 석가탄신일 즈음해선 사찰 음식 세트도 내놓고요.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요리 놀이터’라는 제품을 내놓았어요. 제가 애가 셋인데, 코로나가 심할 때는 매일 심심하게 집에만 있었어요. 아이들이랑 요리를 같이 할 수 있는 쿠킹박스를 내놓자는 아이디어가 나와서 판매하게 됐죠. 칼국수, 피자, 쌀카스테라 만들기 등 여러 버전이 있는데,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수백개씩 주문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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