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발사 뒤 '침묵'하는 北.. 앞으로도 계속?

이설 기자 2022. 5. 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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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에만 4번째.. 기존 관영매체 보도 관행과 달라
코로나19 방역상황 때문?.. "빅이벤트 준비할 수도"
25일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2022.5.2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북한이 올 들어 네 번째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보도를 하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26일 오전 현재까지 전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25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총 3발의 탄도미사일을 쐈다. 이 가운데 1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화성-17형', 나머지 2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단거리탄도미사일(KN-23)으로 추정된다.

군 당국은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 중 1발은 발사 직후 고도 약 20㎞ 상공에서 소실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탄도미사일 등 무기체계를 시험한 뒤엔 대개 그 다음날 관영매체를 통해 그 의미와 김정은 당 총비서의 참관 여부 등을 보도해왔다. 그러나 이달 들어선 일절 관련 내용을 언급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달 4일 ICBM, 7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12일 초대형방사포(KN-25) 시험발사 때도 보도하지 않았다.

물론 그간 북한이 미사일 발사 사실을 보도하지 않은 사례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미사일 발사에 '실패'했을 경우가 그랬다. 일례로 올 3월16일 북한 순안국제공항에서 시험발사한 ICBM '화성-17형'이 고도 20㎞ 미만 상공에서 폭발해버렸을 때도 북한 매체들은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의 이달 연이은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선 "자체적으로 세운 성능 기준에 못 미쳤다고 판단해 발사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쏜 미사일 가운데 25일 발사된 단거리탄도미사일 중 1발을 제외하곤 '실패'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월27일과 3월5일 '화성-17형' 개발의 일환으로 탄도미사일을 2차례 쏜 뒤 '정찰위성 개발 시험'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또 북한은 3월24일엔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우리 군 당국은 '화성-15형'을 쏜 것으로 분석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맞서 방역전선에 투입된 병사들을 치켜세웠다.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조선인민군 군의부문 전투원들은 인민의 충복, 인민의 아들딸, 인민의 행복 수호자로서 영예로운 사명을 다하기 위해 헌신적인 투쟁을 벌여왔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일각에선 이처럼 북한의 발표(보도) 내용과 실제와의 차이에 따른 이른바 '기만론'을 의식해 무기체계 시험에 관한 보도방침을 바꿨을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된다.

또 한미동맹의 대북 억제력 강화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일종의 '견제' 차원에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 관련 보도를 자제하는 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현장 사진과 함께 관련 내용을 보도할 경우 한미 당국 입장에선 해당 무기체계에 대한 좀 더 신속하고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이 계속 '미보도'로 한미 당국은 정찰·감시자산을 통해 원거리에서 탐지한 제원 위주로 분석을 진행해야 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반면 다른 일각에선 현재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단 점을 들어 "일시적으로 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코로나19 유행과 그에 따른 방역활동 강화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북한 당국이 미사일 등 무기체계 개발을 계속하는 모습을 선전할 경우 "민심이반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선전하는 것과 코로나19 비상방역 알리는 상황이 매체상에 공존하는 게 맞지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대외 메시지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며 "대외 메시지를 발신하는 차원에서 미사일 발사는 하되 공개를 안 하면서 압박 효과를 노렸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추후 그 확산세가 가라앉으면 관련 보도를 다시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북한 당국이 매일 발표하는 통계상으론 최근 코로나19 의심 환자로 추정되는 유열자(有熱者·발열자)와 사망자 수가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준비 중인 동향도 계속 포착되고 있기에 추후 핵실험을 실시한 뒤 핵무기 투발수단에 해당하는 각종 탄도미사일 등의 시험을 진행해온 사실을 한꺼번에 공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홍 실장도 "북한이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안정세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추후 핵실험이란 '빅이벤트'를 진행한 뒤 크게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우리 정부는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추가 핵실험을 하기 위한 준비를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현재 핵실험에 필요한 기폭장치 작동시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북한이 내달 상순 개최하기로 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에서 핵실험 실시에 관한 결정서를 채택하고 바로 행동에 옮길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s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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