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송어', 후원자 요청에 피아노 5중주로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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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들어 본 제목이고 또 흥얼거릴 수도 있을 만큼 귀에 익은 멜로디인데도 누군가가 "이 음악은 제목이 뭐예요?"라고 물어오면 선뜻 입이 잘 안 떨어지는 작품들이 있다.
"슈베르트 선생. 사실 난 아마추어 첼리스트라네. 이 곡이 너무 마음에 드는데 혹시 내가 이 곡을 친구들과 함께 연주할 수 있도록 실내악 작품으로 써 줄 수 있겠소?" 슈베르트는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가곡 '송어'의 선율과 주제를 변주해 1821년 완성한 작품이 바로 피아노 5중주 '송어, Piano Quintet Op.114, D.66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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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슈베르트
낭만 서정시인 슈바르트 詩에
1817년 20세 되던 해에 작곡
1821년 5중주로 변주해 완성
우리 교과서엔 ‘숭어’로 오기
분명히 들어 본 제목이고 또 흥얼거릴 수도 있을 만큼 귀에 익은 멜로디인데도 누군가가 “이 음악은 제목이 뭐예요?”라고 물어오면 선뜻 입이 잘 안 떨어지는 작품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슈베르트(1797∼1828)의 ‘송어’다. 우선 제목이 그렇다. 필자도 ‘송어’라고 표기하고 있지만 학창 시절 음악 선생님에게 배웠던 기억으로는 ‘숭어’다. 또 가곡으로 배웠던 기억이 또렷한데도 현악 5중주의 실내악 장르로도 종종 만나게 된다.
가곡 ‘송어, Op.32, D.550’은 ‘반짝이는 시냇가에서 즐겁고 변덕스럽게 움직이는 송어들은 화살만큼 빠르네’라는 첫 구절로 시작한다. 그리고 첫 구절의 가장 앞머리 가사 ‘반짝이는 시냇가에서(In einem Bachlein helle)’에 제목의 정답이 들어 있다. 바로 ‘시냇가’에서 헤엄치는 민물고기 ‘송어’다. 바닷물고기인 숭어도 강 하구까지 와서는 노닌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숭어는 바닷물고기다. 더구나 원제목이 Die Forelle(송어, The Trout)이니 이 작품의 제목은 ‘송어’가 확실하다. 그런데 왜 교과서와 음반 등에는 ‘숭어’라고 실려 있었을까? 해방 후 우리나라의 번역서들이 대부분 일본 서적을 통해 이뤄진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경우도 그랬는데 바닷물고기와 생선회가 익숙한 일본인들이 ‘숭어’라고 오역한 것을 고스란히 들여와 벌어진 번역상의 오류였던 것이다. 2007년이 돼서야 오류를 발견한 교육부가 ‘교과서 편수자료’에서 ‘숭어’를 ‘송어’로 바로잡도록 해 개정됐고, 그럼에도 6개의 출판사가 계속 숭어로 잘못 표기한 것을 발견해 2011년엔 완전히 ‘송어’로 바로잡았다. 또 이 작품은 가곡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피아노 5중주로서도 가곡 못지않게 유명하다. 원래는 슈베르트가 20세가 되던 1817년, 낭만 서정시인 크리스티안 슈바르트(1739∼1791)의 시에 붙여 작곡한 가곡 작품이다.
슈베르트의 절친한 친구 중엔 빈 국립오페라단의 명가수 미하엘 포글(1768∼1840)이라는 바리톤이 있었다. 그는 슈베르트보다 약 30세나 연상이었지만 이 바리톤 친구는 슈베르트를 알리기 위해 그 유명한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를 비롯, 슈베르트가 작곡한 가곡들을 항상 여기저기서 불러주고 다녔다. 요즘으로 치면 인플루언서 바이럴 같은 셈이었다. 1819년 여름, 슈베르트와 포글은 오스트리아 슈타일 지방으로 휴가 겸 연주여행을 떠났는데 그곳에서 포글은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를 부르게 된다.
그때 연주장엔 음악애호가이자 재벌 광산업자인 질베스터 파움가르트너(1764∼1841)도 있었다. 이 광산업자는 곡에 깊은 감명을 받았는지 아니면 가난한 젊은 예술가에게 경제적 후원을 해주고 싶었는지 이런 제안을 하게 된다. “슈베르트 선생. 사실 난 아마추어 첼리스트라네. 이 곡이 너무 마음에 드는데 혹시 내가 이 곡을 친구들과 함께 연주할 수 있도록 실내악 작품으로 써 줄 수 있겠소?” 슈베르트는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가곡 ‘송어’의 선율과 주제를 변주해 1821년 완성한 작품이 바로 피아노 5중주 ‘송어, Piano Quintet Op.114, D.667’이다. 이 작품엔 1819년 여름, 슈베르트가 포글과 함께 여행하며 눈과 귀, 가슴에 담았던 여행지의 정취가 흠뻑 담겨 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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