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발에 미사일로 대응하더라도 그건 '외교적 메시지'여야 [핫이슈]

김인수 2022. 5. 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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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탄도 미사일 발사에
한국도 지대지 미사일 발사
불법 도발에 벌 줄 힘 있다는 걸
보여줄 때 北 호구 안될 수 있지만
무력 대응 역시 외교적 메시지의
일환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돼
북한과 물밑 대화 노력 계속해야

북한이 25일 오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 3발의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우리도 이날 미사일로 대응했다. 합참은 오전 10시 20분께 "한·미 미사일 부대가 한국군의 현무-II, 미군의 ATACMS(에이테킴스)를 1발씩 동해상으로 발사하는 연합 지대지미사일 실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도발에 한국군과 미군이 공동 대응한 것은 2017년 7월 이후 4년 10개월 만이다.

북한의 도발에 원칙 있게 맞선 건 평가할 만한 일이다. 북한의 도발이 두렵다고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는 식으로 대응하는 건 옳지 않다. 그렇게만 하면 대한민국은 북한 정권의 호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우리 측의 미사일 발사 같은 '무력적 성격의 대응' 역시 외교적 메시지여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목표는 평화다. 북한의 도발에 일대일로 맞대응하며 전쟁의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것은 결단코 아니다.

쿠바 위기를 다룬 영화 'D-13'의 한 장면이 문득 기억이 난다. 소련은 쿠바에 핵미사일 기지를 건설한다. 당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군함을 동원해 쿠바 인근 해역을 봉쇄한다. 소련의 배와 잠수함이 쿠바 해역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막은 것이다. 핵 전쟁의 문턱까지 간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었다.

영화 역시 당시 상황을 긴박감 있게 그려낸다. 적의 접근으로 여겨지는 상황을 탐지한 미군 해군 함장은 교전 수칙 적용을 고집한다. 교전 수칙을 적용해 무력으로 대응하자는 거였다. 그러나 당시 군함에 탑승한 국방장관은 이를 막는다. 그는 쿠바 봉쇄 같은 군사적 조치 역시 모스크바(소련의 수도)를 향한 외교적 메시지라는 것을 강조한다. 무력 동원 역시 전쟁이 아니라 외교적 수단이라는 뜻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앞으로 군사적 긴장 수위는 높아질 것이다. 북한 권력층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 핵을 포기하는 순간, 비참한 최후를 맞은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 같은 최후를 맞을까 겁을 낸다. 그들은 핵위협을 활용해 정권을 유지할 경제적 대가를 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할 수 없다. 북한 권력자들의 핵 인질이 되어, 그들의 호구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북한 권력자들의 불법 행위에 벌을 줄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없다면, 우리는 그들의 호구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측의 미사일 발사는 우리에게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원칙 있는 대응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미사일 발사 역시 평양에 보내는 '외교적 메시지'여야 한다. 북한과 대화의 창구를 닫아서는 절대 안 된다. 대화를 하지 않으면 상대가 어떤 외교적 메시지를 보내는지를 알 수가 없다. 소통 창구를 항시 열어두는 노력을 해야 한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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