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세계일주] 지구에서 가장 순도 높은 별빛..유엔 보호 받는다

글·사진 김영미 여행작가 2022. 5. 2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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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남섬 테카포호수
놀랄 만큼 아름다운 청록색의 테카포호수와 서던 알프스의 풍경이 선한 목자 교회 제단 창문의 프레임에 담겨 있다.
별과 은하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곳이 뉴질랜드 남섬의 테카포호수Lake Tekapo이다. 유네스코 ‘밤하늘 보호구역Dark Sky Reserve’으로 지정될 만큼 밤하늘 별빛이 아름답다. 빙하가 녹아 흘러내려 만들어진 에메랄드빛 호수는 해발 700m에 위치하며 마치 넓은 바다를 보는 듯하다. 호수 뒤로 마운트 쿡Mount Cook과 서던 알프스Southern Alps산맥의 설산 봉우리들이 그림같이 펼쳐진 광활한 자연 속에서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곳이다.
마운트 존 워크웨이
뉴질랜드 남섬 곳곳에는 수많은 아름다운 호수들이 있다. 호수들은 빙하가 녹으면서 만들어졌다. 그 호수들 중의 하나인 테카포호수는 맥킨지 분지Mackenzie Basin의 북단을 따라 남북으로 뻗어 있는 3개의 호수 중 최대로 큰 호수이다. 다른 2개의 호수는 푸카키호수Lake Pukaki와 오하우호수Lake Ohau이다. 테카포호수는 마운트 쿡과 서던 알프스산맥의 빙하가 녹으면서 만들어졌다. 빙하에 암석의 분말이 녹아 있어서 밀키블루Milky Blue라는 청록색을 띤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자동차로 2~3시간 달리면 테카포호수에 도착한다. 테카포호수로 가는 길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비옥한 캔터베리Canterbury 대평원을 지난다. 테카포는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거주지였으나 1857년부터 유럽 이주민들이 호수 주변에서 양을 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다. 서던 알프스를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테카포호수에 반영된 설산은 너무나 매혹적이라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빙하의 퇴적물이 막혀서 호수가 만들어지고 그 호수에 빙하 녹은 물이 유입되어 만들어졌으니 물빛은 매우 영롱하고 아름답다.
테카포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간곳은 마운트 존Mt John 워크웨이. 테카포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하이킹코스이다. 마을 남쪽에 있는 테카포 스프링스 온천에서 시작해서 마운트 존 천문대까지 올라갔다가 돌아올 때는 호수를 따라 출발점으로 회귀하는 루트다. 작은 산을 하나 올랐다 내려오기는 하지만 대략 5km, 그리 높지 않은 산이라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 평소에 트레킹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도전할 만하다. 마운트 쿡과 서던 알프스산맥, 그리고 테카포호수의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있다.
마운트 존 정상에 서면 눈부시도록 선명한 테카포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테카포 지역은 뉴질랜드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 일조량이 많고 공기가 맑다. 밤 시간에는 빛 공해가 없어 천문관측이 용이하다. 지구에서 별이 가장 잘 보이는 지역이다. 하늘의 별을 관측하기 좋은 곳임은 산꼭대기에 캔터베리대학 천문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확실하다. 밤에 별구경 하러 가는 것도 멋지겠지만 나는 무엇보다 천문대까지 올라가는 워크웨이를 걷고 싶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테카포호수를 바라보며 걷는 상상을 한다. 숙소 직원에게 마운트 존 워크웨이 코스를 문의하니 내려올 때는 꼭 테카포호수를 바라보는 긴 코스를 선택해서 내려오라고 한다. 그래야 테카포호수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단다.
테카포호수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즐기고 선탠도 하면서 책도 읽고 평화롭게 그들의 삶을 즐기고 있다. 수영도 선탠도 좋지만 테카포호수를 마주하며 걷기 위해 존 마운트 언덕을 오른다.
올라갈 때는 조금 경사도가 있는 길을 선택해서 빨리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여유롭게 즐기면서 걸어야겠다. 천문대로 오르는 길은 처음에는 나무가 있는 숲길이었는데 경사길이 시작되면서 뉴질랜드의 다른 지형과는 다르게 사막처럼 느껴진다. 풀도 드문드문 자라고 있고 작은 나무조차 거의 없다. 일조량이 많다고 하더니 햇볕도 너무 강하다. 이런 길을 걸을 때는 선크림을 듬뿍 발라야 한다.
해발고도 1,031m에 위치한 천문대에 도착하니 테카포호수가 한눈에 들어오고 너무나 선명하게 푸른 테카포호수의 매력에 푹 빠진다. 하늘빛과 호수빛이 거의 같아서 어디가 호수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곳에 온 여행객들은 광활하게 펼쳐진 뉴질랜드의 멋진 풍광을 즐기러 온 이들이다. 어떤 이는 나처럼 걸어서 또 어떤 이는 자동차로 올라왔다. 자동차로는 테카포에서 불과 10여 분이면 천문대에 도착한다. 저마다 테카포호수의 멋진 모습을 담느라 분주하다. 보고 또 봐도 눈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이곳은 먼지 하나 없는 맑은 공기이다.
마운트 존 정상에 있는 아스트로 카페테라스에서 방문객들이 테카포호수와 파란 하늘에 늘어선 마운트 쿡 설산의 봉우리들을 조망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산 정상에 있는 아스트로 카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뷰맛집이다. 카페에 앉아 파란 하늘에 늘어선 설산의 봉우리들을 바라본다. 무념무상이란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순간이다. 그래서 이곳을 ‘영혼의 세탁소’라고 부르나보다.
테카포로 돌아가는 길, 쭉 뻗은 능선 길을 걸으며 눈부시도록 푸르른 테카포호수를 바라보고 한 발 한 발 내 딛는다. 저 멀리 마운트 쿡까지 보인다. 이렇게 멋진 길을 걸을 수 있음에 참으로 행복하다.
행복에 젖어서 걸어서인지 어느새 올라갈 때 만났던 갈림길이다. 날씨까지 한몫 거들어서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테카포호수의 에메랄드빛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한 장의 그림엽서 같은 풍광이다. 그 그림엽서 안에 내가 서 있다.
테카포 호숫가에 자리한 돌로 만든 소박한 모습의 선한 목자 교회, 뉴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회이다.
선한 목자 교회
테카포호수를 거닐다보면 넓은 호숫가 근처에 돌로 만든 작은 교회가 있다. 이곳이 뉴질랜드 명소 중의 한 곳인 선한 목자 교회Church of Good Shepherd이다. 지역 예술가 에스더의 밑그림에 따라 크라이스트처치의 교회건축가 허먼에 의해 설계되었다. 소박하고 아름다운 작은 교회는 여행자들의 마음에 평안함을 선물한다. 마주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회개해야 할 일이 없는지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작은 교회 옆에는 ‘양몰이 개Mackenzie Sheep Dog’ 동상이 서 있다. 바운더리견이라고 하는 개는 뉴질랜드 개척시대부터 뉴질랜드 사람들에게는 동물 이상의 친구이며 가족이었다. 물자가 풍부하지 못했던 그 시절에는 철조망을 칠 여유가 없어서 이 개들이 양떼들이 경계선 밖으로 벗어나가지 못하도록 지켜주었다. 또한 상처 난 목동들을 돌봐주고 추위에 떠는 목동의 등에 엎드려서 따뜻하게 보호해 주었다는 훈훈한 이야기도 전해진다. 인간들을 위해 헌신한 바운더리견들을 기리기 위해 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보는 곳에 개의 동상을 세웠다.
이곳이 명소인 이유는 교회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교회 내부로 들어서면 앞쪽 제단의 뒤는 커다란 창문으로 되어 있고, 그 창문 앞에는 작은 십자가가 놓여 있다. 놀랄 만큼 아름다운 청록색의 테카포호수와 서던 알프스의 풍경이 제단 창문의 프레임에 담겨 있다. 어떤 예술가도 이렇게 멋진 작품을 창작하긴 어려울 것 같다. 이곳이 뉴질랜드에서 가장 사진에 많이 찍힌 교회라는 사실이 실감이 간다.
선한 목자 교회 옆에 있는 ‘양몰이 개’동상, 개척시대에 인간들을 위해 헌신한 개들을 위해 세웠다.
황홀하게 아름다운 테카포의 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크라이스처치로 가거나 마운트 쿡으로 지나가는 길에 잠시 선한 목자 교회와 테카포호수를 들르는 정도이다. 그러나 테카포호수도 선한 목자 교회도 밤이 되어야 그 진면목을 볼 수 있다. 테카포호수 주변은 뉴질랜드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별과 은하수를 관찰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테카포에 와서 놀 만큼 놀고 걸을 만큼 걸었으니 저녁에 별 구경 할 일만 남았다.
석양이 붉게 물드는 시간, 저녁노을이 내려앉으며 테카포호수에 오렌지 물감을 풀어놓는다. 선한 목자 교회로 가기 위해 숙소를 나서다가 그만 숙소 앞의 테카포호수에 자리를 정한다. 밤이 깊어지자 마치 별들이 나를 에워싼 것처럼 내 어깨 위에 별들이 마구 쏟아진다. 별비를 맞는 느낌이 이럴까? 이럴 때 카메라로 담아야 하는데 삼각대가 없으니 아쉬운 마음을 붙잡아두고 내 두 눈에 가득히 담고 또 담는다. 내가 사는 동안 절대로 잊지 못할 빗물처럼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본다. 밤이 깊어지자 말로만 듣던 은하수가 머리 위에 펼쳐지고 나는 별들이 만들어준 우산을 쓰고 앉아서 별님과 이야기를 나눈다. 별들의 세상 속으로 들어선다.
빙하에 암석의 분말이 녹아 있어서 밀키블루라는 청록색의 빛을 띠는 테카포호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숙소, 테카포 YHA
마운트 쿡으로 가는 길. 눈이 부시도록 푸르른 테카포호수를 마음껏 보기 위해 테카포 YHA에서 묵었다. 테카포 YHA는 인터시티 버스에서 내리면 불과 400m 떨어진 곳에 있다. 그 바로 곁에 테카포호수가 있다. 테카포 YHA에서는 마운트 존 워크웨이도 선한 목자 교회도 모두 걸어서 갈 수 있어서 나 같은 뚜벅이 여행자에게는 최고의 숙소이다. 게다가 숙소 정원이 바로 테카포호수 옆에 붙어 있다! 외출하지 않고 언제라도 테카포호수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아주 작은 규모의 호스텔이라서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머무르고 싶어도 방 예약이 무척 어렵다. 다행히 6개월 전에 예약해서 테카포 YHA에 머물 수 있었다. 테카포 YHA에서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는 테카포호수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아름답다는 말로도 부족한 황홀한 모습에 입을 다물 수 없다. 그저 숙소에서 테카포호수를 바라보며 멍 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의 의미가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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