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보호법·임대차법, 하나만 알지 둘은 몰랐다

최성락 SR경제연구소장 2022. 5. 26. 09: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WEEKLY BIZ]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에 일회용 플라스틱컵이 쌓여 있다. 지난 4월부터 매장 내 일회용컵이 다시 금지됐지만, 현장의 반발 등으로 단속 대신 계도 기간을 두기로 하면서 과태료 부과 등 처벌은 유예됐다. /뉴스1

20세기 초 유명 경제학자인 앨프리드 마셜은 경제학자가 가져야 할 덕목으로 ‘냉철한 두뇌와 따뜻한 가슴(cool head and warm heart)’을 꼽았다. 국민을 잘살게 만들겠다는 선한 의도와 함께, 정책이 정말 국민에게 이로운 결과가 나오는지 판단할 냉철함이 경제학자와 정책 입안자에게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국의 여러 정책들도 따뜻한 가슴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냉철한 두뇌에서 나왔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들이 적지 않다. 그중 하나가 비정규직 보호 정책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비정규직을 2년 이상 고용하지 못하도록 한다. 그 이상 고용할 때는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취지다. 비정규직을 줄이고자 하는 이 정책의 의도는 선하다. 그런데 비정규직 보호법이 정말로 비정규직을 보호했는가는 다른 문제이다. 이 정책의 지난 10년간 효과를 평가한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는 법 시행 이후 정규직 취업 확률은 그대로이면서 비정규직 취업 확률은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즉 정규직 전환 효과는 없으면서 비정규직 취업 기회만 감소해 오히려 비정규직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았다. 이 법은 시행될 때부터 이런 부작용이 예상돼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가슴은 따뜻했지만 냉철한 두뇌는 부족했다. 그 결과 오히려 비정규직에게 피해를 주는 정책이 됐다.

전 정부의 일련의 부동산 정책도 가슴은 따뜻하지만 냉철한 두뇌는 부족했던 대표적인 정책이다. 집값을 낮춰 서민의 집값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시행했지만, 그런 정책들이 오히려 집값을 폭등시킬 것이라고 예상할 만한 냉철한 두뇌는 부족했다.

지난 4월부터 카페, 제과점 등에서 1회용 컵 사용이 금지됐다. 환경을 보호한다는 따뜻한 가슴으로 만들어진 규제이다. 그런데 정말로 1회용 컵 사용 금지가 환경을 개선하는지 판단하려면, 일반컵을 세척하는 데 소요되는 물, 세제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 증가와 비교해야 한다. 카페 안에서 음료를 마시다 테이크아웃해 일반 컵과 1회용 컵을 번갈아 사용하면 환경 비용이 두 배로 발생한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1회용품 규제는 1회용품 사용의 문제점과 규제의 당위성만 얘기할 뿐, 설거지 비용 등을 고려해도 환경에 더 나은지는 살피지 않는다. 따뜻한 가슴은 있는데 냉철한 두뇌는 없다.

영국의 경우 1회용 비닐봉투를 규제하자 여러 번 쓸 수 있는 튼튼한 비닐봉지 사용이 증가하면서 되레 비닐 쓰레기 총량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한 바 있다. 카페 1회용품 규제가 환경 오염을 정말로 줄여주는지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WEEKLY BIZ Newsletter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