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아의 방식

고영진 2022. 5. 2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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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맺은 사람들 사이에는 반드시 사랑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이 사랑에 어떻게 기름칠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잘 굴러가도록 만들지에 대해 자주, 깊이 생각하고 있어요."

늘 손발이 땀에 절어 있는 '춘희'는 마늘 까는 아르바이트로 하루에 3만원씩 벌며 다한증 수술비를 모은다.

그렇게 만들어진 춘희는 어떤 사람인가요? 자신의 선택이 불러온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주체적인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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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힘을 다해 현재를 살고 다음을 향해 힘차게 발돋움하는 것. 강진아가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방식.



“관계를 맺은 사람들 사이에는 반드시 사랑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이 사랑에 어떻게 기름칠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잘 굴러가도록 만들지에 대해 자주, 깊이 생각하고 있어요.”



늘 손발이 땀에 절어 있는 ‘춘희’는 마늘 까는 아르바이트로 하루에 3만원씩 벌며 다한증 수술비를 모은다. 혼자에 익숙한 고요한 삶에 어느 날 1998년의 어린 춘희가 등장해 말을 걸기 시작하고, 과거의 자신을 마주한 그는 서서히 외로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씩씩하게 봄을 맞이한다. 강진아는 영화 <태어나길 잘했어>에서 어제를 버티고 오늘을 살아낸 춘희를 연기했다. 영화가 외롭고 지친 이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응원은 오늘의 강진아에게도 닿아 아름다운 흔적을 남겼다.

지난달 <태어나길 잘했어>가 개봉했고,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최창환 감독과 작업한 <여섯 개의 밤>이 상영되었어요. 본인이 참여한 두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대중을 만나게 되었는데,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최진영 감독님과 저에게는 <태어나길 잘했어> 감독과의 대화(GV) 일정이 이 영화의 마지막 축제같이 느껴졌어요. 지금이 아니면 관객들을 또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기회가 닿는 대로 GV 행사에 최대한 많이 참석하려고 해요. <여섯 개의 밤>은 이번 전주국제영화제가 처음으로 관객을 만난 자리이자 제가 완성된 영화를 스크린으로 처음 본 자리이기도 해요. 영화에서 변중희 선생님과 모녀로 나오는데, 우리 모습이 영화에 어떻게 담겼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어요.

영화 <태어나길 잘했어>에서 주인공 춘희를 연기했죠. 최진영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춘희는 원래 훨씬 우울하고 답답한 캐릭터였다고 하더라고요. 강진아 배우가 독립영화 특유의 우울한 캐릭터의 틀을 깨보자고 제안했다면서요.  시나리오 초고에서 춘희는 굉장히 수동적이었거든요. 죽어 있다고 느껴졌고 살려주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독립영화 신에서 활동하는 동안 제게 주어진 역할은 대부분 이렇게 어둡고 사는 게 힘겨운, 이 시대 청년을 대변하는 캐릭터들이었어요. 물론 건조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필요도 있죠. 하지만 때로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해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촘촘히 들여다보고 고민해서 인물을 좀 더 살아 있게 만들어보는 거죠. 영화 한 편에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깃들잖아요. 그러니 쉬운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만들어진 춘희는 어떤 사람인가요? 자신의 선택이 불러온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주체적인 사람이에요. 초고에서는 춘희가 진짜 “네”밖에 안 했기 때문에.(웃음) 스스로 선택하는 것들이 있길 바랐어요. 그래서 그녀의 욕구나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면면을 꺼내어 들여다보면서요.

삶에 대한 의지도 강한 사람 같아요. 소각장에서 불을 만지려 하는 어린 춘희에게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우리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하며 따뜻하게 안아주잖아요. 영화 곳곳에서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려 하는 춘희의 단단한 마음이 느껴졌어요. 환경에 발목 잡혀 살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춘희를 그렇게 만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연기하는 인물이 영화 상영 시간 내내 비관하도록 내버려두고 싶지 않거든요. 어떻게든 잘 살려고 하는 사람이길 바라요. 많은 사람이 피해자다운 것으로 규정하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밝아선 안 되고, 웅크려 있어야 하고. 저는 춘희가 부모님의 극단적 선택 가운데서 살아남은 피해자라고 생각하지만, 이와 동시에 춘희가 ‘피해자다운 사람’이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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