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루블레프 "권순우는 강한 선수. 대회와 선수의 협력이 중요한 시점"
롤랑가로스 남자단식 1회전에서 권순우(당진시청)를 물리친 7번 시드 안드레이 루블레프(러시아)는 경기 후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권순우와는 올해에만 두 번 대결했는데 두바이에서 매두 힘든 경기를 했었고, 이번에도 예상대로 어려운 경기였다. 두바이에서는 20분 만에 0-5가 된 것 같다. 1세트는 강력한 샷으로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가 공을 강하게 치는 것은 알고 있었다. 끈기도 있고 1세트는 정말 수준급이었다. 그에 비해 나는 별로 자신이 없었다. 로마에서 1회전 패한 후 첫 경기였으니까 조금 긴장했다. 하지만 조금씩 더 좋은 플레이를 되찾아갔고 경기를 마무리할 무렵에는 시작보다 훨씬 좋아졌다."
1세트를 빼앗긴 후 벤치에 공을 쳐박고는 엄파이어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주심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에게 뭔가를 물어보긴 했지만 말다툼은 아니다. 오늘은 아무 문제 없었다. 1세트는 매우 힘든 과정이었고 기분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컨트롤을 하려고 했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려고 했다. 0-30, 브레이크 포인트 등에서 쓸데없는 실수가 나와 꽤 힘들었다. 1세트를 놓친 후에는 마음이 매우 흔들렸다. 벤치에 공을 쳐서 그 공이 크게 튕겨져나갔는데 그렇게 공을 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공이 누군가에게 맞을 수도 있으니까. 후회하고 있다. 차라리 벤치에 라켓을 내동댕이치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프로로서 부끄러운 행동이었다. 다시는 안 하려고 한다."
몇 주 전 일이지만 세르비아오픈 결승에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멋진 경기를 했다. 큰 자신감이 생겼나?
"세계 넘버원을 상대로 그의 모국에서 쓰러뜨리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노박은 그때 베스트가 아니었다. 본래의 80%에도 못 미친 것 같다. 결승에서 분명히 지쳐 있었다. 그는 홈에서 싸우고 있기 때문에 모두 당연히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엄청난 압박이다."
"잠시 실전에서 떨어져 있다가 갑자기 홈에서 모두가 이길 것으로 생각하는 경기장에서 뛰기는 너무 힘들다. 그는 결승까지는 잘했고 나를 쓰러뜨릴 뻔했다. 내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피곤했기 때문이다. 그후 노박은 마드리드와 로마에서 본래의 멋진 플레이를 되찾았다. 이번 대회에도 평소의 강한 그로 돌아가고 있다."
ATP가 윔블던에 랭킹 포인트를 부여하지 않기로 했는데 그것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솔직히 얘기하자. 우선 윔블던이 ATP와의 규칙을 깼다. 그게 우선 첫 번째다. 결정한 일이니 깨서는 안 된다. 근데 깼다. 대회에 대해서 아무거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팀워크다. 선수는 대회가 필요하고 협력해야 하며 대회측도 선수들의 협조가 필요한 유일한 스포츠다. 선수와 대회가 현재처럼 나쁜 관계에 있으면 나쁜 일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대회측이 마음대로 하면 좋은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앞으로는 같이 협력했으면 좋겠다. 대회에 무슨 일이 생기면 선수는 그걸 지켜야 하고 선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대회도 선수를 지켜야 한다. 함께 협력함으로써 테니스는 성공한다."
"만약 윔블던이 다른 그랜드슬램 대회와 협력해 전혀 다른 투어를 개최한다면 테니스는 파멸로 치닫는다. 테니스가 100년 넘게 만들어 온 영광을 파괴하고 만다. 빅네임, 열정, 지난 모든 것이 역사다. 협력관계가 유일한 좋은 방법이지 나쁜 관계로는 되어서는 안된다."
포인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몇몇 톱랭커가 불참할 가능성은?
"그건 선수들과 얘기를 안 해서 모르겠다. 그래도 톱 선수는 나올 거다. 라파엘 나달(스페인)이나 노박은 포인트나 상금을 위해 뛰고 있는 게 아니다. 이들은 그랜드슬램 최다 우승 횟수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 뛰고 있다. 빅3 선수들이 훌륭한 영광을 차지할 수 있도록 선수와 대회는 확실히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협력하지 못하면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 노박이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깨트리고 만다. 다른 세대지만 그들을 존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선수와 대회는 서로를 지켜야 한다."
"이렇게 해서 테니스는 앞으로도 성장해 나갈 것이다. 지금까지는 빅3 덕분에 여기까지 성공해 왔다. 이들은 테니스의 위상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팬들이 경기를 보거나 상금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이들 세 사람 덕분이다. 테니스계도 이 빅3를 좀 더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지원해야 한다. 나는 그것이 팀워크라고 생각한다."
지난 몇 달 동안 러시아인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 앞에서 뛰는 것이 힘들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운이 좋은 것 같다. 이 상황에서 투어를 다니면서 테니스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또 나와 관련된 사람들, 관중들도 나에 대해 잘 대해주고 응원해준다. 괴롭히지도 않고 고마운 일이다. 정말 감사하고 내가 굉장히 복받았다고 생각한다."
글= 김홍주 기자(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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