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이야기] 하늘길은 안전한가

김경태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2022. 5. 2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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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조종사에게 비행은 너무나도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지만, 조종사 가족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걱정이 숨어 있다. 내가 조종사가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을 때, 부모님께서는 속으로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내가 근무하는 회사가 아니더라도, 비행기 사고가 나면 꼭 전화하셔서 나의 안전을 확인하신다.

나의 아내도 비슷하다. 내색을 안 했을 뿐, 지난 30년 동안 몇 번이나 놀랐다고 한다. 언젠가는 화물기로 아침에 돌아오는 비행이었는데, 중간 기착지에서 비행기가 고장이 나서 도착이 많이 지연됐다. 정비하는 동안 나는 비행기 안에서 대기하느라 집에 연락을 못 했고, 이런 사실을 알 수 없는 아내는 마음을 한동안 졸였다고 한다.

가족의 걱정은 이해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해 주고 싶다. 사실상 비행기는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다. 보잉의 상업용 항공기 사고 분석에 의하면, 1970년대 이후 항공기 100만 편당 한 건 정도의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안전 네트워크의 분석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전 세계에서 약 4000 여 명이 항공기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참고로, 2020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분은 3000명이 넘는다. 자동차와 비교할 때, 항공기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혹자는 항공기 사고 확률을 에스컬레이터에서 사망하거나 마른하늘에서 벼락을 맞을 확률에 비유하기도 한다.

항공기가 자동차나 기차보다 안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처음부터 안전했던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이전에는 항공기 백만 편당 20건 정도의 사고가 발생했다. 2020년 현재와 비교한다면, 사고율이 20배 이상 높았다. 아마도 지금의 자동차 사고율과 비슷한 수준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고가 많은 항공 운송을 안전하게 만든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항공기 사고다. 사고가 발생하면, 보잉이나 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작사, 항공사 그리고 항공 관련 기구와 항공 당국이 함께 사고를 조사한다. 사고 조사는 보통 2년 정도 걸리는데,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간접 요인까지 확인한다. 그리고 사고에서 나타난 모든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규정과 절차를 엄격하고 정교하게 수립하고, 항공 당국은 항공사가 새로운 규정과 절차를 적용하는지 철저히 관리 감독한다. 수많은 사고에서 피로 얻은 교훈이 항공 운송을 안전하게 만든 것이다.

조종사 입장에서 되돌아볼 때, 항공기 사고로 인한 변화 중에서 훈련과 운영규정의 변화가 가장 피부에 와 닿는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모의비행 훈련장치의 성능이 실제 항공기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고, 조종사는 실제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훈련할 수 있게 됐다. 컴퓨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항공사는 모든 비행기록을 감독하여 비정상적인 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됐고, 조종사 훈련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보완할 수 있게 됐다. 항공사는 사고의 원인이 되는 요인을 규정과 훈련을 통해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항공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 하신 분들의 억울함이나 유가족의 슬픔을 헤아릴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동일한 사고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항공 당국, 항공사 그리고 조종사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 왔다. 2020년 항공기는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이 안전하지만, 항공업계는 이 정도 수준에서 만족하지 않는다. 항공기는 계속 첨단 장비를 도입하고 있고, 운영체계는 고도화하고 있다. 그리고 조종사 훈련은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항공업계는 승객의 안전한 하늘길 여행을 위해 노력을 계속할 것이며, 조종사들은 조종석의 막중한 책임을 다하도록 훈련을 거듭할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항공기 사고 및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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