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vs 재산권, 검단 '왕릉뷰' 아파트 6월 입주..대법 판단은 [그법알]

김수민 입력 2022. 5. 26. 05:01 수정 2022. 5. 26.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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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법알 사건번호 38] 유네스코 지정 왕릉 코 앞 올라간 아파트 단지들

사적 제 20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이 훤히 보일 정도로 코앞에 지어진 인천 검단신도시 이른바 ‘왕릉뷰 아파트’ 논란이 뜨겁습니다.

김포 장릉 사이로 보이는 신축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약 500년 전 왕과 왕비의 무덤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데는 풍수지리학적 이유가 있습니다. 폭군 광해군을 쫓아내고 임금의 자리에까지 오른 인조가 최고 ‘길지(吉地)’로 보고 부모의 묫자리로 모신 곳이 현재의 김포 장릉이었다고 하는데요.

이런 조선 왕릉의 배치에도 풍수지리적 의미가 담겼습니다. ‘김포 장릉(인조의 부모)‧파주 장릉(인조)‧인천 계양산’이 나란히 일직선상에 놓여져 있는데, 이는 손자 ‘장릉’이 할아버지산인(조산‧祖山) ‘계양산’을 우러러보고, 할아버지는 손자를 어여삐 바라보는 뜻이 된다고 합니다.

나즈막한 왕릉들 앞에 훨씬 더 커다란 고층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서면 이러한 풍수지리학적 의미가 퇴색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장릉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함께 지정된 다른 39곳 왕릉의 세계문화유산 지위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옵니다.

검단신도시 아파트단지 입주예정자들. 뉴스1


입주민 입장 역시 몹시 난처합니다. “문화재 지키려다 수천명이 길에 나앉을 판”이라는 반발이 예전부터 터져나왔죠. 다행인지 불행인지 3400여세대 규모에 달하는 대단지 ‘왕릉뷰’ 아파트들은 거의 다 지어진 상황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검단신도시에서는 예미지트리플에듀(시공 금성백조, 공정률 94%)를 시작으로 대광로제비앙(대광건영, 99%), 디에트르에듀포레힐(대방건설, 77%)이 6월 말부터 줄줄이 입주를 시작한다네요.

이들 단지는 현재 조경 등 막바지 공사가 한창입니다. 조만간 입주를 위한 준공 승인 전 마지막 단계인 ‘사용 검사’를 인천서구청에 신청할 예정입니다.

청약에 당첨돼 돈을 내고 구매한 입주민들과 자산을 투입해 아파트를 지어올린 건설사들을 보호할 것이냐, 세계적 보존 가치를 인정받은 문화재를 보존할 것이냐….쉽사리 한쪽편을 들기 어려운 문제다보니 문화재청의 경찰 고발은 물론 소송전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질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턱 밑에 지어진 아파트들, 법적 문제없이 입주 가능한 걸까요?

관련 법률은


행정소송법 제23조에서는 ‘집행정지’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안에서는 ‘건설사들은 공사를 중단하시오’라고 명령한 문화재청, 즉 행정청의 처분에 대해 법원이 ‘행정청은 처분을 정지하시오’(집행정지)라고 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입니다. 행정청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처분 효력을 잠시 멈추는 결정입니다. 정부가 한 일에 대해 법원이 중간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보니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공공복리’ 에 대해 아주 상세하게 따져서 판단을 내립니다(대법원 2010무48 결정).


법원 판단은


이번 사건에서는 ‘공공 복리(문화재 보호 의무)’ 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입주자들 및 공사업체 들의 손해)의 대결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앞서 문화재청은 건설사들(대방건설·대광건영·금성백조)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아파트를 지으면서도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아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며 아파트 공사 중지를 명령했습니다.

건설사들은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죠. 항고심(서울고법 행정10부·서울고법 행정4부)에서는 일제히 건설사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건설사들은 법률적 분쟁에 휘말려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 수 있고, 더군다나 입주를 기다리는 수분양자들의 타격은 더욱 크기 때문에 문화재청의 공사중지 명령은 사회관념상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한다는 취지입니다. 이 사건들은 모두 대법원에서 심리 중입니다. 그러나 앞선 1·2심의 판결을 고려한다면 아파트가 완성되거나 입주가 임박했을 수록,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커진다고 판단할 여지가 크겠습니다.

풍납토성 주변 아파트는 문화재 보호 규제로 인해 높이가 제한된다. 중앙포토


3개 건설사가 각각 문화재청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중지명령처분 취소 행정소송, 즉 공사 중지 명령 자체의 위법성을 따지는 본안 소송은 기일이 계속 연기되다 지난달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돼 지난 3일 장릉 현장 조사를 마쳤고 변론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왕릉뷰 아파트 일부의 입주가 시작된 오는 7월 선고가 예정돼있습니다.

■ 그법알

「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법률 세상을 우리 생활 주변의 사건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 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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