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군산비행장 소음, 7억 보상.."앞집 주고 뒷집 왜 빼나" 반발 [이슈추적]

김준희 입력 2022. 5. 26. 05:00 수정 2022. 5. 26.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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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가 2019년 12월 23일 한국 특수전사령부와 주한 미군의 근접 전투 훈련 사진 12장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사진은 한국 특수전사령부와 주한 미군의 군산공군기지 훈련 모습. 연합뉴스


軍 소음보상법 시행 후 군산선 첫 보상


전투기 소음 공해에 시달리는 주한 미군 군산비행장 인근 주민에게 오는 8월부터 보상금이 지급되지만, 주민 불만이 여전하다. 보상 금액이 적은 데다 지급 기준이 모호해 한동네에 살아도 액수가 제각각이거나 아예 못 받는 주민이 허다해서다.

군산시는 25일 '지역 소음 대책 심의위원회'를 열고 "군산비행장 소음 피해가 인정되는 932세대 2224명에게 모두 7억300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상은 2019년 11월 제정된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군소음보상법)'에 따른 것이다. 2020년 11월 법 시행 이후 군산에서 보상이 이뤄지는 건 처음이다.

국방부는 군소음보상법에 따라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전국 군 비행장과 사격장 주변을 대상으로 소음영향도를 조사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군산시 옥서면·미성동·옥구읍·소룡동 일대 36.6㎢를 소음 대책 지역으로 지정·고시했다.

군산시 옥서면에 있는 군산비행장(72만7000㎡)은 미군이 1945년부터 사용해 왔다. F-16을 주력 전투기로 운용하는 미8전투비행단과 공군38전투비행단 등 2개 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주한 미군은 지난 2월 8일 페이스북을 통해 폴 러캐머라 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유엔군사령관 겸직)이 같은 달 4일 전북 군산에 있는 미 제8전투비행단을 방문했다며 현장 시찰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주한 미군 페이스북


소음도 따라 1~3종 구분…1인당 월 3만~6만 원


군산시는 이들 부대에서 나는 전투기 이착륙 소음과 엔진 테스트를 주 소음원으로 보고 있다. 1992년에는 국내선 민간 항공기가 군산비행장 일부 활주로를 빌려 취항해 소음 피해도 커졌다.

국방부는 2020년 11월과 지난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군산비행장 주변 소음을 주간·저녁·야간에 측정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주민설명회 ▶지난 1월 군 소음 피해 대책 지역 지정 고시 및 지역 소음 대책 심의위 구성 ▶2월 군 소음 피해 보상금 지급 신청 안내 및 접수를 거친 결과 전체 대상 1371세대 중 68%(932세대)가 보상금을 신청했다.

이날 심의위에서 결정한 소음 피해 보상금은 이달 말 등기우편으로 개별 통지된다. 결정된 보상금에 이의가 있으면 6월 말까지 군산시 환경정책과에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 신청이 없으면 8월 말 개인 계좌로 보상금이 지급된다.

보상금은 항공 소음영향도 기준으로 나눠 지급된다. 1종(95웨클 이상)은 1인당 월 6만 원, 2종(90∼94웨클)은 월 4만5000원, 3종(80∼89웨클)은 월 3만 원이다. 항공기 소음을 측정하는 단위인 웨클(Weighted Equivalent Continuous Perceived Noise Level·가중평균소음)은 소음 환경 기준 가운데 공업 지역 주간 소음도인 70dB이 83웨클(WECPNL)로 환산된다.

군산시에 따르면 1종은 75세대(209명), 2종은 57세대(241명), 3종은 800세대(1774명)다. 보상금 7억300만 원은 지급 대상 2224명이 2020~2021년 기준으로 받는 총 금액이다. 하지만 "전체 소음 피해 세대 86%가량(800세대)이 3종에 속해 이의 신청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국방부가 2019년 12월 23일 한국 특수전사령부와 주한 미군의 근접 전투 훈련 사진 12장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사진은 한국 특수전사령부와 주한 미군의 군산 공군기지 훈련 모습. 뉴스1


주민, 국가 상대 소송 제기…위자료 지급


군산비행장 인근 주민들은 그동안 수차례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왔다. 앞서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2011년 12월 주민 219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군산비행장 소음 피해 보상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주민들에게 2억7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위자료는 주민 1인당 월 3만 원으로 정했다. 주민들은 2008년 위자료 배상 판결 이후에도 비행장 소음이 해결되지 않자 2008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소음 피해 보상을 다시 요구해 승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미국 군대가 점유·소유 또는 관리하는 토지의 공작물과 기타 시설 또는 물건의 설치나 관리의 하자로 인해 제3자가 손해를 입은 때에는 대한민국이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산비행장 주변이 농촌 지역임을 고려해 주민들의 소음 '수인한도(참을 수 있는 한도)'를 도심의 85웨클보다 5웨클 낮은 80웨클로 적용했다.

군소음보상법 시행으로 군 사격장이나 비행장 인근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도 소음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보상금 지급 기준이 불합리하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항기 소음 피해 보상 기준은 75웨클부터지만, 군 비행장은 80웨클 이상이어서다. 경계 기준도 행정구역이 아닌 건축물이다 보니 같은 마을에서도 보상금이 차등 지급되는 구조라는 게 군산시 설명이다.

소음 피해 지역에서 생업을 해도 주소가 아니면 보상받을 수 없다. 직장이나 학교·사업장이 소음 피해 지역에서 떨어져 있으면 보상금이 30~100% 줄어든다.

미 국방부가 2019년 12월 23일 한국 특수전사령부와 주한 미군의 근접 전투 훈련 사진 12장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사진은 한국 특수전사령부와 주한 미군의 군산 공군기지 훈련 모습. 연합뉴스


"피해 보상 확대" 지적…송옥주 의원, 개정안 발의


한안길 군산시의원(옥구읍·옥산·회현·옥도·옥서면)은 "(군산비행장에서) 똑같은 거리에 있는데도 앞집은 (보상금 지급 대상이) 되고 뒷집은 안 된다"며 "군산 전체적으로 보상금이 1인당 월 3만3000원꼴인데, 이마저도 확정된 게 아니라 사업장이나 근무지가 (소음 대책 지역) 밖에 있거나 전입 시기, 미성년자 여부에 따라 감액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방부가 소음 피해 보상 대상을 확대하고,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화성 갑) 국회의원은 지난 3월 같은 동이나 리 단위 행정구역에 거주하는 마을 주민은 모두 소음 피해 보상을 받도록 하는 군소음보상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군산비행장 소음 피해를 보고 있는 주민들이 합당한 보상금을 받고, 피해 보상 대상 지역이 확대되도록 국방부에 지속해서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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