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30] 싸이(Psy)가 싸이 한 날
“Long time no see huh? 오래간만이지 huh? 우리 다시 웃고 울고 지지고 볶고 Let’s get loco”(싸이의 ‘That That’ 중). 3년 만이다. 대학 축제가 다시 열렸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조용했던 학교가 실로 오랜만에 수많은 사람, 엄청난 함성, 고막을 치는 음악 소리로 들썩거렸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피는 장미꽃마저 만발하여 축제의 흥을 돋우었다.
그리고 그가 왔다. 대학 축제의 제왕으로 불리는 “타고난 광대 팔자”(‘9INTRO’ 중)의 싸이(Psy)! 코로나 이전에도 싸이가 오는 날은 학교 축제가 모두의 축제로 변했다. 싸이의 이번 출동이 특히 반가웠던 것은 수많은 사람이 몇 년 만에 모여 자유와 해방감을 만끽하였기 때문이다. 공연장으로 변한 학교 운동장뿐만 아니라 그 주변이 온통 사람들로 가득 차서 한 몸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의 진풍경이 벌어졌다.
최근 싸이는 “디지털 시대에 역행하는 정규 음반”인 ‘싸다9′를 발매했다. 이번 9집 음반은 후배 가수들과의 협업이 돋보인다. 성시경·헤이즈·화사·Crush·TABLO가 피처링(featuring)에 참여했고, BTS의 슈가는 ‘That That’의 피처링과 프로듀싱까지 함께한 것에 이어 뮤직비디오에까지 출연했다. 그렇게 싸이표 음악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싸이는 축제에서 ‘연예인’을 비롯한 기존의 인기 곡들은 물론이고 이번에 발표한 ‘That That’ 같은 신곡, 무한궤도의 ‘그대에게’와 이상은의 ‘언젠가는’ 등 다른 가수의 인기곡들을 섞어 15곡 정도를 선보였다. 싸이 무대의 반은 관객이 꾸민다. 스피커를 통해 울려 나오는 싸이의 노랫소리만큼 관객의 함성과 노랫소리도 엄청났다. 방방 뛰며 노래를 따라 하고 소리를 지르고 손뼉을 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울컥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너와 나 우린 감동이야. 감동이야. 너의 눈빛과 함성이 있는 곳이 내겐 바로 Home이야. 너와 웃고 울던 모든 순간이 내겐 봄이야”(‘감동이야’ 중). 그랬다. 우리가 함께하는 그곳은 감격과 감동의 도가니였다. 비록 코로나가 사라진 것은 아니나 그 순간만은 코로나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축제가 끝났다. 영원한 것은 없고 우리의 함성은 여운만 남기고 사라졌다. 축제의 추억이 우리가 현실을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리라는 것을 안다. “우린 모두 처음 살아봐서 설레고 두렵”지만, “내일의 나에게 오늘보다 좋은 사람이길 바란”(‘내일의 나에게’ 중)다. 그렇게 살다 힘들어지면 축제의 추억을 꺼내 보기로 하자. “그 소중했던 기억들”(‘Happier’ 중)을.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설] 국가 서열 2위를 이런 식으로 뽑아도 되나
- [사설] 연금 개혁 ‘내는 돈’ 13% 합의만이라도 먼저 처리하라
- [사설] 전셋값 51주 연속 상승, 손 놓고 있으면 집값으로 옮겨붙는다
- [김창균 칼럼] 대통령 부부의 구명줄, 후배 검찰이 쥐고 있다
- [경제포커스] 채찍도 당근도 안 보이는 ‘K밸류업’
- [데스크에서] 서로 통하는 극과 극 정치
- [최준영의 Energy 지정학] 반도체·脫원전·재생에너지… 대만은 지금 ‘세 마리 토끼’ 노리고 있
- 바이든·트럼프, 6월말 첫 TV 토론…美 대선 경쟁 본격화
- [2030 플라자] 조각 양배추에서 中 ‘알테쉬’까지
- [박찬용의 물건만담] ‘스위스 시계’ 구한 이민자… 중요한 건 혈통인가 정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