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36] 도심의 성큰가든(sunken garden)
도심에는 부족한 녹지와 휴식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대안이 늘 만들어진다. 그중 하나가 ‘성큰가든(sunken garden)’이다. 건물 진입로 주변을 파서 지면보다 단을 낮춘 공간이다. 자동차 소음과 행인으로 가득 찬 길거리의 번잡함을 벗어나 살짝 숨는 공간이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길거리가 건물과 연결되는 부분에 작은 광장이 생기고, 지하층의 채광과 환기에 유리한 장점이 있다. 그래서 실내 정원이라 부르는 아트리움과 함께 1970년대 건축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성큰가든은 ‘뜨락 정원’으로 번역하기도 하지만 원래 ‘뜰’이라는 뜻의 뜨락과 정원은 중복되는 단어다. 도심 속의 움푹 파진 정원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성큰가든의 규모는 작지만 용도는 다양하다. 나무, 꽃과 같은 정원 요소에 벤치 등을 조합해서 쉴 공간을 이룬다. 자연을 가져오려는 원래 의도에 충실한 계획이다. 놀이터나 레스토랑, 스케이트장 등 적극적인 기능을 위해서 조성하는 경우도 있다. 뉴욕 록펠러센터의 아이스링크가 대표적 예다.
한편 아주 정적(靜的)으로 만들어져 관조(觀照)하는 경우도 있다. 뉴욕 다운타운의 체이스은행 사옥의 정원이 그렇다. 세계적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의 작품으로 도심에서 명상적 공간을 이룬다.
또한 마르셀 브로이어가 건축한 휘트니 미술관은 성큰가든 위의 다리를 건너서 미술관에 진입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일상 공간을 건너서 예술 공간으로 넘어간다’는 시(詩)적 은유를 담고 있다.
날씨가 따듯해지고 외부 활동이 늘어나면 이 공간의 활용 빈도는 더 높아진다. 성큰가든은 도시의 야외 공간을 수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상에서 움푹 파 놓았으므로 진입을 위해서 다리나 계단과 같은 건축 요소가 도입되기 마련이다. 도심의 루프톱, 둑길, 2층 버스, 그리고 성큰가든은 보통과 다른 눈높이에서 도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다. 잠시 한 층 아래 바닥으로 내려가면서 눈높이가 달라지므로 우리는 새로운 영감에서 오는 아이디어를 기대할 수 있다. 다른 스타일의 공간은 또 다른 생각의 순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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