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정치논리에 갇힌 지방자치
안철수·이재명 등 '대선 시즌2'
진영 갈등에 정치 혐오만 커져
생활밀착형 제도 개편 서둘러야
또 선거철이다. 집과 직장, 학교 어디서든 유세차량의 확성기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곳곳에 내걸린 선거용 플래카드에 눈이 어지럽다. 6·1지방선거가 엿새 앞으로 다가왔다. 17개 광역단체장과 226개 기초단체장, 17개 교육감을 비롯해 광역·기초의원 3860명의 자리가 유권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공석인 국회의원 7명도 새로 뽑는다. ‘풀뿌리 민주주의’로 불리는 지방선거의 취지는 분권을 통한 지역균형발전과 생활정치 구현이다. 다시 말하면 중앙 정치에서 벗어나 지역주민들의 실질적 생활과 직결된 인물을 뽑자는 것이다.
선거에 뛰어든 이들의 면모만 봐도 ‘대선 시즌2’를 연상케 한다. 이재명, 안철수, 김동연, 홍준표 등 대선과정에서 본 인물들이 즐비하다.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분당갑 보궐선거에 나섰고,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방탄용’이라는 비난에도 인천 계양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이재명 지킴이’를 자처하며 김은혜 전 의원과 경기지사를 놓고 다툰다.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 변질된 것이다. 생활밀착형 공약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 ‘국정 안정’이냐 ‘권력 견제’냐에 대한 선택만 남았다. 이름만 지방선거일 뿐 ‘지방’은 사라진 지 오래다.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만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지방선거의 정치화는 강도가 심해지고 있다. 특정 정당 간판만 내걸면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힌 후보자들의 줄서기가 횡행한다. 선거 때만 되면 캠프를 기웃거리고, 브로커가 판을 친다. 머릿속은 오직 점퍼나 명함에 ‘빨강’이냐 ‘파랑’이냐는 색깔만 가득하다.
선거도 치르기 전에 무투표 당선자가 넘쳐난다. 전국적으로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무투표 당선자는 494명에 이른다. 지역색이 확연한 호남·영남에서는 10명 중 3명이 무투표 당선자다. 정당색이 유권자들의 투표권마저 빼앗은 셈이다. 지방선거의 ‘탈(脫)정치’가 시급한 이유다.
지방선거가 정치논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건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다.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 등 중앙정치에서 보면 지방정치는 ‘자기 사람 심기’를 통한 기득권 유지 수단이다. 지방의원은 ‘당선만 되고보자’는 식으로 공천에 사활을 건다. 기초단체장, 국회의원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로 삼겠다는 속셈이다. 20여년 전부터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등 다양한 요구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치권은 요지부동이다. 지방선거 제도 개편은 시대적 과제다.
지난 3월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정계은퇴와 지방선거 불출마의 변이 생각난다.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 인사였던 그는 “민주주의, 통일, 기득권 타파 등 거대담론의 시대가 아니라 생활정치의 시대가 됐다. 국민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이고 일상의 행복이다”라고 했다. “선거만 있으면 출마하는 직업적 정치인의 길을 더 이상 걷고 싶지는 않다”고도 했다. 지방선거를 ‘아사리판’으로 만든 기성 정치인이 새겨들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중요하다. 진영논리에 매몰된 ‘묻지마 투표’가 아니라 정책과 역량,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꼼꼼히 따져 지역일꾼을 가려내야 한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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