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사무총장 “자유는 자유무역보다 중요하다”
“권위주의 정권과 거래해 안보 약화”
獨 부총리, ‘석유가격상한제’ 주장
“세계화와 자유무역, 시장자본주의, 대의민주주의 등 다보스의 가치들이 도전받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 뉴욕타임스)
지난 23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다보스포럼’이 국제 정치와 안보 이슈의 범람으로 기존의 전통적 주제였던 경제 발전과 성장에 대한 논의가 크게 위축됐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다보스포럼은 매년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연차 총회다. 작년에는 신종 코로나 대유행 사태로 열리지 못했고, 이번에 2년 만에 개최됐다.
올해 포럼에서는 우크라이나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지면서 안보 문제가 핵심 주제로 등장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24일(현지 시각) “경제적 이익을 위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자유는 자유무역보다 더 중요하며, 우리의 가치(민주주의) 보호는 경제적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유무역이나 시장자본주의를 발전시키려면 먼저 국가 주권과 민주적 체제를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스위스 일간 노이어취리허차이퉁(NZZ)은 “이 발언은 포럼에 참여한 2500여 서방 정치가와 정부 고위 관료, 기업가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한 발 더 나아가 기존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독재 정권의 힘을 키워주는 역효과를 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유무역은 많은 번영과 부를 가져왔지만 권위주의 정권과 상호 작용(거래)한 것이 우리 안보를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포럼 일각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이 세계화를 통해 이룬 경제적 성취를 바탕으로 냉전 이후의 평화 체제를 무너뜨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 세계적 골칫거리가 된 에너지와 식량 안보 문제도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는 “석유 소비국들이 공동으로 국제 석유 가격을 정하는 ‘석유가격상한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경제 원칙과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WEF 이념에 배치되는 주장이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너차이퉁(FAZ)은 그러나 “미국 재무부도 주요 7국(G7) 및 유럽연합(EU)과 함께 석유 가격 상한제 논의에 나선 상황”이라며 “에너지 가격 안정화를 위한 대안이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크다”고 전했다. 하벡 부총리는 “이 시도가 성공을 거두려면 더 많은 국가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포럼 참석자들에게 호소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의 식량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세계 각국과 기업의 단결을 요청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창고를 폭격하고, 흑해에서 밀과 해바라기씨를 실은 우크라이나 선박의 출항을 차단하는가 하면, 자국의 곡물 수출도 중단했다”며 “이는 곡물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세계 각국의 정세를 불안케 하는 러시아의 협박 행위”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서방이 대러 경제 제재를 철회하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NY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구의 룰(규칙)에 따른 시장경제와 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확산, 국가 간 상호 의존의 확대, 이를 통한 경제적 풍요의 공유를 통해 더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다보스포럼의) 기대가 깨지고 있다”며 “신(新)냉전으로 불리는 ‘파편화된 세계’의 도래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이번 포럼에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파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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