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교육교부금 칼질' 본격화할까

이창준 기자 2022. 5. 2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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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순위 의제 ‘재정건전성 확보’
교육교부금 규모 매년 커지지만
학령인구 감소해 ‘수술 대상’ 꼽아
전국 시·도교육감 등 교육계 ‘반발’
“교육환경 열악해져…지방은 소멸”
추 부총리 의지 강해 실행 여부 주목

재정건전성 확보가 새 정부의 주요 의제로 부각되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국세 수입에 비례해 배분되는 교육교부금은 갈수록 규모가 커지지만 학령 인구 수는 감소하고 있어 과도한 재원이 교육 예산으로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 재정당국의 생각이다.

교육계의 반발에 기획재정부는 그간 문제만 제기하고 뒤로 물러섰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200조원이 넘는 새 정부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재원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윤석열 정부의 초대 재정당국 수장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교육교부금 개편에 직접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육교부금은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교육 행정 지원을 위해 각 시·도 교육청에 배분하는 실질적인 지역 교육 예산이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매년 내국세 수입의 20.97%를 교부금으로 지출한다. 문제는 매년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면서 국세 수입도 늘어나 교육교부금 규모도 해를 거듭하면서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 반면 학령 인구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재정 지출의 비효율을 거론하며 교육교부금을 축소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나주범 기재부 재정혁신국장은 지난 1월 한 토론회에서 “교육교부금 제도는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던 1972년에 도입됐는데 학령 인구는 계속 감소하는 추세”라며 “경직적인 운영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를 실행하기 위해 209조원을 마련해야 하는 추경호 경제팀에 교육교부금 삭감은 묘수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 추 부총리는 ‘부채 없는 재원 확보’를 내세우며 비효율적인 정부 사업에 대한 지출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 20일 추 부총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한정된 재원을 어느 쪽으로 어떻게 투입해 우선순위를 조정할 것인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며 교육교부금 축소 개편 의지를 드러냈다. 추 부총리는 후보자 시절 국회에 제출한 인사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도 “교육교부금은 교육재정수요와 무관하게 내국세 규모에 연동된 구조인 만큼 교육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24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교육교부금 규모는 81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교육교부금을 학령인구 수로 나눈 학생 1인당 교부금은 1528만원에 달했다. 보고서는 “50여년 전 수립된 교육교부금의 도입 목적 및 운영 기본원칙을 현재 기준에 맞게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계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학급 수가 늘어났고 향후 미래 교육을 위한 대규모 시설 투자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교육재정을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 시·도교육감은 지난 1월 공동 성명문을 내고 “교육재정을 줄이면 유·초·중·고 학교의 교육환경은 열악해지며 특히 소멸위기에 놓인 지방들은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교부금 개편방안은 다음달 발표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길 가능성도 있다. 추 부총리의 의지가 강한 데다 지방선거도 끝나 정무적 부담이 작기 때문이다. 다만 교부금 개편은 지방교부세법 등 관련 법 개정을 동반하는 사안이어서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거대 야당의 협조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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