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항구 막은 러시아 향해.."굶주림을 무기로 쓰지 말라"

박효재 기자 2022. 5. 25.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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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 수출 막혀 '식량 위기'
EU·WFP "봉쇄 풀라" 촉구
육로 수송 등 대안에도 '한계'

국제기구 고위 관료들이 러시아의 식량 무기화를 일제히 성토했다. 이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항구를 봉쇄하면서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의존하는 국가들의 식량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의 봉쇄를 뚫을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대체 수송로 확보도 어려워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4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인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곡물 재고와 기계를 압수하고 있으며, 흑해의 러시아 군함은 밀과 해바라기 씨앗을 가득 실은 우크라이나 선박을 봉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는 국제 곡물 가격을 올리기 위해 공급을 억제하거나 정치적 지원을 대가로 밀을 거래하고 있다”면서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 곡식과 굶주림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우크라이나에 2000만t 규모의 곡물이 쌓여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WFP에 따르면 전 세계 3억2500만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으며, 43개국 4900만명이 기근에 근접했다.

일부 서방 관료들은 러시아의 봉쇄를 뚫을 방안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의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선 해상 호위를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군과 직접 충돌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다보스포럼 연설을 통해 영국과 리투아니아 등 나토 회원국들의 해상 호위 작전은 실현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EU는 현재 나토 비회원국 군함을 흑해에 보내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 최대 물동항인 오데사에서 물러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전선만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육로의 수송로를 확장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해상 수송을 대체할 만큼 대규모 운송이 어려워 현실적인 방안이 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동유럽 철도는 서로 다른 표준 규격을 사용하고 있어 장거리 운송 시 장비 교체가 필수인 데다가 우크라이나의 많은 철도, 고속도로, 교량이 러시아의 공격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토니 블링컨 장관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전화통화하면서 우크라이나 곡물을 국제 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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