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1인가구' 생계비가 최저임금 결정기준?..대표성 논란
[앵커]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새정부 들어 처음으로 지난 주 열렸지요.
그런데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기준이 결혼을 하지 않은 1인 가구 만을 분석 대상으로 하고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홍성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가스 검침원으로 일하는 47살 유채린 씨가 계단을 바쁘게 오르내립니다.
["도시가스입니다."]
이렇게 한 달 일해 손에 쥐는 돈은 2백만 천 원.
최저임금을 겨우 웃도는 수준입니다.
이 돈으로 10대인 딸과 둘이 생활합니다.
식비와 교육비 등 고정 지출을 빼면 남는 게 없습니다.
[유채린/가스 검침원 : "아이는 학교도 다니고 학원도 다녀야 되기 때문에 들어가는 돈이 있어요. 그 돈 갖고 살아야 되는데 병원에 갈 수도 있고 또 그런 비상금이 하나도 없다 보니..."]
하지만 유 씨와 같은 2인 가구는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생계비 분석 대상에 빠져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통계청 자료로 생계비를 분석할 때 결혼하지 않은 1인 가구만을 분석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2인 이상 가구는 1인 가구보다 생계비가 더 많이 드는데 반영이 안 되는 겁니다.
현실에선 최저임금 수준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가구가 적지 않습니다.
가구 내 취업자 수에 최저임금의 110%를 곱한 값보다 소득이 적은 가구.
즉 최저임금 수준으로 살고 있는 가구를 분석해보면 2인 가구가 가장 많았습니다.
3인 가구도 20%에 육박했습니다.
[김선경/마트 노동자/3인 가구 : "제가 지금 시급이 만 760원입니다. 지출은 일단 식품비가 제일 많고요. 저축할 금액은 거의 없죠."]
[이정아/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 : "비혼 단신 근로자의 규모가 굉장히 적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이 속한 가구를 포괄하지 못한다고, 상당히 대표성이 낮다고 얘기를 할 수 있고."]
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개선 TF도 다양한 가구 생계비를 활용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최저임금은 결혼하지 않은 단신 근로자의 임금 수준에 맞춰야 하고 가구원 생계까지 고려하는 건 제도 취지에 벗어난다는 입장입니다.
KBS 뉴스 홍성희입니다.
촬영기자:임동수/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노경일
홍성희 기자 (bombom@k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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