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가족 '비극' 반복되는데..국가는 뭐하나
일상생활 지원 부족한 데다
서비스 연결 체계마저 미흡
돌봄, 가족에게만 전가 문제
발달장애인 자녀를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부모들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복지 지원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터에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치자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60대 여성 A씨를 살인 혐의로 수사 중이다. A씨는 지난 23일 오후 4시30분쯤 30대 중증장애인 딸에게 다량의 수면제를 먹여 숨지게 하고 자신도 수면제를 먹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딸을 위탁시설에 보낼 경제적 여력이 없었다고 한다. 인천지법 영장전담 김현덕 부장판사는 25일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진술한 점 등을 볼 때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에서도 지난 23일 40대 여성이 6세 아들과 함께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파트 경비원의 신고로 출동한 소방대원이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두 사람은 숨졌다.
지난 3월에도 발달장애인 자녀를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3월2일 경기 시흥에서는 50대 여성이 발달장애가 있는 20대 딸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은 이튿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실패하자 경찰에 스스로 신고했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런 비극이 ‘예견된 일’이라고 지적한다. 발달장애인 복지의 핵심은 일상생활 지원인데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지나치게 어렵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를 보면 장애인의 13.5%만 활동지원 등 일상생활지원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었다. 서비스가 부족하니 돌봄은 개인화됐다. 2020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가족 11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발달장애인 자녀를 돌보기 위해 부모 중 한쪽이 직장을 그만뒀다는 응답이 20.5%로 나타났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파편화된 복지서비스를 연결해주는 체계가 없어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한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지금의 지원체계는 개인의 욕구를 확인하는 데서 끝날 뿐 서비스를 실제로 연결하는 후속조치 권한은 아예 없다”며 “한국 복지서비스가 파편적으로 설계돼 있어서 연계가 중요한데, 지금의 서비스는 이용자 입장에서 받는 의미가 없다. 복지서비스 제공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사람이 계속 죽는다”고 말했다.
장애인 복지예산도 부족하다. ‘2021 장애통계연보’를 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 복지예산 비율은 0.6%로 OECD 회원국 평균(2.02%)의 3분의 1 수준이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계속 죽음이 이어지는 것은 복지가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인데 국가는 어떤 대책도 수립하지 않고 기다리라는 말만 하고 있다”며 “대통령께서 직접 이 문제를 챙기고, 가장 힘없이 죽어가는 장애인들의 삶에 대해 들어주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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