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라인에 검찰 출신 수두룩..민정실 폐해 더 커질 수도"
“독립성·투명성 확보” 해명에도 “왜 굳이 법무부” 논란 확대
전문가들 “정부조직법 범주 넘은 위탁…입법권 침해” 지적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갖고 있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기능의 법무부 이관을 둘러싼 후폭풍이 크다. ‘소통령’, ‘왕장관’ 등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권한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커지자 법무부는 25일 별도 자료를 내고 ‘인사검증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사라인에 검찰 출신들이 더 많이 배치돼 민정수석실의 폐해를 더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는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꼭 법무부일 필요 있나”
법무부는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하는 시행규칙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각 부처의 직무범위를 규정한 ‘정부조직법’은 건드리지 않고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시행규칙을 개정해 법무부로 인사검증 기능을 이관한 것이다. 법 개정을 우회한 ‘입법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이날 ‘법적 하자가 없다’고 했다. 과거 민정수석실도 대통령령 등 하위법령에 따라 인사혁신처의 인사검증 업무를 위탁·수행했다고 했다. 법을 바꾸지 않고도 인사검증 업무를 법무부에 위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조직법 6조는 한 행정기관이 다른 기관에 담당 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무부 해명에도 ‘입법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은 계속됐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 부처의 업무 위탁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법률로 정한 직무범위 등 범주를 넘어서 위탁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인사혁신처에 인사정보관리단을 만든다면 모를까, 인사행정을 할 수 있는 기능이나 권한이 없는 법무부에 기능을 넘기는 것이 가능하겠느냐. 정부조직법이 정한 범주를 넘어서 위탁한 것은 입법권 침해”라고 했다.
하위법령 개정만으로 검증 기능을 이관할 수 있다고 보는 쪽에서도 법무부가 인사검증에 적합한 부처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히려 검증을 하려면 정보 기능이 있는 경찰을 관할하는 행정안전부에서 하는 것이 더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왜 굳이 법무부에서 인사검증을 하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인의 장막 여전할 것”
법무부는 종전에 대통령실로 집중됐던 인사 관련 기능이 다수 기관으로 분산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이 인사를 추천하면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1차 인사검증을 진행하고, 이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최종 검증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사정보관리단장은 비검찰·비법조인 출신 인사 전문가를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인사 관련 주요 보직이 모두 검찰 출신으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고위공직 후보자를 추천하는 대통령실 복두규 인사기획관은 대검찰청 사무국장 출신이고, 고위공직 후보자의 2차 검증을 담당하는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은 검사 출신이다. 1차 검증을 책임질 인사정보관리단장 산하의 인사정보1담당관도 검사가 맡게 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정수석실의 대표적인 문제는 인의 장막에 둘러쌓여 인재풀을 활용하지 못하고 코드에 맞는 인사를 기용했다는 것”이라며 “인사라인에 검찰 출신들이 더 많이 배치되면서 민정수석실 폐해를 더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법무부 눈치 안 볼 부처 있겠나”
법무부는 “검증 업무는 권한이라기보다는 책임에 가깝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법무부가 인사검증 기능을 갖는 것만으로 국무총리의 임명제청권이 유명무실해지는 등 국무위원 간 역학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창현 교수는 “법무부의 입김이 강해지고 상급 기관화될 수 있다”고 했다.
법무부는 또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법무부가 공직자 검증 업무를 수행한다”고 했는데, 이 역시 국가별 기관의 독립성, 인사검증 과정의 차이를 간과한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희 교수는 “미국의 경우 법무부 산하인 FBI(연방수사국)가 인사검증을 하는데, 기관 자체의 독립성이 충분히 보장된다”고 했다. 차진아 교수는 “고위직 공무원에 대해서는 국회 상원이 인준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과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이효상·이보라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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