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티게이트' 보고서 발표..'술잔 든' 존슨 총리 겨냥

수 그레이 보고서 "고위 지도부가 법 위반 문화에 책임져야"
존슨 "모든 것에 책임진다"..사임요구는 거부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총리실 '파티게이트'에 관한 정부 내부 조사 보고서가 드디어 발간됨에 따라 보리스 존슨 총리의 거취에 영향이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보고서엔 예상대로 존슨 총리 등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법 위반 문화를 조성한 데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질타하는 내용이 담겼다.

존슨 총리는 의회에서 모두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은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영국 내각부 공직자 윤리 담당 고위 공무원 수 그레이는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 봉쇄 기간 총리실과 정부 청사에서 벌어진 모임에 관한 조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레이는 보고서에서 "모임 중 상당수가 허용되면 안됐다"며 "중앙의 고위 지도부는 정치인이든 관료든 모두 이런 (법 위반) 문화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원들이 윗사람들이 참석한 것을 보고 모임이 허용된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또 보안·청소 직원들이 존중받지 못하고 열악한 대우를 받는 사례가 나왔는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레이는 "정부 핵심부에서 이런 규모로 이런 일을 벌였다는 데 많은 사람이 충격받았을 것"이라며 "국민들은 가장 높은 기준이 적용되길 바랄 텐데 이번에 벌어진 일들은 그에 미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참석자 징계 문제는 이 보고서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보고서에서 존슨 총리를 직접 비판하진 않았지만 그가 파티에 참석한 사진 등을 포함해서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고 분석했다.

존슨 총리는 의회에서 "내 감독하에 일어난 모든 일에 전적으로 책임진다"며 사과했지만 사임 요구는 예전과 같이 거부했다.

그는 파티에 관해 몰랐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지난해 의회에서 총리실에서 규정이 준수됐다고 말한 것은 거짓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해 말 봉쇄 중 파티 의혹이 자꾸 제기되자 내부 조사를 의뢰했다. 당초엔 사이먼 케이스 내각부 장관에게 맡겼지만 그 역시 파티에 참석한 것이 알려지자 그레이로 교체했다.

그레이 보고서 요약본은 1월 말에 발표됐지만 이후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최종 보고서 발간은 그 이후로 밀렸다.

경찰은 최근 존슨 총리 부부와 리시 수낙 장관 등 총 83명에게 범칙금을 부과하고 수사를 종료했다.

존슨 총리는 '파티게이트'로 야당은 물론 보수당 의원들로부터도 사임 압박을 받으며 궁지에 몰렸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관심이 분산돼서 한숨을 돌렸다.

이후 코로나19 규제가 모두 풀리고 존슨 총리에게 부과된 범칙금이 1건으로 끝나면서 '파티게이트'에 관한 민감도가 낮아졌고 존슨 총리는 위기를 모면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 주 ITV가 존슨 총리가 2020년 11월 13일 공보국장 송별 파티에 참석해서 술잔을 든 사진을 공개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전날 BBC 파노라마 보도에 따르면 총리실 직원들은 이 파티에서 존슨 총리가 직접 술잔을 드는 것을 보고 파티를 승인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직원 3명의 증언을 종합하면 참석자가 30명이 넘고 일부는 다른 사람 무릎 위에 앉을 정도였으며 방안 곳곳에는 음식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었다.

또 한 목격자는 작년 4월 16일 필립공 장례식 전날 파티는 참석자들이 춤을 추는 활기찬 행사였으며, 너무 요란해서 경비원이 건물 밖으로 나가라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경비원이 파티를 중단시키려고 했지만 조롱만 당하기도 했다고도 그는 전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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