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귀국길에..북한의 '의도된 타이밍'

워싱턴 도착 2시간 전 발사
미 중심 동맹국 규합에 맞불

북한이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한 것은 ‘의도된 타이밍’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4일 한국·일본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시간에 맞춘 무력시위라는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점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이어 일본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뒤 워싱턴에 도착하기 2시간 전이다. 한·미 및 미·일 정상회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정상회의에서 나온 대북 대응에 대한 불만을 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대표적인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꼽는 한·미 연합훈련과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2일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오산 기지 내 항공우주작전본부(KAOC) 작전조정실을 방문했다. KAOC는 한국형 3축 체계(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를 운용하는 핵심 지휘통제기구다. 지난 23일 미·일 정상회담과 24일 쿼드 정상회의에서도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협력이 강조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동맹국들이 규합해 강경 대북 대응 움직임을 보이자 북한도 무력시위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지금의 현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북·미, 남북 관계, 대북 제재, 코로나19 상황 등이 이 같은 ‘현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남, 대일, 대미 등을 사정권에 둔 핵무력의 다종화를 과시하는 한편 한·미·일의 대북 강경책에 대한 강 대 강 맞대응 전략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한반도 문제 주도권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 갖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지난 12일 코로나19 발열 환자 발생 사실을 처음 공개한 북한은 20일을 정점으로 지난 나흘간 신규 환자 수가 10만명대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신규 사망자 수는 이틀째 ‘0명’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관리에 자신감을 드러내며, 이와 별개로 무력시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에 맞춰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풍계리 핵실험장과 다른 장소에서 7차 핵실험 준비를 위한 핵 기폭장치 작동 시험을 하고 있는 것이 탐지되고 있다”며 “하루 이틀 내 핵실험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지만, 그 이후 시점에선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