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총수 모두 왔다..中企人 대회서 '상생 핸드프린팅'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주도하고 중소기업인 등 약 520명이 참석한 이번 대회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 경내에서 개최된 첫 대규모 행사다. 특히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들도 초청돼 중소기업단체장들과 상생을 다짐하는 핸드프린팅 퍼포먼스를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격려사에서 “코로나 팬데믹, 공급망 재편, 기후변화 등 복합적 도전과 위기에도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준 중소기업인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금 26조3000억원이 포함된 이번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즉시 신속하게 집행해 소상공인의 손실을 온전히 보상하겠다”며 “또 중소기업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연구개발비에 대한 공제 혜택을 늘려 중소기업이 미래 신성장 산업에 진출하도록 돕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격려사를 한 단상은 일반인이 계단 없이 올라갈 수 있는 정도인 60㎝ 높이였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 단상이 120㎝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으로 낮춘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 대통령이 중소기업인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기 위해 의례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 참석 만찬은 고정된 테이블에서 음식 서빙을 받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 만찬은 뷔페식으로 준비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잔디광장에 차려진 테이블을 돌아다니면서 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대·중소기업 상생 퍼포먼스’인 핸드프린팅 행사에는 중소·대기업을 대표해 총 10명이 나섰다. 중소기업을 대표해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과 이날 훈장을 받은 중소기업인 주보원씨 등 5명이 테이블에 올랐다. 대기업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수장이 참석했다.
중소기업인대회에 5대 그룹 총수가 모두 참석한 것도, 함께 핸드프린팅 행사를 한 것도 처음이다. 핸드프린팅 행사는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인대회를 준비하는 단계부터 구상했다고 한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코로나를 겪으며 공정과 상생이 화두가 됐고, 재계에선 양극화 해소가 더욱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다. 이에 따라 중기중앙회는 5대 그룹 상생협력 담당팀과 물밑 접촉을 했고, 특히 지난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상생 퍼포먼스가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민간 차원 협의 과정에는 대통령실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라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을 반영해서 행사가 기획됐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선 한때 비가 내리기도 했다. 헤드 테이블에 있던 대기업 총수 5명과 중소기업계 대표 5명은 테이블에 번갈아 선 채 ‘약속 징표’에 손바닥을 찍는 핸드프린팅 행사를 진행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모범 중소기업인 15명에게 금탑·은탑·동탑·철탑·석탑 산업훈장을 직접 달아주고 상장을 수여했다. 산업포장(12명), 대통령표창(32명), 국무총리 표창(34명) 등 총 93명이 정부 포상을 받았고 일부 수상자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이어진 비공개 만찬은 테이블 및 천막을 활용한 가든파티 형태로 진행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환경부·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비서실에서도 비서실장과 5명의 수석비서관 등이 테이블별로 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대기업 총수들도 중소기업인들과 어울려 만찬을 즐겼다. 대통령실은 “만찬은 일반적인 코스 메뉴가 아니라, 전국 8도의 특산물을 재료로 한 뷔페식으로 구성했다”며 “이사 떡과 용산 대통령실을 형상화한 케이크 등을 제공해 청사 이전을 축하하는 의미를 부각했다”고 했다. 이날 행사 만찬주로는 국내 중소업체가 제조한 막걸리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 대통령은 만찬주를 거의 마시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김기문 회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정부가 규제를 화끈하게 풀어야 젊고 혁신적인 기업을 많이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한 중소기업인은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이 정도로 대통령을 가까이서 본 적은 처음”이라며 “장관들과도 현장 고충 등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했다.
중소기업인대회는 경제 발전에 기여한 중소기업의 성과를 공유하고 격려하는 자리로 중소기업계 최대 행사로 꼽힌다. 특히 올해는 중기중앙회가 60년을 맞아 상징적 의미가 커졌다. 대회 슬로건도 ‘60년의 발걸음, 100년의 희망’이다.
중소기업인대회가 대통령 집무실 경내에서 개최된 것은 6년 만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인 2009~2016년에는 청와대에서 행사가 열렸고, 문재인 정부에서 맥이 끊겼다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청와대가 아닌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 2월 중기중앙회를 방문해 중소기업인대회 참석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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