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인권 기획 14편] 동심 멍들게 하는 정서적 학대..사회적 인식은 '아직'

서현아 기자 2022. 5. 25.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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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어린이 인권 실태를 살펴보는 연속보도, 오늘은 정서적 학대 문제를 짚어봅니다.


보시는 그림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받은 여섯 살 어린이가 그렸습니다. 


자신의 얼굴을 표정조차 없는 상태로 묘사했죠. 


신체 학대 못지않게 정서학대도 아이에게 큰 상처를 남기지만, 사회적 인식은 아직 안일합니다. 


서현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상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고,


"자꾸 생각이 나서 그걸 지울 수가 없어"


유치원에서 겪은 일을 반복적으로 호소합니다.


인터뷰: 정서학대 피해아동

"다 먹으라고 소리 질렀어요. 같이 한꺼번에 크게 (입에) 넣었어요. 너무 커서 그만 화장실 세면대에 뱉어버렸어요"


친구들 앞에서 모욕감도 느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정서학대 피해아동

"내가 실수로 색칠해버려서 '이게 아니지' 이렇게 했어. 선생님이 색칠하는데 나만 색칠하지 말라고 했어."


아이는 지속적인 강박과 퇴행 증상을 보이다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진술이 일관되고 상황을 목격했다는 친구도 나왔지만, 수사는 열 달이 다돼 가도록 지지부진합니다.


물증이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인터뷰: 정서학대 피해아동 어머니

"해바라기센터 진술을 갔다 왔는데도 (수사관이) 진술뿐이면  처벌이 어려운 건 아냐, 근데 왜 신고를 했냐는 말을 저한테 했었고"


가장 최근 발표된 아동학대 통계에서, 정서적 학대는 28.2%로 신체 학대 12.3%보다 두 배 이상 많았습니다.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학대 방식이 더 은밀하고 집요해지는 겁니다. 


대법원이 정서 학대의 처벌 수위를 높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인터뷰: 공혜정 대표 /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폭언, 경멸, 적대적인 언어 이게 결국은 상대방의 자아 존중감을 갉아먹는 행위거든요. 저희는 자존감 도둑이다, 이렇게 말까지 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은 법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진술은 오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통념은 물론이고, 어른들은 흔히  "잘 가르쳐 보려고", "고의는 아니었다"고 항변합니다. 


인터뷰: 정익중 교수 /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CCTV가 굉장히 좋은 성능이라면 언어도 포함이 되고 그렇겠지만 영상만 가지고는 정서 학대를 했는지 안 했는지를 파악하기가 어렵거든요. 진술분석관도 좀 만들어지고 그리고 정서학대라고 했을 때 수사 관행도 조금바뀌어야 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마음의 학대가 아이의 평생 발달을 좌우할 정도로 심각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정한 교수 /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자신에 대한 인식 자체가 매우 부정적으로 잡혀서 장기간 나쁜 영향을 미칠 수가 있습니다. 아이가 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해서 보고를 하거나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정서적인 반응이 동반된 모습을 보이는 경우에는 분명히 의심을 해보아야 하고"


아이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고 폭넓은 지원 체계를 통해 진술권을 인정해주는 것.


약자를 괴롭히는 방식이 날로 복잡하고 은밀해지는 현실 속에서, 어린이 인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EBS 뉴스, 서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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