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길 왜 가냐" 비판에도 중국 간 유엔 인권 대표..시진핑 환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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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중국 방문을 두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국제 인권 단체와 미국 등은 바첼레트 대표의 중국 방문 전부터 중국행을 반대했다.
바첼레트 대표는 외교단에 "중국 방문은 (인권) 조사를 위한 것이 아니며, 중국 당국과 접촉을 확대할 기회로 본다"며 "코로나 방역 때문에 접근이 제한돼 있지만, 중국 당국과는 별도의 미팅을 잡아놨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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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중국 방문을 두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23일부터 5박 6일 일정으로 방중 중인 바첼레트 대표는 무슬림 소수 민족 위구르족 탄압 의혹이 있는 중국 북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를 방문할 예정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5일 이례적으로 바첼레트 대표와 화상 통화를 하며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인권을 가르치려 들고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면 안 된다”고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중국 관영 신화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바첼레트 대표와의 통화에서 나라마다 각자의 현실에 맞는 인권 발전의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 상황과 역사, 문화, 사회 제도, 경제사회 발전 수준이 다르니, 다른 나라의 인권 발전 과정을 존중하란 것이다. 시 주석은 “중국은 시대 흐름과 일치하고 중국 상황에 맞는 인권 발전의 길을 걸어왔다”며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나라의 제도를 따라하는 것은 재앙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 서방이 중국의 인권 침해 행태를 비판하는 상황을 겨냥한 듯, “인권 문제에 있어, 결점 없는 유토피아 같은 것은 없다”고도 했다. 시 주석은 “다른 나라를 가르치려 드는 훈계자는 필요 없다”며 “인권 문제가 정치화되거나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도구로 쓰여서는 안 되며,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할 핑계거리가 돼서도 안 된다”고 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중국을 방문한 것은 2005년 이후 17년 만이다. 시 주석은 다른 국가 정상이나 유엔 등 국제기구 대표들과만 만나기 때문에 바첼레트 대표와의 화상 회담을 두고 이례적이란 평이 나온다. 서방에서 위구르족 인권 탄압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그만큼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방문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칠레 대통령을 지낸 바첼레트는 대표는 시 주석에게 “중국의 빈곤 퇴치, 인권 보호, 경제사회 발전 실현 노력을 존경한다”고 말했다고 신화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전했다.
국제 인권 단체와 미국 등은 바첼레트 대표의 중국 방문 전부터 중국행을 반대했다. 자유로운 접근이 제한되고 중국이 짠 각본에 따라 움직일 것이 뻔하단 이유에서다. 현지에서 중국 정부의 인권 유린 실태를 파악하기는커녕, 인권 침해는 없다는 중국의 주장을 인정만 해주는 꼴이 될 거란 우려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는 코로나 감염 예방을 이유로 들며, 바첼레트 대표가 폐쇄식 관리 속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정한 장소 외에는 아무곳도 갈 수 없단 얘기다.
베이징 주재 외교단 일부도 23일 바첼레트 대표의 중국 도착 후 가진 화상 통화에서 이런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의 통제나 방해 없이 의미 있는 활동을 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다. 바첼레트 대표는 외교단에 “중국 방문은 (인권) 조사를 위한 것이 아니며, 중국 당국과 접촉을 확대할 기회로 본다”며 “코로나 방역 때문에 접근이 제한돼 있지만, 중국 당국과는 별도의 미팅을 잡아놨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또 “다 큰 성인으로서 행간의 의미를 읽을 수 있다”며 일각의 우려 표명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아예 바첼레트 대표의 중국 방문이 실수라고 공개 지적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중국이 신장 인권 환경에 관해 완전하고 조작되지 않은 평가를 하기 위해 필요한 접근을 허락해줄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바첼레트가) 방문에 동의한 것은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첼레트 대표는 신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 행위와 반인류 범죄, 제노사이드(종족 학살)에 관해 현실을 완전하게 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유엔은 2019년 신장 지역에 이슬람교도 약 100만 명이 구금된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은 신장에 수용소가 있다는 것을 전면 부인하다가, 2018년 이 시설이 직업 훈련 센터라고 입장을 바꿨다. 테러와 극단주의, 종교 급진주의를 막기 위해 필요한 시설이란 주장을 폈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앞서 23일 남부 광둥성 광저우에서 바첼레트 대표를 만나 ‘시진핑의 인권 존중·보호 발언 모음집’을 건넸다. 왕 부장은 “일부 국가와 반중(反中) 세력이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중국을 비방한다”며 “그들의 목적은 인권을 중국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인권 문제를 정치화·무기화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바첼레트 대표에게 신장 카슈가르와 우루무치를 직접 방문해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달라고 했다.
그러나 하루 후인 24일, 미국 비영리 반공 단체인 ‘공산주의 희생자 기념 재단(Victims of Communism Memorial Foundation)’이 신장 위구르 수용소 인권 탄압 증거로 수만 개의 파일을 공개하면서 중국을 향한 서방의 공세가 더 거세졌다. 수천 장의 사진과 문건 등엔 ‘신장 폴리스 파일’이란 제목이 붙었다. 2018년 1~7월의 자료로, 신장 지역 공안국의 컴퓨터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돼 있다가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문건엔 도망자를 사살하라는 명령도 포함됐다. 사진이 공개된 수용자 수천 명 중엔 15세 미성년자도 포함됐다.
중국 공안국장이 “시진핑이 신장 구금 시설에 더 많은 경비 요원과 자금을 지원하고 감옥과 억류 시스템을 확대할 것을 지시했다”고 직접 말한 것도 포함됐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중국 정부는 200만 명 이상 위구르족이 극단주의 종교 사상의 영향을 받고 있고, 따라서 잠재적 재교육 대상으로 본다고도 했다.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 신장 수용소 지휘 계통의 꼭대기에 시 주석이 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중국과 같은 시스템에서 억압하고 구금하고 제노사이드와 반인륜 범죄를 저지르는 시스템적 활동이 중국 정부 최고위층의 승인 없이 이뤄질 거라 생각하긴 매우 어렵다”고 했다.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 중국 정부 행위에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독일·영국 정부도 즉각 중국 측에 조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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