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를 당신들 마음대로 'OUT'시킬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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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이다.
교육감 선거에 또다시 등장한 '전교조 OUT(아웃)' 구호를 대하며 치솟은 분노를 가라앉히자 그 자리에 물음표가 남는다.
전교조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아이들만 바라보며 지낸 그 모든 시간에 대해, 혹여 학생과 학부모들이 부정적 편견을 갖게 되지는 않을까 고민해야 한다면 이는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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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이다. 교육감 선거에 또다시 등장한 ‘전교조 OUT(아웃)’ 구호를 대하며 치솟은 분노를 가라앉히자 그 자리에 물음표가 남는다. ‘아웃’되어야 하는 전교조 교육은 도대체 무엇인가?
부모 찬스의 다른 이름인 ‘촌지’와 소위 ‘치맛바람’이 더는 발 디딜 수 없는 학교문화를 만들고, 이제는 보편복지가 된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을 요구한 게 전교조다. ‘진단을 통한 지원’을 앞세운 일제고사에 반대하며 성장중심 평가와 배움중심 교육과정을 학교 현장에서 실천한 것도 전교조였다. 초기에 전교조 학교라는 맹공을 받았던 혁신학교는 이제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전국 모든 학교에서 ‘학교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일상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은 이제 대한민국 교육의 보편적 가치이자 의제가 되어, 몰아낼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것들이다. ‘전교조 아웃’을 통해 전교조가 이룬 교육개혁을 되돌려 과거로 회귀하려 한다면 이는 시민들의 기대에 역행하는 길이 될 것이다.
전교조가 이야기하는 교육은 경쟁보다 협력을 위한 교육이다. 이것이 틀렸다면 무엇이, 왜, 어떻게 틀렸다는 것인지 당당히 말하라. 전교조는 정당한 비판에 대해서는 언제든 귀 기울일 준비가 돼 있다.
전교조는 학생과 교사의 삶을 파괴하는 교육 현실과 반민주적 교육제도를 바꿔보자는 결의를 담아 자주적으로 출범한 노동조합이다. 교육감 후보는 물론 교육감, 설사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자주적인 노동조합을 ‘아웃’시킬 수 없다. 수년 전 박근혜 정부는 해직자 9명을 내치지 않는 전교조를 팩스 한장으로 법 밖으로 밀어냈지만,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했다는 대법원 판결로 전교조는 법적 지위를 회복했다. 전교조 조합원들은 탄압 속에서도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저들의 협박과 탄압이 아니라, 우리를 따르는 학생들의 해맑은 웃음과 초롱초롱한 눈빛’이라는 창립 시기의 그 마음으로 참교육 한길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거리 곳곳에 붙은 전교조 혐오 펼침막을 보며 전국의 전교조 교사들은 심리적 고통을 받고 있다. 전교조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아이들만 바라보며 지낸 그 모든 시간에 대해, 혹여 학생과 학부모들이 부정적 편견을 갖게 되지는 않을까 고민해야 한다면 이는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혐오와 배제의 논리를 걷어내야 한다.
최근 교원단체들을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정책선거’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 장기화로 교육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앞에서는 ‘공정’을 말하면서 뒤로는 부모 찬스를 비롯한 온갖 특혜를 당연시하는 기득권 세력을 보며 대한민국은 분노하고 있다. 평등한 배움의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더 높아지고 있으며, 유아 때부터 평생교육까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교육적 책임은 더욱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치르는 교육감 선거의 대표 슬로건이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와 배제라니, 자괴감이 든다. 교육감 선거는 학생들과 우리 모두의 미래를 책임질 각 지역의 교육 수장을 뽑는 선거다. 교육감 후보들은 그 품격에 맞게 교육정책을 말하라.
그리고 분명히 전한다. 전교조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당신들이 아닌 우리 자신이다. 전교조는 당신들 마음대로 ‘아웃’시킬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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