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사촌 특혜 의혹② 강릉시장 후보와 경포 공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사촌과 그의 회사가 불법 매입한 농지를 이용해 수십억 원대 은행 대출을 받아 낸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대출금이 흘러들어간 회사의 대표는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강릉시장 후보로 출마한 김홍규 씨였다. 뉴스타파는 권 의원의 사촌과 김 후보에게 대출이 이뤄진 경위에 대해 물었으나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권성동 의원의 사촌이자 지역 건설업체인 신화건설의 권은동 대표가 소유한 농지는 2016년 9월부터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당시 시민단체인 강릉시민행동이 권은동 대표를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춘천지검 강릉지청에 고발하면서다.
권 대표는 2015년 7월 배 모 씨로부터 경포도립공원 부지에 속한 안현동의 8개 필지, 11,618㎡의 농지를 당시 공시지가에 준하는 7억 6,000만 원에 매수했는데 그 자금은 신화건설이 제공했다. 강릉시민행동은 권 대표가 회사 돈으로 토지를 매입한 후 개인 명의로 등기했다며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신화건설도 같은 날 배 씨로부터 별도의 4,896㎡ 면적 토지와 건물을 매수했는데 그 대금은 공시지가의 10배가 넘는 21억 4,000만 원이었다. 권 대표 본인 명의의 토지는 낮은 가격에 구매하면서 회사가 그 돈을 내도록 하고, 정작 회사는 같은 땅 주인으로부터 훨씬 비싼 가격에 주변 토지를 사들인 것이다. 강릉시민행동은 권 대표 본인은 싸게 구입하는 대신 신화건설이 비싼 가격에 구매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봤다.
안현동 농지가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된 배경에는 강릉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권성동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도 한몫했다. 권성동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도립공원 관리 권한을 강화하는 ‘자연공원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공교롭게도 그 시점이 권은동 대표와 신화건설이 경포도립공원 부지를 구입하기 4달 전이었다. ‘권성동과 사촌인 권은동 대표 사이에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지만 권 의원 측은 “공약을 이행한 것으로 사전교감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무혐의, 법원은 벌금 '할인'
권은동 대표의 사법처리 여부가 지역사회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검찰은 2017년 9월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농지법상 신화건설이 농지를 직접 취득할 수 없었기 때문에 권은동 대표 명의로 구매하면서 그 대금을 신화건설이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는 권 대표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토지 매매 대금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세금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었을 뿐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이 역시 권 대표 측의 주장 대로였다.
다만 검찰은 권 대표가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지를 소유했고(농지법 위반) 신화건설의 소유임에도 권 대표의 명의로 토지를 사들였다며(부동산 실명법 위반) 권 대표와 신화건설을 각각 벌금 2,0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해당 사건은 법원에서 정식 재판이 진행됐지만, 재판부는 2017년 10월 권 대표에게 벌금 1,200만 원, 신화건설에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권 대표 측이 농지법과 부동산실명법을 동시에 위반한 범죄사실이나 죄질에 비해 미약한 처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불법 토지 거래 논란과 별개로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서 강릉시는 안현동 일대를 비롯해 경포도립공원의 일부 부지에 대해 공원 해제 절차를 밟았다. 이후 해당 토지 가격은 급등하기 시작했다. 권은동 대표이사가 7억 6,000만 원에 구입했던 안현동 토지는 2022년 현재 공시지가 기준으로만 2배 가까이 올랐다. 금융권에서 진행한 감정 평가에 따르면 해당 농지의 가치는 40억 원을 훌쩍 넘는다.
불법 취득 땅 주인은 여전히 권은동 대표이사
검찰과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로 사건은 종결됐지만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관할 지자체는 농지법 및 부동산 실명법 위반 내역이 확인될 경우, 사법처리와는 별개로 명의 변경 및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내려야 한다. 불법으로 취득한 부동산을 통해 부당 이익을 챙길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강릉시가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다면 권은동 대표 측은 해당 농지를 타인 명의로 이전하는 동시에 부동산 가액의 30%에 해당하는 과징금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취재진이 최근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권은동 대표는 여전히 문제의 안현동 농지 주인으로 올라 있었다. 과징금도 물지 않았다. 강릉시가 아무런 행정처분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릉시에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은 이유를 묻자 “해당 농지는 위법사항으로 적발되었거나 타 기관으로부터 위법한 내용을 통보 받은 사실이 없어 처분하지 않았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강릉시가 권은동 대표의 법 위반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당시 시민단체가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언론에서 권성동 의원의 가족이 연루된 불법 부동산 거래 기사가 보도됐는데도 관할 자치단체인 강릉시가 몰랐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홍진원 강릉시민행동 사무국장은 “공무원들이 권은동 대표의 법 위반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권성동 의원의 사촌인 권은동 대표가 지역에서 가진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강릉시가 봐주기를 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수십억대 대출금은 차기 강릉시장 후보 회사로
불법 토지 거래로 시작된 의혹은 오는 6·1 지방선거에서 강릉 시장에 출마한 김홍규 국민의힘 후보로까지 이어진다.
권은동 대표 명의의 농지는 2021년 5월 강릉 농협의 대출 담보물로 제공되면서 최대 48억 원의 근저당이 설정된다. 대출을 받은 곳은 농업회사법인 바이오에틱스라는 강릉시 소재 비료회사다. 신화건설이 주요 주주로 올라 있으며 권은동 씨 본인도 이사로 등재돼 있다. 그런데 대출이 이뤄졌던 당시 바이오에틱스의 대표이사를 맡은 이가 김홍규 씨였다. 강릉 농협 관계자는 "규정에 맞춰 대출이 이뤄졌다"라고 말했다. 담보로 설정된 해당 농지의 불법 취득 여부는 사전에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결국 강릉시의 방관 속에 아무 처분도 받지 않은 권은동 대표가 불법 취득 농지로 받은 수십억 원대 은행 대출금은 차기 강릉 시장을 노리는 김홍규 후보가 운영하던 회사로 들어간 것이다. 담보 제공 및 대출 경위와 관련해 권은동 신화건설 대표는 뉴스타파에 “바이오에틱스가 저희 회사 (신화건설이) 것이라 담보를 제공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김홍규 후보 역시 “대표이사로서 당시 대출 서류에 서명을 한 것은 맞지만 농지법 위반 사실 등은 몰랐으며 대출 경위는 회사의 기밀 사항으로 알려 줄 수 없다”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권은동 씨와 가까운 친구 사이지만 시장에 당선이 될 경우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김홍규 강릉시장 후보는 권성동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시장 출마 선언을 할 정도로 권 의원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현직 강릉시장 등 경쟁자들을 제치고 국민의힘 공천을 받았다. 검찰총장직에서 중도 하차 후 유력 대권 주자로서 정치권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해 5월 강릉을 방문해 김홍규 후보 및 권성동 의원과 나란히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뉴스타파 조원일 callme11@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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