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도발에 핵실험 임박설까지..대북제재 '운명의 일주일'
중러는 추가 대북 제재 난색..통과는 어려워
韓, 美 물밑지원..한미 공조 강화로 외교적 압력 강화
25일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은 이달 중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신규 대북제재 결의안 표결을 추진하고 있다. 이달 안보리 의장국이 미국인 만큼 주도적으로 대북 제재를 이끌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날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3발 중 1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으로 추정됨에 따라 2397호 결의 내 이른바 ‘트리거’(trigger·방아쇠) 조항이 발동될 근거가 마련됐다. 이 조항에 따르면 안보리는 북한이 ICBM을 쏘면 대북 유류공급 제재를 자동으로 강화하도록 되고 있다.
미국이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 역시 이에 근거해 지난달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량과 정유제품 수출량을 지금의 절반인 연간 200만배럴과 연간 25만배럴로 줄이는 내용을 포함했다. 아울러 북한에 담뱃잎과 담배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북한의 자금줄인 사이버 공격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이사국들의 의견을 담아 최종안을 마련하는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문제는 최종안이 나오더라도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상임이사국의 반대 없이 9개 이상 이사국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또 다른 제재는 긴장만 높일 뿐이라며 오히려 인도주의를 근거로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ICBM과 핵실험이 이어졌던 2017년 당시에는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의 제재 수위를 낮출 망정, 제재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중 경쟁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의 갈등이 깊은 현 상황에서 과거 6자 회담 당사국들의 공조 역시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박진 외교부 장관 역시 이를 인식한 듯, 이날 열린 부내 대책회의에서 “상황이 쉽지 않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우리 정부는 안보리 이사국은 아니지만, 이사국들을 대상으로 물밑 외교를 펼치며 미국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의 지속된 도발은 더욱 강력하고 신속한 한미 연합 억제력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으며,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안보리 이사국에 회람키로 했다.
이에 맞춰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확장억제 실행조치를 이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앞서 한미 정상은 핵·재래식·미사일 방어 등 모든 역량을 활용한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 방안을 공동성명에 명시한 바 있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가동해 실제 기동훈련을 하거나 그동안 파행을 겪은 야외 훈련을 정상화할 수 있다”며 “오늘은 비교적 절제되고 상호 긴장을 상승시키지 않는 국면에서 할 수 있는 메시지를 보냈다면 추가적인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 앞으로의 도발 양태에 따라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거리 폭격기 등 미국 전략자산 전개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핵무기를 투발할 수 있는 미국의 전투기나 핵잠수함, 항공모함는 장기적 논의 과제로 남겨뒀다.
이는 도발 수위를 높이는 북한에 대한 경고인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외교압력도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각을 세우는 중국과 러시아에게 미국의 전략자산의 한반도 진출은 달갑지 않은 이슈이기 때문이다. 특히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은 한미 연합 억제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날 대통령실은 북한이 핵 기폭 장치를 실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후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와 안드레이 쿨럭 주한 러시아 대사와 각각 통화를 해 유엔 안보리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단합해 단호한 대응을 해 나갈 필요성을 강조했다. 싱 대사와 쿨럭 대사는 한반도 및 역내 정세 안정의 중요성에 공감을 표하고,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수행해 나간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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