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

최재훈 2022. 5. 2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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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부산] 여느 미술 전시회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전시장입니다.

하지만 이 전시장에 걸린 작품에는 작가 이름과 작품 설명, 제작 연도 등 어떤 정보도 없습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한 관객이 가려 놓은 정보판을 긁은 흔적도 보입니다.

전시 제목 자체가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입니다.

[최상호/부산현대미술관 전시기획 학예사 : "동시대 예술을 접하는 대부분 감상자는 작품의 이해를 돕는 외부 정보에 의존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참여 작가나 작품의 정보 등을 제거했을 때 작품이 어떻게 이해되고, 감상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보기 위한 전시입니다."]

회화부터 코딩으로만 만든 현대 디지털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 90점은 동시대 작품 경향을 한눈에 보여줍니다.

영상과 음악, 시를 결합해 마치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며 전시장 한 방을 가득 채운 대형 작품부터 소주잔과 초장을 그린 소품까지 작품 규모도 다양합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국내 원로작가와 해외 유명작가뿐 아니라 신진 작가와 다른 직업을 가진 비전업 작가까지 참가했습니다.

'거의 정보가 없는' 작품들 속에는 고가의 유명 작품도 있지만 길에서 주운 작품도 있습니다.

배경 설명 없이 작품을 만났을 때 관객은 어떤 느낌일까?

[박윤희/부산시 사하구 : "감상의 깊이가 더 깊어집니다. 감상의 깊이가 깊었고, 색채 표현과 색채 대비를 더 많이 느낄 수가 있었고, 편안한 감상이었습니다."]

전시장 입구에 있는 9개의 똑같은 붉은 페인팅 작품엔 유일하게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붉은 광장', '붉은 사각형' 등 같은 작품에 서로 다른 이름을 붙여 해석의 다양성을 보여주려는 기획자 의도입니다.

한눈에 봐도 따듯함을 느낄 수 있는 동화 같은 이 작품들은 난해한 현대미술에 반기를 드는 걸까?

움직이는 추상화 같은 디지털 작품과 이를 그대로 그림으로 옮겨 놓은 듯한 작품은 같은 작가일까?

사전 정보가 없다 보니 다양한 궁금증을 안고, 해석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현대 미술을 접했을 때 느끼는 복잡함과 난해함.

작품 설명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불편함과 때로는 불쾌감까지 느끼게 하는 동시대 작품에 정보를 아예 삭제해 감상의 주도권을 관객에게 넘겼습니다.

[최상호/부산현대미술관 전시기획 학예사 : "전시는 작가와 작품에 관한 설명과 이들을 둘러싼 여러 배경과 쟁점 또는 예술 전문가들의 평가들이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관객의 자율적인 감상을 방해하기도 한다는 점을 동시에 주목합니다."]

전시장에는 작품의 감상평을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습니다.

참여 작가와 작품 정보는 오는 7월 1일 공개됩니다.

정보가 공개된 전시장을 다시 찾아 자신의 감상평과 작품 설명을 비교해 보면 현대 미술과 더 친숙해지지 않을까요?

문화톡톡 최재훈입니다.

촬영기자:허선귀/영상편집:이동훈

최재훈 기자 (jhh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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