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횡령 새마을금고 다급한 출금 행렬..은행 10년간 몰랐다
'예치금 돌려막기' 방식으로 10년간 범행 은폐
범행 사실 알려지자 고객들 피해볼까 출금 행렬
새마을금고 직원이 10년 넘게 회삿돈 40억원을 몰래 빼돌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은행 측은 10년 넘는 기간동안 이같은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횡령 혐의가 공개된 이날 해당 지점을 이용했던 시민들은 급히 은행을 찾아 예금을 출금하거나 적금을 해지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찾은 서울 송파구 새마을금고 지점에는 평소와는 다르게 20여명의 손님들로 긴 시간 북적거리는 모습이었다.
오전 10시 50분쯤 예금을 출금하러 왔다는 60대 남성 A씨는 "평소 이 시간대엔 손님이 한두 명 정도밖에 없었는데 오늘은 유독 이상하게 사람이 많았다"며 "횡령 뉴스가 터지고 나서 걱정돼 다들 달려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교회 등 주민들이 이용을 많이 하는 지점으로 알고 있다"며 "긴 시간 이용해와 직원들과도 친하게 지내 더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급하게 적금 계약을 해지하러 왔다는 70대 남성 이모씨는 "오전에 뉴스 보자마자 달려나왔다"며 "작년 10월에 5000만 원짜리 적금을 들어놨는데 아내가 뉴스 보더니 난리가 나서 혹시 몰라 바로 해지하러 왔다. 있던 예금도 빼고 적금도 해지했다"고 말했다.
은행 창구에 있던 한 60대 여성은 창구에 "직원이 빼돌렸다는데 맞느냐. 예금을 해지하지 않아도 되느냐"며 창구 직원에게 문의하자 "예금의 경우에는 문제 없다. 피해 걱정 안해도 된다"는 답변에 돌아가기도 했다.
송파경찰서는 새마을금고 직원 A씨를 지난달 말 특정경제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입건해 불구속 수사 중이다. A씨는 서울 송파구의 새마을금고 본점에서 30년 넘게 일했다. 실제 범행을 벌인 기간은 10년 정도로 예금과 보험 가입비용 등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최근 우리은행, 오스템임플란트, 계양전기 등 기업 횡령 사건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압박감을 느꼈다는 진술과 함께 경찰에 자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공범으로 자신의 상급자 B씨를 언급했다. 경찰은 5월초 B씨도 횡령 혐의로 입건해 함께 조사 중이다.
당초 횡령 금액은 약 11억원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은 횡령 이후 피해를 복구한 금액을 합산해 총 횡령액을 4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자는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기존 고객들의 만기가 다가오면 새로 가입하는 고객의 예치금으로 지급하는 일종의 '돌려막기'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은행 측은 B씨 또한 이 과정에서 상당부분 관여해 금전적 이득을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는 장기간 근무하며 쌓은 고객과의 친분, 정기예탁금의 경우 통장 조회를 잘 하지 않는 점 등을 범행에 이용했다.
은행 관계자는 "친분이 있는 고객의 정기예탁금을 빼돌린 뒤 만기 시점이 되면 본인이 알아서 재예치를 해주겠다고 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파악됐다"며 "재예치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다른 고객의 예치금을 빼돌려 보존하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보통 정기예탁금의 경우 계약 기간 동안 잔액 조회를 하지 않는 점을 이용했으며 고객들은 직원을 그만큼 신뢰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A씨와 상급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면서도 "향후 구속 수사 등 강제 수사 가능성 또한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횡령 사건으로 발생한 피해 금액은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이 보전할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횡령과 같은 사고의 경우를 대비해 만들어놓은 시스템이 있다. 이를 통한 전체 보상을 준비 중에 있다"며 "이후 횡령 당사자로부터 어느 정도 피해 복구 받을 수 있는지도 파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달 말 A씨가 자수하던 시점에 범죄 정황을 인지하고 자체 감사에 착수했으며 A씨와 공범 B씨에 대해 업무 배제 조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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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백담 기자 da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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