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인사검증, 권한 아닌 책임"..'왕 장관' 비판 반박(종합)
인사 추천·검증 모두 검찰 출신 손에..'대통령 직할 통치'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설치로 한동훈 장관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법무부가 25일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들을 반박하는 설명자료를 냈다.
자료에는 인사 검증의 공정성 확립과 정보 보안을 위한 여러 방인 제시됐지만, 검찰 출신들이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주요 보직을 틀어쥔 것에 대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법무부는 설명자료에서 과거 민정수석비서관실이 담당하던 공직자 인사 검증 기능을 인사정보관리단으로 이관하는 조치가 대통령실의 권한을 내려놓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인사정보관리단이 생기면서 대통령실에 집중됐던 인사 추천 및 검증, 최종 판단 기능이 대통령실과 인사혁신처, 법무부 등 다수 기관에 분산된다는 설명이다.
법무부는 또 인사 검증 업무를 감사원 감사대상에 포함함으로써 업무의 투명성을 높이고, 과거 청와대 내부에서 감시 없이 이뤄지던 '밀실 인사'의 문제점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권 교체 시 파기되던 검증 자료를 행정부처의 공적 자료로 보존하게 되면서 공정성과 객관성도 향상될 것이라고도 했다.
법무부가 이처럼 인사정보관리단 설치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하고 나선 것은 전날 관련 입법예고 내용이 보도된 후 쏟아진 각계의 비판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전날 인사정보관리단의 윤곽이 드러나자 법조계에서는 한동훈 장관이 검찰권과 인사권을 동시에 쥐고 '국가 사정' 업무를 총괄하는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됐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수사·기소 권한을 가진 검찰청을 지휘하는 법무부가 인사 정보 수집·관리 권한까지 행사하게 되면서 인사 정보가 수사에 이용될 위험이 커졌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법무부가 인사 검증 업무를 맡기 위해서는 정부조직법에 한정적으로 규정된 법무부 장관의 권한을 확대하기 위한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무부는 제기된 문제점들을 설명자료에 하나씩 열거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법무부는 우선 인사 검증 업무를 법무부가 전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1차 인사 검증 실무를 담당하는 것에 불과하며 대통령실의 최종적인 검증을 통해 인사 검증이 마무리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사 검증 업무가 권한이라기보다는 책임에 가깝다는 주장도 내놨다. 인사 권한은 추천 및 검증 결과를 최종 판단하는 대통령실에 있는 것이고 법무부는 일부 검증 실무만을 담당한다는 취지다.
검증 업무는 전문적이며 기술적인 영역이라 그 자체로 재량의 여지가 없으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법무부가 공직자 검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법무부는 또 인사 정보가 사정 업무에 이용되지 않도록 부처 내에 '차이니스 월'(부서 사이 정보교류 제한)을 쳐 인사 정보의 외부 유출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인사정보관리단장을 비검찰 출신의 직업 공무원으로 임명하고, 장관에게 중간보고를 하지 않도록 해 검증 과정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도 밝혔다.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과거 민정수석실과 동일한 방식으로 인사혁신처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독립성 보장을 위해 사무실도 법무부가 아닌 제3의 장소에 설치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감사원이 있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근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검찰 출신들이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주요 보직을 틀어쥔 것에 대한 비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사 추천 업무를 담당하는 대통령 인사기획관은 대검찰청 사무국장 출신의 복두규 기획관이 맡고 있다. 인사비서관 역시 특수통 검사 출신인 이원모 비서관이다.
인사정보관리단의 1차 검증을 토대로 2차 검증을 진행하는 공직기강비서관 또한 검찰 출신인 이시원 비서관이 임명됐다. 인사 추천부터 검증까지 모든 과정에 검찰 출신 관료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 장관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야당은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소식이 알려진 후 검찰 출신이 장악한 법무부에 윤 대통령이 국가 권력을 몰아주면서 '검찰 왕국'을 만들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소통령', '왕 장관'으로 불리는 한 장관을 통해 인사 업무를 장악하고 대통령의 직할 통치를 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trau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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