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피살 공무원 유족 대통령기록관 항의방문 "文의 몽니에 오기 생겨..정보 공개하라"
기록관에 靑 상대 1심 승소자료 전달.."대통령지정기록물로 잠근 정보 파악해야"
文 "군통신선 막혀" 근거 된 정부 보고자료 요구..李씨 "두렵고 감출 게 많나"
지난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발견돼 살해, 시신훼손을 당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가 최근 법적으로 '사망'을 인정받은 데 이어, 이씨의 유족 측이 대통령기록관을 찾아갔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고인에 '자진 월북설'을 제기해놓고도 구체적인 진상규명에 불응한 데다, 사건 관련 내부 보고자료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열람을 막은 데 따라 정보공개를 청구하기 위해서다.
고인의 친형 이래진씨와 유족의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25일 오전 세종시 어진동의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해 대통령지정기록물 정보공개청구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고, 기록관에 정보공개청구서를 제출했다. 유족 측은 앞서 고인이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다음날이자 북한군에 사살된 2020년 9월22일 청와대가 해수부·해양경찰청 등에서 받은 사건 관련 보고와 이후 지시한 서류의 공개를 청구했다.
사망 엿새 뒤인 2020년 9월28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아쉽게 부각되는 것은 '남북간 군사통신선이 막힌' 현실"이라고 발언한 근거가 된 보고나 서류가 있는지 정보공개 청구 대상이 됐다. 유족 측은 지난해 1월13일 청와대 등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당해 11월 서울행정법원 1심이 국가기밀에 해당하지 않는 정보는 열람할 수 있다고 판단했으나, 청와대가 항소하면서 진상규명은 멀어졌다.
청와대는 지난 3일 서울고법에 낸 의견서에서 사건 관련 정보를 '대통령 지정기록물 대상'이라고 주장했고 9일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향후 15년간 정보공개가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에 놓였다. 유족 측은 지난달 13일 국가안보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허용한 대통령기록물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까지 냈다. 북한을 상대로도 2억원 규모의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소송을 낸 상황이다.
유족 측은 이날 대통령기록관에 정보공개청구 1심 승소 관련 서류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문 전 대통령의 퇴임으로 청와대에 있던 정보가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됐다"며 "감춘 정보를 파악하고자 대통령기록관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기록관이 유족의 정보공개청구를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다.
이래진씨는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외면한 채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대통령기록물법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철저히 숨기며 감춰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게 더 강력한 조치들이 필요하다"며 "1심에서의 원고 승소에도 피고 측은 보란 듯이 항소해 대통령기록물로 잠가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도 (고인이 도박 빚 등을 이유로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경의 수사와 발표가 '허위'이며 '심각한 인권 침해'가 있다고 판결했다"며 "문재인 전 정부는 정보자산으로 도감청을 해서 북한에 체포된 것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인권을 무참히 유린한 문 정부'로 규정하면서 "지난주 법원에서 (동생의) 사망 판결이 내려졌다"며 "반드시 정보공개청구 내용을 열람해 사실을 밝혀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광주가정법원 목포지원은 지난 20일 유족의 청구를 인용해 이씨에게 '실종선고'를 함으로써 법적 사망을 인정했다. 유족 측에 공무원 순직 인정 및 유족 연금 신청할 길은 열렸으나, 전임 정부의 '자진 월북' 추정 발표로 인해 사건 진상을 두고 법적 다툼을 벌여야 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래진씨는 기자회견 후 SNS를 통해서도 문 전 대통령을 겨냥 "말로는 평화와 민주주의 헌법수호와 국군통수권자를 운운하더니 뭐가 두렵고 감출 게 그리도 많은지 여기에 숨겼다"며 "나도 오기가 생겨 반드시 열어봐야겠다. (임기) 끝나는 날까지 '몽니'부리고 '꼬라지 있는 체' 했지만 진실을 덮으려 한들 숨겨지겠나"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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