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혁신교육 실패" vs 성기선 "삼청교육대 회귀"..첫 후보 토론
기사내용 요약
주민직선제 도입 이후 13년만에 진보·보수진영 첫 양자대결
'혁신학교' '고교평준화' 등 교육정책 놓고 첨예한 견해 차이
중도·보수 결집 임태희 "진보교육감 13년, 학력 수준 저하돼"
진보단일후보 성기선 "학력저하 근거 없어…내가 교육전문가"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2009년 주민직선제 실시 이후 13년 만에 첫 양자대결로 치러지는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진검승부를 가리기 위한 후보자 토론회가 25일 열렸다.
경기도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도교육감 후보자 토론회를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일산 MBC 스튜디오에서 개최, 생중계했다.
차미연 MBC 아나운서 사회로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선출된 성기선 후보와 중도·보수층 결집에 나선 임태희 후보를 초청해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주민직선제를 통해 민선 교육감에 오른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추진한 핵심정책으로 꼽히는 ‘혁신교육’에 대한 두 후보 간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임 후보는 혁신교육을 실패로 규정하고 이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성 후보는 새로운 혁신교육 모델을 도입하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또 고교평준화와 학력저하 문제를 둘러싸고 팽팽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향후 두 후보자가 교육감 당선 시 어떠한 정책 변화를 가져올 가늠해볼 수 있는 토론회였다.
임 후보는 토론회 초반부터 시작 발언을 통해 경기교육청에 대한 공세를 폈다. 그는 “지금 경기교육은 지난 13년 전교조가 주도한 교육이었다”며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학생들의 실력 그리고 학생들의 인성 등 모든 면에서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더라도 과거 최고 수준에서 이제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거의 최하위 수준으로 내려앉았다”고 지적했다.
성 후보는 공교육이 처한 위기인 점에는 공감하면서 "교육자로서 좀더 고민하고 책임의식을 갖고 있다"며 "우리 교육은 대전환의 시대다. 산업화 시대 모델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지난 시대에 있었던 문제를 종합해서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교육전문가인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또 임 후보가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추진한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를 묻자 성 후보는 “경기도는 2009년부터 수많은 변화를 해왔다. 대한민국 4분의 1에 해당하는 경기도교육 영역이 학교현장을 바꾸기 위해 혁신교육을 추진했다”며 “혁신교육 핵심은 학교가 학교답게 가는 것"이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 학생들이 소외되고 엎드려 자고 방황하는 교실 붕괴현상을 2000년대 초반에 목도해왔다"며 "교실을 바꾸고 학교문화를 바꾸고 교사들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 엄청 노력했고, 혁신학교를 통한 참여형 수업 등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는 상당한 변화를 보여왔다”고 성과를 소개했다.
그는 이날 토론회에서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를 활용한 종합교육포털시스템 구축을 통해 미래를 담는 혁신교육을 실시하겠다”며 “이는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혁신교육의 새로운 모델”이라고 공약을 발표했다. 시대에 맞게 혁신학교를 바꿔가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하지만 임 후보는 “혁신학교 제도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가지 않으면 경기교육을 변화시키기 어렵다”며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의 역차별이 있는데 이는 헌법에 따른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와 상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성 후보는 “초기에는 그런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재정 지원을 했던 것이 사실이고 이는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원했던 것”이라며 “지금은 도내 약 2500개 초·중등 학교에서 약 1400개 정도가 혁신학교로 지정돼 있다. 초기의 모습과 달리 보편화돼 있다”고 맞섰다.
두 후보는 고교평준화와 학력저하를 놓고도 부딪혔다. 임 후보는 혁신학교와 고교평준화로 인해 학생들의 성적이 하향됐다고 비판의 잣대를 들이댔지만, 성 후보는 자신을 비롯한 교육계 연구를 보면 이러한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임 후보는 “경기교육의 가장 문제는 아이들의 학력이 떨어진 것”이라며 “지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격차가 심해진 점도 있지만 그 전부터 학력 저하 현상은 매우 심각했다. 이 문제는 최첨단 보조기기를 이용해서 학생들에게 공교육도 맞춤형으로 부족한 학력을 보충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키겠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성 후보는 학력저하 문제에 대해 “경기도교육연구원이 교육종단연구를 설계해서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의 성적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혁신학교가 일반학교보다 성적이 계속 올라가고 있거나 적어도 처지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주장을 일축했다.
이에 임 후보는 “종단연구를 말하는데 그 정도면 최소 9년 정도는 한 사람의 샘플을 갖고 조사를 해야 하는데 중간에 과반수 정도가 사람이 바뀌었다”며 “종단 연구의 기본이 잘못된 연구라고 생각한다”고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혁신학교는 시험이 없고, 숙제가 없고, 훈육이 없기 때문에 ‘3무 학교’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학부모들이 사교육 시장으로 가서 학력을 보충하고 있기 때문에 학력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저는 ‘혁신학교는 실패작’으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평준화에 대해선 임 후보는 “지금 우리 학생들의 성향은 과거 대량교육의 시대와 완전히 달라졌다”며 “이제 여건도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고 학생들은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교육이 돼야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사회에 적응할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에 성 후보는 “(제가) 1997년도에 전국 30만 명 고등학생 자료를 3년 동안 추적한 자료를 만들었다”며 “그 아이들의 3년 동안의 변화를 평준화 고등학교와 비평준화 고등학교를 비교해보니깐 평준화 지역의 성적이 비평준화보다 한 10점 정도 높은 상태로 나왔다”고 반박했다.
임 후보는 학교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인권교육에 대해서도 “지금 시행되고 있는 민주시민교육, 평화통일교육, 노동인권교육은 전교조 내지 그동안의 민주화 과정에서 특정한 운동권 세력이 강조해온 이념을 포장해서 교육시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이에 성 후보는 “최근 보수교육감 연대에서 민주시민교육, 평화통일교육, 노동인권교육을 삭제한다고 했는데 군대에 가서도 민주시민교육을 받는다”며 “80년대 삼청교육대로 우리 교육을 돌리려고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번 경기도교육감 선거는 2009년 간선제에서 주민직선제로 선거방식이 전환된 이후 1대 1 양자대결로 치러지는 첫 선거다.
현직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3월 3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보수와 진보진영 간 양자 대결로 맞붙는 구도가 성사됐다.
경기도교육감은 민선 1·2기 김상곤 전 한신대 교수, 민선 3기부터 민선 4기 현재까지 이재정 전 국회의원 등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이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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