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N포 세대 2030의 슬픈 자화상

2022. 5. 2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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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한반도청년미래포럼 대표·안민정책포럼 청년회원

지구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마주치고 지나치며 살아간다. 수많은 연(緣)들로 삶은 점철된다. 설명할 수 없는 우연이나 선택들로 삶 속에서 마주치고 서로를 알아가며 살아가는 거다. 특히 인생 항로에 본격 들어서는 2030 세대들에게는 선택이 기성세대와 다른 무게감을 갖는다.

세상에는 인간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논리, 법칙, 체계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과 감정의 영역은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내포되어 있다. 이성을 기반으로 하여 사회가 갖춰져 있지만 결국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며 우리는 모두 감정 속에서 서로 얽혀 살아간다. 힘든 순간을 함께하며 혹은 상대가 힘든 순간에 힘이 되어주고 옆을 지켜준다.

더러는 요동치는 상황 속에서 마음이 멀어져 이별하고 눈물을 흘린다. 살아가는 데 정해진 답은 없다. 사람들은 모두들 예나 지금이나 사랑을 갈구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생각보다 삶을 살아갈수록 사랑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삶의 터전이 되는 경제력을 갖추는 것이 사랑에 가장 큰 도전일 때가 많다.

"사랑은 타이밍이다"라는 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랑을 가능하게 하는 하부구조다. 그러나 요즘 2030 세대는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 필자는 이제 2030 세대에서 30세가 되었다. 여전히 사회에서는 젊고 어린 축에 속해 있다. 하지만 이 시기의 청년들에게는 서서히 가장 꽃다운 시기라는 20대가 끝나고 열정과 도전의 불씨보다는 안정과 정착이 우선시 되는 시기가 시작되었다고 점을 공통적으로 느낀다.

무엇을 위해서 이제까지 달려왔는지를 돌아보며 더러는 사회와 인간관계에 노곤함을 느끼기도 한다. 감정보다는 현실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되어가는 시기가 '서른'이라고들 말한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청년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제 학업을 마치고 직업을 선택했거나 그 과정에 있는 동세대들이 많은 고민에 휩싸여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주지하다시피 원하는 직장을 갖는다는 것은 거의 하늘의 별따기이다.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싶으나 경제적 기반이 따라주지 않아 의존적 삶을 살고 있는 것에 스스로 면구한 생각을 하는 동세대들도 많다.

혼인과 출산에 대한 생각도 그렇다. 모두들 20대 초반의 순수했던 사랑의 모습을 갈망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제는 추억으로 남은 더 이상은 할 수 없는 그런 것이라고 느낀다. 2030 세대 중에서도 20대는 풋풋한 사랑을 하지만, 30대에 접어들면 가정을 전제로 한 사랑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계산적 사랑이다. 요즘 2030 세대가 결혼을 기피한다지만 아직도 대다수 2030은 결혼과 가정을 꿈꾼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랑과 연애는 직장과 경제력의 종속변수가 된 지 오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기보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사회적 조건을 먼저 바라보게 된다. 이런 자신을 발견하고 모두들 스스로에게 애석함을 느끼기도 한다. 결국 그렇게 사랑이 무엇인지, 결혼이 무엇인지, 함께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술잔을 기울이며, 늦은 밤까지 이야기해도 결국 정답을 찾지 못할 때가 적잖다. 그래서 사회는 2030 세대를 'N포 세대'라고 안타까워 한다.

어쩌면 사랑, 직장, 혼인, 출산은 2030 세대만의 고민이 아닌 평생 찾을 수 없는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2030 세대 외에 많은 분들 역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지 못한 채 그냥 물 흐르듯 삶을 살아간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미래를 책임질 2030 세대의 방황, 무기력은 그냥 지나칠 게 아니다. 기성세대의 후회담과는 다르다. 미래를 떠안을 세대가 희망을 잃는 것처럼 한 국가에 암울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하루하루 상실감에 사랑도 연애도 결혼에의 의지도 옅어지는 2030 세대들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2030 세대의 어려움이 모두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많은 것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든 우리의 사회경제적 상황은 그들 책임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N포 세대라고 연민하고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긴급하고 강력한 사회 경제적 토대의 개혁을 통해 그들이 사랑과 연애, 결혼의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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