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인' 도발에 尹 시험대..한미공조 강조하며 강력 대북경고(종합)
한미공조 기반 강력 대응 지시..한반도 상황 관리 메시지도 발신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이동환 기자 = 북한이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 3발을 쏘아 올리는 무력 시위를 감행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이 초기부터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한미 양국의 확장억제 확대를 통한 대북견제 합의에, 북한이 'ICBM 섞어쏘기'라는 '레드라인 도발'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한미 공조를 토대로 원칙적 대응을 지시하는 동시에 한반도 정세의 추가적인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한 메시지도 발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신형 ICBM인 '화성 17형' 발사 3분 만인 오전 6시 3분 유선 보고를 받은 뒤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권영호 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이 첫번째 발사 직후인 오전 6시3분께 부속실 직원에게 이를 보고했고 10여분 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윤 대통령에게 전화해 조기 출근을 권유했다. 대통령 주재 NSC 소집은 오전 6시30분께 결정됐다.
윤 대통령은 오전 7시35분부터 63분간 진행된 회의에서 "한미 정상 간 합의된 확장억제 실행력과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 등 실질적 조치를 이행하라"고 했다.
지난 21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확장억제 실행을 강조한 것이다. NSC 이후 별도로 발표한 정부 성명에서도 "북한의 지속된 도발은 더욱 강력하고 신속한 한미 연합 억제력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미 국방·외교 채널이 동시에 가동되며 대북 공조에 나섰다.
한미 국방부 장관은 이날 통화를 하고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미국의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북한 추가 도발에 대비한 미 전략자산 전개와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조기 개최 필요성을 논의했다.
양국 외교부 장관도 통화에서 신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의 조속한 채택을 위해 긴밀히 공조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미는 대통령실 산하에 국방비서관이 주관하는 확장억제 태스크포스(TF)를 비롯한 5개 TF도 설치하며 공조 강화에 나섰다.
윤 대통령이 NSC 전체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지난 10일 취임 후 처음이다.
지난 12일 미사일 발사 때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그만큼 북한의 이날 도발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NSC 개최 직전인 오전 7시31분께 평소와 달리 정돈되지 않은 헤어스타일로 용산 청사에 도착한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대통령실에서는 북한 미사일 도발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미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미국 땅을 밟기 직전 이뤄진 사실을 특히 주목했다.
북핵 대응 수단으로 '핵'을 처음 명문화하는 등 북한 비핵화와 도발에 대한 원칙적 대응을 천명한 한미정상회담 논의 결과에 대한 북한의 '응답'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청사 브리핑에서 "한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라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 영공에 진입하는 시점과 비슷하게 도발을 시작한 것도 한미에 함께 던지는 전략적 메시지"라고 밝혔다.
북한이 도발 수단으로 ICBM을 선택, 2018년 4월 이후 지켜온 핵실험·ICBM 발사 모라토리엄을 재차 파기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당분간 고강도 도발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으로, 한반도 정세를 크게 뒤흔들 수 있는 제7차 핵실험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북한이 핵실험 '마지막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북한은 2017년 9월 3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의 6차 핵실험을 마지막으로 핵실험을 중단한 상태다.
김 차장은 "북한 지도자 스스로 결정은 안 했을 것이지만 기폭장치 실험을 지난 몇 주간 몇 차례 걸쳐 지속적으로 하는 것으로 봐서 실패하지 않을 핵실험을 위해 마지막 준비 단계가 임박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풍계리 핵실험장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하루 이틀 내 핵실험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지만 그 이후 시점에선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NSC가 이번 발사를 '중대한 도발'로 규정하고 '규탄'하는 등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는 한편 군과 주한미군이 연합 지대지 탄도미사일 실사격을 하는 등 4년 10개월 만에 공동대응에 나선 이유다.
대통령실이 이날 북한의 기폭장치 실험 정황 등 한미 정보당국이 탐지한 정보를 언론에 공개한 점도 대북 경고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와 동시에 북한을 자극해 한반도 긴장이 더 치솟지 않도록 메시지 관리에 나선 모습을 보였다.
김 차장은 "오늘은 비교적 절제되고 상호 긴장을 상승시키지 않는 국면에서 할 수 있는 메시지를 (냈다)"면서 "앞으로 도발 양태에 따라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무기를 투발할 수 있는 전투기, 핵추진 잠수함 등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해선 "지금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 양국의 확장억제와 관련된 도상연습(시뮬레이션)이 지난 몇년 간 거의 중단된 상태다. 그에 대한 세부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지난 13일 전격 제의한 코로나19 관련 인도적 지원 방침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북한 방역시스템이 아직은 충분히 개선됐다고 보지 않는다. 북한의 지방에 거주하는 주민 고통이 아직은 크다"면서 "한미가 북한에 우린 조건없이 지원할 의향이 있다고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발신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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