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초등학교서 '최악 총기 참사' .. 바이든 "비극에 질려, 행동해야 할 때"
18세 고교생 방탄복 입고 난사
버펄로 총격 열흘만에 또 참극
바이든, 총기 규제 도입 촉구
"로비에 맞설 용기 필요 시점"
무기업체 직접 겨냥 발언도
미국 텍사스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10대 고등학생이 총기를 난사해 초등학생 19명을 포함해 총 20명 이상이 숨지는 참극이 벌어졌다. 뉴욕주 버펄로에서 흑인을 겨냥한 총격으로 10명이 사망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이번에는 어린이들을 상대로 총탄을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런 비극에 진저리가 난다. 지금은 (총기 규제가 도입되도록) 행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2012년 샌디훅 사건 이후 최악의 총기 사건으로 평가되는 이번 사태가 무기 업체들의 로비에 번번이 막혔던 총기 규제 도입을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현지 시간)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총격이 발생한 장소는 텍사스주 소도시 유밸디의 롭초등학교다. 이곳에서 용의자인 18세 고등학생 샐버도어 라모스가 2·3·4학년 학생들과 교사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고, 이 사건으로 어린이 19명과 성인 2명 등 총 21명이 총탄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당국은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피해 학생들의 나이는 7~10세인 것으로 추정된다.
목격자들이 전한 총격 사고의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미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 라모스는 방탄복을 입고 교내로 진입해 준비해간 소총과 권총을 발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총알이 교실로 날아들었고 총에 맞은 아이들이 피를 흘렸다”는 목격담을 전했다. 일부 학생들은 깨진 창문을 통해 탈출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그대로 총격에 희생됐다. 용의자는 출동한 경찰과 40분 이상 바리케이드를 치고 대치하다 결국 경찰이 쏜 총에 맞아 현장에서 즉사했다. CNN은 라모스가 범행을 저지르기 직전 자신의 할머니를 총으로 살해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2012년 미 코네티컷주 샌디훅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이후 최악의 참사로 불린다. 10년 전 초등학생 20명과 어른 6명이 목숨을 잃은 일명 샌디훅 사건을 계기로 미국 사회에서는 총기 규제 논란이 거세졌지만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한 채 해마다 참극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총 693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이달 기준 210건을 넘는 등 미국에서는 총기 사고가 일상화됐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2019년 30건에 그쳤던 ‘액티브 슈터’ 건수는 지난해 61건으로 2배나 증가했다. 액티브 슈터는 제한된 공간이나 인구 밀집 지역에서 총기로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를 뜻한다.
미 정치권에서는 이번 참극이 총기 규제 도입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한일 순방에서 귀국하자마자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격앙된 어조로 “다른 나라는 미국만큼 총기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 왜 우리는 ‘대학살’과 함께 살려고 하는 것인가”라고 말하며 총기 규제 도입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18세 소년이 아무 제지 없이 총기를 살 수 있는 것은 분명 잘못”이라고 토로했다. 텍사스 사건 용의자 라모스는 최근 자신의 생일을 맞아 총기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로비에 맞설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규제를 막아서는 무기 제조 업계를 직접 겨냥한 발언도 내놓았다.
현재 미 상원에는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 조회 강화 △온라인 또는 사적 거래를 통한 총기 구매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총기 규제 법안 2개가 계류돼 있다. 지난해 3월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는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공화당에 막혀 있다. 이번 사건이 벌어진 ‘공화당 텃밭’ 텍사스주는 총기 휴대에 가장 관대한 지역이다. 총기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소속 크리스 머피 상원 의원은 “(상원 의원으로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무릎을 꿇고서라도 (공화당 의원들에) 빌겠다”고 읍소하기도 했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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