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주담대에 50년 모기지론까지.. 금융권 '장기화' 바람 [길어지는 대출·채권 만기]
신용대출도 최장 10년으로 늘려
청년·신혼 초장기 모기지도 예고
채권은 10년·30년 장기물 봇물
대출자 부담 줄고 은행영업 숨통
총이자는 늘어 따져보고 선택을
금융사들은 대출자의 상환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대출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이자부담이 커지는 점을 감안해 차주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시장에 불어닥친 '만기연장' 바람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상품의 만기를 늘리려는 움직임이 시장에서 속속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하나은행이 기존 35년 만기였던 주담대 상품의 최장 만기를 40년으로 연장한 데 이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도 줄줄이 만기연장에 나섰다. 이어 지난 19일 우리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기간을 최장 40년으로 확대하면서 5대 시중은행 모두가 4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보유하게 됐다.
신용대출 시장에도 만기연장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는 상품이 등장했다. 지난달 29일 국민은행이 가장 먼저 10년 만기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한 데 이어 신한은행과 농협은행도 같은 절차를 밟았다. 이뿐 아니라 지방은행 중 대구은행도 다음달 2일 대출기간을 최장 10년으로 늘린 상품을 출시한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뿐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대출상품 만기연장이 고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새 정부는 국정과제에 50년 만기 보금자리론을 추진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 같은 기조에 맞춰 금융위원회는 청년 및 신혼부부를 위한 초장기 정책 모기지 상품을 내년에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출부담 줄여" vs "이자 많아져"
금융권에서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금융사들은 대출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경기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기준금리는 높아지면서 대출자들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들어 정부의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이를 우회하기 위해 만기연장 필요성이 커졌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심해지니까 만기를 늘리지 않으면 한도를 늘릴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이 필요한 사람 입장에서나, 영업이 필요한 은행 입장에서도 우회로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1월부터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한 차주는 은행권에서는 본인 소득의 40%, 2금융권에선 60%를 초과해 빌릴 수 없도록 제한받고 있다. 오는 7월부터는 기준이 총대출액 1억원을 초과해 대출받은 차주로 강화된다.
이런 상황에 대출 만기연장은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다. 갚아야 할 기간이 늘어나면서 대출자들이 매월 갚아야 하는 원리금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금리에 경기부진까지 겹치면서 금융취약계층은 우회로가 절실해졌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이 작아지니 취약계층은 대출유지가 필요하다"며 "돈이 필요한 사람은 대출 만기연장을 선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달이 상환해야 할 금액이 줄어들면서 이자부담은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위험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융권의 만기연장 바람을 대출자의 선택 폭이 넓어진 것으로 평가하면서 각자의 상황에 맞게 선택할 것을 강조했다.
이순호 한국금융원 연구위원은 "원금이 준다는 것은 내는 이자가 더 많다는 것"이라면서 "어차피 기한은 본인 선택이니까 이자를 좀 더 내면서 돈을 더 빌리는 게 더 낫다고 하면 그렇게 하면 된다"고 전했다.
■장기채권 발행도 줄대기
채권 공모시장에서도 장기물 발행이 줄대기 중이다. 흥국화재해상보험이 오는 31일 30년물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KB손보와 한화생명보험도 다음달 각각 10년물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30년물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준비 중이다. 향후 금리가 인상할 것에 대비해 금융사의 장기채 발행이 줄을 이을 예정이다.
기준금리 인상기 채권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즉 유통시장에서 가격이 떨어지는 채권을 사서 되파는 자본차익 매매는 매력도가 떨어진다. 이렇다 보니 기관투자자들도 자본차익 매매가 아닌 만기까지 보유해서 원금과 이자수익을 향유하려는 투자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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