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VS 간호사..'간호법' 통과 두고 깊어지는 갈등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간호법'을 놓고 의사와 간호사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간호법은 간호사에 대한 업무 범위, 처우 등을 명시한 법으로 현행 의료법·보건의료인력지원법과는 별도로 특정 의료 직군을 대상으로 처음 만들어지는 독립법이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코로나19 사태와 늘어가는 간호 수요 등을 이유로 간호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의협)과 간호조무사협회(간조협)는 의사·간호조무사 등 타 의료 직군의 업무범위를 침해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상임위를 통과한 간호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를 앞두게 되면서 의료계의 충돌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25일 오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간호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이날 전국에서 모인 간호사와 간호대학생 200여 명은 의사당 입구와 인근 도로변 등에서 대형보드와 피켓, 현수막 등을 이용해 시위를 진행했다.
신경림 간협회장은 이 자리에서 "간호법은 보건의료, 지역사회 간호 돌봄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간호 인력에 대한 근무 규정과 처우 개선을 제도화하자는 것이 핵심"이라며 "간호법은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위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간호법 제정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국회는 간호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며 "전국 48만 간호사가 파업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하지 않도록 여야가 총선과 대선에서 수차례 약속한 간호법 제정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께 참석한 조문숙 병원간호사회 회장은 "간호법은 보건복지위에서 1차례 공청회와 무려 4차례의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거치며 각 보건의료단체 간 이견과 쟁점을 모두 해소했다"고 설명하며 "간호법은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약속하셨고 여야 의원들이 모두 발의와 논의에 참여한 법"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의사와 간호조무사 단체들이 간호법과 관련된 가짜 뉴스 유포에 나서고 있다. '간호법이 단독 처리됐다', '간호사만을 위한 법이다' 등의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법안 처리 과정에서도 문제가 없었던 만큼 법사위에서도 문제없이 꼭 통과돼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법을 국회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간호법은 지난 17일 상임위를 통과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보건복지위원장)과 서정숙·최연숙 국민의힘 의원 등이 지난해 발의한 법안을 위원회 대안으로 통합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의협은 간호법 1조 중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는 부분이 간호사의 단독 개원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반발했으며, 간무협은 간호법 12조에서 간호조무사에 대한 간호사의 지시를 명문화시켜 간호조무사의 업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과 간무협은 지난 22일 여의대로에서 간호법 저지를 위한 의협·간무협 공동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이 자리에서 "간호법이 독립법으로 제정되면 직역 간 상호협력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고, 다른 보건의료 직역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질 것"이라며 "결국 의료 현장은 불법 파업으로 얼룩지고 '원팀' 의료행위는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께한 곽지연 간조협회장은 "간호법 적용 대상이 지역사회로 확대되면서 앞으로 장기요양 기관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는 일자리를 잃거나 범법자가 될 수 있다"며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보건의료 정보관리사들도 고유 업무영역을 뺏길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의료계는 간협, 의협·간무협이 법안 통과 여부에 따라 각각 총파업까지 예고한 상황이라 간호법을 둘러싼 갈등이 봉합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관건은 국회 법사위 논의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간호법을 조속히 처리하자는 입장, 국민의힘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갈리면서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도 간호법 관련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회 관계자는 오는 26일 열리는 법사위 회의에서 간호법 관련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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